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을 나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한 달간의 옥탑방 생활을 마친 박원순 시장이 내놓은 청사진은 '강북 우선투자'였다. 

19일 오후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친 뒤 짐을 뺀 박 시장은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비(比) 강남권 도시철도 사업을 2022년 이전에 조기 착공하고, 강북 빈집 1천호를 매입해 청년·신혼부부 주택으로 만드는 등의 '강북 우선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박 시장은 이날 "수십 년간 이뤄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결단과 투자, 혁명적 정책 방향 전환 없이는 과거와 같은 정책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며 "강북 우선 투자라는 패러다임 대전환을 통해 내실 있는 변화,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우선 서울시는 비강남권 도시철도 인프라 확충에 팔을 걷어붙인다. 그동안 민간사업자 선정에 난항을 겪으며 제대로 진척되지 못한 면목선과 우이신설선 연장선, 목동선, 난곡선 등에 서울시 재정을 적극 투입해 착공에 나서기로 했다. 박 시장 임기 내인 2022년 이내 착공이 목표다. 

강북 지역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교통수단도 도입한다. 구릉지 주택가, 어르신 거주자가 많은 지형 특성을 고려해 경사형 모노레일, 곤돌라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지역에 따라 적합한 교통수단 유형과 실현 가능성을 검토해 2020년부터 5개 권역에 1개씩 새로운 교통수단을 설치한다.

강북 주택가의 주요 문제 중 하나인 주차공간 부족을 해결에도 나선다. 서울시는 문제 해결을 위해 공유차량인 '나눔카'를 집중적으로 보급할 예정이다. 공공시설에 나눔카 우선주차구역 설치를 의무화해 나눔카 주차장을 현재 567면에서 3천733면으로 6배 이상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공영주차장 확대를 위한 서울시의 보조금 지원을 늘리고 가로변 여유 차로를 활용해 2022년까지 노상주차장 8천면을 조성한다.

강북에 방치된 빈집들을 청년을 위한 시설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서울시는 내년 중으로 빈집 400호를 매입하는 등 2022년까지 빈집 1000호를 사들여 청년·신혼 주택 4000호를 공급한다. 매입한 집들은 청년 창업공간이나 커뮤니티 시설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낡은 집을 고쳐 쓰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서울시가 집 수리비를 지원하는 '서울형 가꿈 주택' 보조금을 최대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확대하고, 2022년까지 총 2000호를 지원한다.   

무너진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생활상권 프로젝트'도 가동된다. 서울시가 유망업종 전환 등 컨설팅을 해주고 빈 점포를 각 지역에 필요한 공동 작업공간, 커뮤니티 시설로 바꾸는 작업이다.

이외에도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해 내년부터 매년 30개 학교에 3D프린터 등을 지원해 IT 기반 학습환경을 만들고 체육관이 없는 서울 동부권 29개 학교에 체육관을 신축한다. 서울에 새로 짓는 돌봄시설의 90% 이상을 비강남권에 배치할 예정이며 강북권 어린이전문병원도 신설할 계획이다. 

강남에 본사가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서울연구원, 서울시 인재개발원 등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일부는 강북으로 이전한다.

박 시장은 '강북 우선 투자'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균형발전특별회계를 만들어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공 기여금과 초과이익 환수금도 균형발전 재원으로 쓴다. 박 시장은 이날 발표한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한 주요 사업들을 임기 내인 2022년 이전에 완료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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