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예민한 클러치, 배기음 등으로 수동변속기 재미 극대화
빨라질수록 안정적으로 잘 달려
편의기능도 왠만한 상용차 수준
단단한 서스펜션이 데일리카로는 아쉬워

[한스경제=김재웅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 ‘이니셜N’이 펼쳐진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고성능 모델, 벨로스터N을 통해서다. 가슴을 설레게 하는 우렁찬 배기음과 함께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벨로스터N을 타고 약 500km를 달려봤다. 서울에서 충청도 일대를 돌아오는 구간이다. 고속도로와 시내를 두루 돌면서 차량 성능과 실용성까지 구석구석 들여다봤다.

벨로스터N. 김재웅기자

◆ 수동변속기가 ‘조이스틱’으로

벨로스터N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수동 변속기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벨로스터N을 수동변속기 단일 모델로만 내놨다. 자동 변속기를 장착할지 여부는 검토 중이다.

1~2종 보통 면허를 소지하고 있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수동 변속기 운전 경험이 많지 않은 1종 보통 면허 소지자. 오르막길에서도 쉽게 출발하는데까지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고성능차답게 클러치가 예민한 편이지만, 반클러치 힘이 강력했다. 오르막길에 멈췄다 출발하는데도 뒤로 밀리지 않는다.

벨로스터N의 운전석 하단. 반클러치에만 익숙해지면 비로소 진정한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김재웅기자

운전을 하다보니 현대차가 왜 벨로스터N을 수동변속기로만 출시했는지 짐작이 갔다. 묵직한 기어봉을 요리조리 움직이는 재미가 여느 게임 못지 않다.

‘팝콘 소리’는 변속 재미를 배가해준다. 정식 명칭은 ‘애프터 번’. 엔진실이 아닌 곳에서 연료가 점화하는 소리인데, 주로 고성능차에서 발생한다. 벨로스터N은 스포츠모드나 N모드에서는 배기장치 밸브를 활짝 열어젖혀 짜릿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애프터 번은 3000rpm을 넘어섰을 때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만들어졌다. 4000rpm이 넘으면 팝콘이 ‘파바바바박’하고 본격적으로 튄다. 언제 어떻게 변속을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즐길 수 있게 해줬다.

리어스포일러는 가벼운 차체를 빠른 속도에서 잘 내리잡아준다. 김재웅기자

◆ 잘 달리고, 잘 돌리고

주행 성능은 굳이 말이 필요없다. 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최고 250마력에 최대 36kg·m을 발휘한다. 제원상으로는 M스포트패키지를 장착한 BMW 3시리즈 수준. 하지만 몸무게가 1380kg밖에 안나가서 훨씬 가볍게 달린다.

클러치를 떼면서 느껴지는 강력한 토크가 인상적이다. 왠만한 언덕길에서는 클러치를 놓는 것만으로 밀리지 않을 수 있을 정도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간다. 수동변속기 특성상 구체적인 수치를 만들어내는데 한계가 있었지만, 체감상 여느 고성능차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벨로스터N은 실제보다 길어보이는 외형을 갖고 있다. 김재웅기자

기본적인 성능은 벨로스터와 비슷하다. 굽이진 길을 돌아나갈 때마다 ‘쫀득쫀득’하게 느껴지는 조향감. 탄탄한 하체. 저속에서 느껴지는 다소 과한 속도감도 닮았다.

그러나 벨로스터N은 고성능차다. 스티어링 휠이 조금 더 무거워진 느낌으로, 차가 나갈 곳을 정확하게 짚어준다. 훨씬 더 단단해진 서스펜션은 운전자를 도로에 완전히 달라붙게 해주면서 더 빠르게 차량을 몰아칠 수 있다.

특히 벨로스터N은 고속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속도계가 올라가면 오히려 속도감을 느끼기 어려워지면서 가속페달을 더 밟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제동성도 강력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시승 중 갑자기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차가 앞으로 끼어드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급하게 제동 페달을 밟았는데, 너무 쉽게 서버렸다. 충격도 크지 않은편, 뒷바퀴가 흔들리는 피시테일 현상도 없었다.

벨로스터N은 왠만한 양산차 수준의 편의기능을 갖추고 있다. 

◆ 데일리카로는 ‘애매모호’

벨로스터N은 냉혹한 스피드광이면서도, 의외로 따뜻한 감성을 갖고 있다.

멀티미디어 패키지는 여느 자동차 못지않은 편의성을 갖고 있다. 4.2인치 디스플레이와 오디오 시스템, 블루링크 3.0도 물론 있다. USB 포트도 급속충전이 가능한 것까지 2개나 달렸다. 통풍·히팅 시트도 마찬가지다.

배기음도 우려할만큼 크지는 않다. 에코나 노멀 모드를 사용하면 배기 소리가 나는 정도다. N모드를 켜도 불쾌한 수준은 아니다.

크루즈모드도 장착됐다. 고속도로에서나마 운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수동차 특성상 시트를 당겨 놓아야 하지만, 문이 길어서 탑승이 어렵다. 김재웅기자

연비도 이해해줄 만큼은 된다. 실연비는 N모드로 시내에서 5~6km/ℓ. 고속에서 10~11km/ℓ로 나왔다. 레브매칭 등을 끈 에코모드로는 시내에서 6~7km/ℓ, 고속에서는 12km/ℓ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승차감이다. 여느 현대차에서도 볼 수 없었던 딱딱한 서스펜션. 달릴 때는 좋은데 시내에서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약간 높은 과속방지턱을 넘으려면 적지 않은 충격을 감수해야한다.

전자식제어 서스펜션을 사용해서 모드에 따른 차이는 분명히 줬다. 하지만 노멀모드도 승용차 수준의 승차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승하차가 어려운 부분도 아쉽다. 벨로스터N은 수동변속기라서 시트 포지션을 당겨놔야 하지만, 벨로스터 특성상 문이 길쭉한 탓에 탑승할 때 불편하다. 탑승시 시트를 뒤로 밀어주는 메모리시트를 선택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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