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인정 기자]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창동역사(법정관리인 이현태) M&A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이 턱없이 낮은 인수가액을 제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구조조정 업계는 현대산업개발이 창동역사를 인수할 의도가 있는지 의심하는 상황이다.

19일 구조조정 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이 창동역사의 M&A절차에서 500억~600억원 사이의 인수가액을 법원에 제시했다.

현대산업개발이 법원에 제안한 인수가는 창동역사의 담보가치인 400억원을 약간 넘는 수준으로 다른 입찰 참여자의 인수 제안 금액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이다. 입찰에 참여한 다른 컨소시엄 업체의 인수 제안 금액은 건설비용을 별도로 하고도 최하 800억원에서 최고 1100억원으로 알려졌다.

◇경쟁 입찰자보다 현저히 낮은 인수가액

이들 업체는 부국증권과 메리츠증권 등 주요 증권사가 자금조달 의사를 공식적으로 증명했지만, 법원과 매각주간사가 요구한 예금 잔액을 증명하지 못해 입찰에서 탈락했다. 이들 업체 대부분이 M&A참여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법인 계좌에 예금 잔액증명은 어려웠다는 것이 구조조정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앞서 창동역사의 관리인은 지난달 26일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M&A절차에 우선협상 대상자인 현대산업개발과 ‘조건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입찰에 참여한 컨소시엄들은 낮은 인수 가액을 제시한 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것을 두고 매각주간사와 법원에 석연치 않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현대산업개발이 창동역사의 2대 주주인 코레일의 요청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창동역사 스토킹 호스 절차에 참여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최근 코레일이 소유한 14만9065㎡ 규모의 광운대역 물류기지 부지에 2조5000억원 규모의 주거·상업·업무시설을 짓는 광운대역 역세권개발사업을 진행하기로 코레일과 협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현대산업개발은 인수 제안 금액도 아예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MOU에 불과한 상태이고 향후 회사의 현황과 사업성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다”라며 “인수 제안 금액은 정해진 것이 없고 사업성 검토가 끝나면 최종 인수가액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컨소시엄 업체와 달리 인수가액을 제시하지 않고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것. 

사진=연합뉴스

◇ 분양피해자 “이해할 수 없다”

창동역사의 분양피해자들은 다시 술렁이고 있다. 분양피해자 측 한 관계자는 “법원과 매각주간사가 짓다 만 창동역사의 상황을 고려해 인수 금액은 부차적인 요소로 간주했다”며 “900명에 이르는 분양피해자가 있는 창동역사에 예비 입찰자의 인수금액만큼 중요한 사항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창동역사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분양피해자들의 손해액이 약 800억원이고 유치권을 주장하는 효성건설의 공사대금만 해도 약 890억원이다. 향후 본 입찰시 정식 인수가액을 높여 다시 제안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인수 금액으로 제안한 500억원대는 터무니없이 적다는 지적이다.

창동역사의 관리인은 분양피해자들의 요청에도 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제안금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생절차 M&A에서 인수 예정가액이 낮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스토킹 호스 방식의 매각절차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높은 가액을 제시하고 본 입찰에 참여할 컨소시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앞으로 본 입찰에 몇 개의 업체가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한편 창동역사 분양피해자들은 피해 금액을 공익채권으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피해 금액이 공익채권으로 인정되면 회생절차라도 채권을 감액할 수 없다. 이 경우 인수기업은 분양 피해금 800억원을 모두 상환할 수 있을 정도로 인수금액을 제안해야 한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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