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장은진 기자] 국내 면세업체들은 온라인면세점부터 시내면세점, 공항면세점 등 다양한 형태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공항은 면세업체들에게 아주 특별한 장소다. 하루에도 수만 명의 입·출국자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최고의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에 공항면세점 입찰이 나올 때마다 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연합뉴스

◇롯데·신라·신세계 ‘3파전’…현재 스코어 0:1:1

롯데면세점은 시장 점유율 35.9%로 업계 1위를 자리를 지키고 있만 최근 공항면세점 입찰 성적은 다소 초라하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을 직격탄으로 맞고,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다. 하지만 관련 협상이 좀처럼 진전되지 않자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DF1(향수·화장품·탑승동)와 DF5(패션·피혁) 구역 사업권을 조기 반납했다. 최근 2년간 약 2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2020년까지 영업을 지속할 경우 1조4000억원의 손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공항공사는 롯데 철수 이후 해당구역을 새롭게 운영할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했다. 롯데면세점은 입찰참여 업체 중 최고가를 써내며 재입성을 꿈꿨다. 그러나 두 번째로 높게 입찰가를 제시한 신세계에게 밀려 목적 달성에는 실패했다.

해외 공항면세점까지 영역을 넓힌 신라의 최근 입찰 성적 스코어는 1점이다. 한화갤러리아가 철수한 제주국제공항을 지난해 차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입찰에는 롯데와 신세계도 참여했다.

신세계의 올해 공항면세점 입찰 성적은 1점이지만 최고점이라고 볼 수 있다. 롯데가 반납한 후 차지한 인천공항 T1 두 구역의 연매출이 1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롯데, 신라 2강이었던 면세 시장은 3강 체제로 재편됐다. 업계에서는 신세계면세점의 국내 점유율이 지난해 12%대에서 올해 20% 안팎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롯데, 신라, 신세계의 공항면세점 쟁탈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롯데와 신라는 김포공항 면세점을 두고 치열열하게 경쟁 중이다. 최종 사업자 선정 예정일은 24일이다. 이에 앞서 각 업체들의 특·장 차별화 포인트를 비교해봤다.

롯데면세점은 바(BAR) 형태로 구성된 ‘플래그십’ 매장을 공항면세점에 적용했다. /호텔롯데

◇롯데, 담배·주류 체험형 플래그십 매장 오픈

롯데면세점은 곧 한국 면세산업의 역사다. 1980년 2월 서울 중구 소공점을 시작으로 현재 국내 8개, 해외 6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기준 매출 5조9700억원으로 글로벌 2위를 기록 중이며, 2020년까지 세계 1위로 도약하는 게 목표다.

롯데의 공항면세점은 기존 노하우를 기반으로 구성됐다. 소공점 오픈 당시 소규모 잡화점 수준이 아닌 백화점식 대형 면세점을 꾸려 주목받은 바 있다. 브랜드별로 매장을 구획화한 명품 부티크식 매장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이는 현재 시내면세점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이 방식을 인천공항 T2에도 적용했다. 발렌타인과 로얄살루트, 헤네시, 조니워커, 궐련형 전자담배 ‘릴’, ‘아이코스’ 등 6개 브랜드를 묶어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주류 ‘플래그십’ 매장은 바(BAR) 형태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내부에는 시각적 체험은 물론 프리미엄 주류 브랜드의 제품을 시향, 시음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뒀다. 또 매장 벽면에 가로 30.7m·세로 2.6m 크기의 미디어월을 설치해 여행과 쇼핑을 주제로 자체 제작한 모션그래픽과 주류제품 미디어 아트를 선보인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월부터 KT&G ‘릴’, 필립모리스 ‘아이코스’ 등 공항면세점 중 처음으로 궐련형 전자담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사용법이 까다로운 제품 특성을 고려해 ‘교육장’을 설치한 점도 눈에 띈다.

신라면세점은 IT기술을 접목한 체험시설을 구비했다./ 호텔신라

◇신라, IT 접목한 디지털 뷰티 바·뷰티미러 운영

신라면세점은 화장품·향수 분야에 남다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인천공항 T1에서 관련 카테고리를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또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과 홍콩 첵랍콕국제공항에서도 화장품·향수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 면세 사업자 중 신라를 제외하면 아시아 주요 3대 공항에서 화장품·향수를 운영한 이들은 없다.

인천공항 T2는 신라의 운영 노하우가 집대성된 공간이다. 오픈 당시 제한된 시간 동안 쇼핑해야 하는 이용객의 동선과 매장별 체류 시간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과학적으로 설계했다.

예컨대 이용객이 매장에 들어와 원하는 브랜드를 찾는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통로에서부터 많은 브랜드를 한 눈에 겹치지 않으면서 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동시간에 따라 체류시간을 늘려 매장 안쪽까지 들어올 수 있도록 체험 및 프로모션 공간도 배치돼 있다.

또 인청공항 카트로 이동하기 편리하도록 곡선으로 동선을 구성했다. 거리 폭도 2.5m를 고집했다. 체험 및 프로모션 공간은 IT기술을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VR기기’와 ‘피부 측정’ 등 기존 화장품 매장에서 찾아볼 수 있던 기술부터 ‘디지털 뷰티 바(Digital Beauty Bar)’, 3D 시뮬레이션 ‘뷰티 미러(Beauty Mirror)’, ‘퍼스널 뷰티 바(Personal Beauty Bar)’ 등 신라면세점 만의 이색 체험시설도 마련됐다.

시즌별로 독립형 플래그십 매장도 운영된다. 현재 샤넬을 비롯한 디올, 랑콤, 에스티로더, SK-Ⅱ, 설화수 등 6개 브랜드가 들어서 있으며 1년을 주기로 입점업체가 변경된다. 각 플래그십 매장에서는 시범메이크업, 피부측정 등 다양한 서비스도 이뤄진다. 

신세계 면세점은 인천공항2터미널에 유명 패션·잡화 브랜드를 이용해 ‘하이패션 거리’를 형성했다.
/신세계DF

◇신세계, 명품 등 패션·잡화 역량집중…‘하이패션 거리’ 선봬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2015년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따내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강남점이 문을 열었고, 이달 인천공항 T1 신규 사업장까지 오픈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647억원, 14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성장했다. 이로써 ‘빅3’ 대열에 합류, 롯데, 신라면세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백화점 유통망이 있다.

동화백화점이란 이름으로 1955년 처음 오픈한 신세계백화점은 오랜 역사만큼 명품, 잡화 시장에서 독보적인 강자다. 루이비통, 롤렉스, 보메메르시에, 오메가, 브라이틀링, 제니스 등 명품브랜드가 입점해 있으며, 최근에는 남성패션까지 그 영역을 확대 중이다.

신세계면세점의 공항매장은 신세계백화점을 축소해놓은 모양새다. 신세계 인천공항 T2 면세점은 유명 패션·잡화 브랜드를 이용해 ‘하이패션 거리’를 형성했다. 샤넬과 구찌 등 명품 패션 브랜드들을 전진 배치해 력셔리를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남성 고객을 위한 잡화 매장도 마련돼 있다. 듀퐁(St. Dupont), 발리 (Bally), 투미(TUMI) 등 남성용 인기 브랜드를 한 구역에 모아 지갑, 벨트, 서류가방 등 남성용 가죽 잡화와 패션 소품을 한 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다.

비컨 등 다양한 브랜드의 선글라스를 구비한 편집숍도 운영한다. 국내 공항 면세점 중 최초로 안경 피팅 퍼스널 서비스를 진행한다는 점도 돋보인다. 이는 고객의 얼굴형에 맞게 안경을 고정해주는 서비스로 톰포드, 베디베로, 에스까다, 폴리스 등 업체에서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공항면세점 입찰이 임대료 위주로 좌지우지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특·장점 차별화 포인트만 잘 갖추고 있다면 임대료 적더라도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각 면세점들이 상품군별로 특화된 매장과 서비스를 강화중인 현 추세는 소비자들에게 쇼핑의 편리성과 만족도를 높이는 데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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