[한스경= 변동진 기자] 국내 면세업계 1·2위 사업자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눈을 해외로 돌려 세계 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연매출 1조원 규모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DF1(향수·화장품·탑승동), DF5(패션·피혁) 구역의 특허권을 따낸 신세계면세점 역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롯데면세점 일본 도쿄 긴자점 오픈 행사. 사진은 신동빈(오른쪽 끝) 롯데그룹 회장과 부인 시게미쓰 마나미(重光眞奈美 ,오른쪽에서 네 번째) 씨, 신 회장의 아들 신유열 씨 부부(오른쪽 두·세 번째) 어머니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 왼쪽에서 네 번째) 씨, 누나 신영자(왼쪽 두 번째)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 전 이사장의 딸 장선윤(왼쪽 끝) 롯데호텔 R&D부문장. /연합뉴스

◇세계 2인자 롯데면세점, 호주 JR듀티프리 인수…듀프리 게 섯거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호주 면세사업자 ‘JR듀티프리(JR Duty Free)’ 인수에 성공했다. 이로써 국내 면세 사업자 최초로 오세아니아 지역에 진출, 해외 영역을 넓히게 됐다. 

JR듀티프리는 호주를 비롯해 뉴질랜드·이스라엘·타히티 등 4개 국가에서 14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6억4500만유로(약 8294억원)으로 영국의 면세유통 전문매체 무디 데이빗 리포트는 글로벌 16위로 책정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6조2268억원으로 글로벌 2위를 유지했다. 1위인 듀프리는 9조241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은 JR듀티프리 인수로 인해 듀프리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물론 호주 4개(브리즈번 공항점, 멜버른 시내점, 다윈 공항점, 캔버라 공항점), 뉴질랜드 1개(웰링턴 공항점) 등 총 5개 사업장만 인수하는 것이지만 월드타워점이 연매출 1조원(지난해 5721억원, 올해 상반기 약 5000억원) 달성이 유력한 점, 608억원 규모의 김포공항 DF2 구역(733.4m²)의 사업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열려 있어 무리하게 사업 전체를 인수할 이유도 없는 상황이다.

롯데면세점의 해외 사업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 자카르타 시내점, 괌 공항점, 간사이 공항점, 도쿄 긴자점, 방콕 시내점, 다낭공항점, 나트랑 깜란공항점 등 7곳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해외 매출은 1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신장했다.

올해 상반기는 970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나 증가했다. 특히 일본 긴자점(시내면세점)이 작년 대비 72% 늘어났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해외에서만 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밖에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31일 인천국제공항 T1 DF1·5 구역에서 철수, 자금력에 숨통이 트였다. 실제 이 구역을 운영하며 2016년부터 2년간 약 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만약 2020년까지 사업을 지속할 경우 약 1조4000억원의 적자가 누적됐을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신라면세점을 공식 개관식. 사진 왼쪽부터 김진혁 호텔신라 해외운영총괄 상무, 한인규 호텔신라 TR부문 사장, 그룹 하이라이트 양요섭, 이기광,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프레드 람(Fred Lam)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사장. /호텔신라

◇신라면세점, 아시아 3대 허브 엮는 트로이카 완성…업계 최조 해외 매출 1조 시대 열어

신라면세점 역시 무디 데이빗 리포트 기준 지난해 글로벌 5위를 기록하며 세계 지도를 넓히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2조686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76.5%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341% 늘어난 1116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이다. 2분기에만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1조549억원, 640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52.5%, 680% 늘어난 수치다.

업계에서는 신라면세점이 최대 실적을 올린 원인을 30년 넘게 국내면세점을 운영한 노하우와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을 꼽는다.

호텔신라는 국내 면세 시장의 출혈경쟁이 심화될 것을 예감하고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14년 오픈한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시작으로 ‘마카오 국제공항(2014년 11월)’, ‘태국 푸껫 시내면세점(2016년 11월)’, ‘일본 도쿄 시내면세점(2017년 4월)’, 그리고 지난해 12월 홍콩 첵랍콕국제공항까지 모두 5개 해외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특히 인천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공항 등은 이용객 수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각각 3위, 6위, 7위에 오를 정도로 큰 공항이다. 이른바 3대 아시아 허브를 엮는 트로이카를 완성, 지난해 업계 최초로 해외매출 1조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아울러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면세점은 일부만 오픈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분기 매출 942억원, 당기순이익 11억원을 올렸다. 사업 특성상 각종 비용이 발생해 영업 첫 분기부터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흑자를 달성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반기는 올 6월 그랜드 오픈한 홍콩 첵랍콕국제공항과 지난 8일 외국관광객을 대상으로 시작한 ‘인터넷면세점 영문몰’ 등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면세점이 철수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DF1·DF5 구역에서 영업을 시작한 신세계면세점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세계면세점, 해외 진출은 아직…내실부터

한편 국내 기준 3위 사업자인 신세계면세점은 롯데, 신라와 달리 해외 면세점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이른 시일 내에 해외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최대 상권에 위치한 명동점 활약과 지난달 오픈한 신규 시내면세점 강남점, 여기에 롯데가 철수한 인천공항 T1 구역 영업을 이달부터 시작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또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신세계디에프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8766억원, 영업이익 4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상반기에 비해 매출은 78.5%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신세계는 기존 인천공항 T1 12곳과 T2 14곳, 새로 영업을 개시한 T1 DF1·DF5 구역의 26곳, 시내면세점(부산 센텀시티, 명동점, 강남점) 등을 통해 조만간 매출 3조원 시대를 열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듀프리는 2014년 스위스 뉘앙스그룹과 미국 월드듀티프리(WDF)를 인수하며 글로벌 1위가 됐다”며 “롯데뿐 아니라 신라, 신세계 등도 자금력을 동원해 M&A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꾸준히 성장한다면 대한민국 3사가 글로벌 면세 시장을 장악할 날도 먼 미래의 얘기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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