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라, 동화, 신세계, 두산, 한화갤러리아, HDC신라, SM 등 면세점의 경쟁 무대가 된 서울 강북권(붉은색 박스). /네이버지도

국내 면세점 시장이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 롯데·신라면세점 등 소수강자들이 독점하던 업계에 신규 사업자가 대폭 늘어나며 출혈경쟁이 심화됐다. 특히 지난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이후 시장을 지배하던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발길은 뚝 끊겼고, 이는 동남아 관광객과 ‘따이공(보따리상)’ 등이 차지했다. ‘황금알을 낳던 거위’는 이제 옛말이 된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롯데·신라면세점은 국내를 넘어 세계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변화의 시대를 맞은 우리나라 면세점 시장 및 업체들의 대응전략도 하루가 다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편집자주>

[한스경제=장은진 기자] 면세점 사업자들이 요즘 가장 뜨겁게 맞붙은 곳은 서울 강북지역이다. 기존 터줏대감이었던 롯데, 신라, 동화 등 면세업체들과 더불어 신세계, 두산, 한화갤러리아, HDC신라면세점, SM면세점 등 신규사업자가 새로이 가세했다.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상권도 확장됐다. 기존 명동에만 집중돼 있던 강북 시내면세점 시장이 영향 권이 여의도, 용산, 동대문 등으로 넓어졌다.

강북에 시내면세점들이 집중된 이유는 중국인 관광객 영향이다. 시내면세점의 큰 손인 중국인 관광객들은 면세점들이 집중된 강북지역을 선호한다. 면세점마다 적용되는 할인 혜택이 다르고 인기품목의 경우 하루에 구매 가능한 개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또 공항철도, 리무진 등 교통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강북지역은 서울역을 통해 공항철도와 도심공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게 매력포인트다.

강북지역은 공항과 가깝고 시내면세점이 한 지역에 집중돼 있어 쇼핑을 원하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좋다. 사진은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 호텔롯데

◇강북의 큰손 중국인 관광객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은 총13개로, 이중 8곳이 명동, 장충동 등 강북지역에 위치했다. 특히 강북 면세점 중 롯데, 신세계 등 주요면세점의 경우 서울 명동을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10일 발표한 2017년 외국인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들은 쇼핑 위주의 여행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주로 방문한 지역을 분석한 결과 66.2%로 명동이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동대문시장(49.2%), 남산 N서울타워 (27.9%)가 이었다. 많이 방문한 쇼핑장소는 시내면세점(50.4%), 명동 (39.9%)이 꼽혔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쇼핑과 시내면세점 방문은 한국여행의 필수코스나 마찬가지다. 특히 명동의 경우 공항에서 오는 교통편뿐만 아니라 시내면세점 간에 이동하는 교통편도 좋다. 일부 면세점의 경우 걸어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자리한 것도 특징이다.

업체별 시내면세점 매출도 남다르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의 연매출은 3조원을 돌파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도 각각 연매출 1조원 이상 실적을 올리고 있다.

시내면세점이 밀집된 강북지역의 또다른 고객은 중국인 보따리상이다. 이들은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상품을 구매하길 원하기 때문에 동선이 짧은 강북지역 시내면세점을 선호한다. 특히 소공동 롯데면세점, 회현동 신세계면세점, 장충동 신라면세점 등 대형면세업체들이 대거 포진된 강북지역은 물량뿐만 아니라 다양한 품목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 요소다.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 강남지역에도 면세점이 늘어나면서 일부 고객층을 흡수될 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강북지역 시내면세점들이 우세한 입장이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왼쪽), 신라면세점 서울점. /각사 취합

◇기존사업자 vs 신규사업자, 면세업체 격돌

현재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신세계면세점은 ‘명동’을 놓고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롯데면세점 소공점에서 불과 500m 가량 떨어진 신세계백화점 본점 내에 면세점을 개점했다. 시내면세점 1위인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정면승부를 벌이겠다는 심산이다.

신세계는 명동을 부지로 선정할 당시 남대문시장, 남산 등이 인접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최적의 접근성을 제공하는 것이 면세사업의 핵심요건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동안 롯데가 독식했던 명동상권을 공략하며 신세계가 가지고 나온 전략은 백화점과의 융합이다. 신세계는 면세점을 백화점 내에 개점해 백화점 편의시설과 서비스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두산그룹이 운영하는 두타면세점은 신라면세점과 경쟁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장충동에 위치한 신라면세점과 두타면세점은 직선거리 1km에 불과하다. 한정된 동대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선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거리다.  

강북지역에 자리 잡은 시내면세점은 비단 롯데와 신라, 두산, 신세계만이 아니다. 한화갤러리아63면세점도 여의도 63빌딩에 들어섰다. 갤러리아면세점은 공항과 가장 근접한 시내면세점이라는 입지적 강점에 주목했다.

용산에 위치한 HDC신라는 KTX 등 편리한 교통망의 제반 인프라가 개별자유여행객을 이끌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또 서울 중심에 위치해 명동과 종로, 신촌, 강남 등의 외국인관광객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다.

중소업체인 하나투어의 SM면세점은 인사동에 자리 잡았다. 인사동이라는 입지적 요건을 활용해 주요 한정식 및 전통찻집에 바우처를 제공하거나 ‘K-뷰티’ 체험행사를 진행하는 등 ‘체험형 마케팅’을 강화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강북지역은 다수의 시내면세점들이 밀집돼 있어 관광유발효과도 남다르다. 사진은 SM면세점 본점 '런닝맨' 체험관./ 하나투어

◇명동·동대문 상권분석…관광유발효과 커

강북지역 시내면세점은 명동과 동대문을 주축으로 이뤄져 있다. 여러 업체들이 밀접한 지역에 몰려 있다 보니 강북은 '면세 특구'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한 지역에 다수의 시내면세점이 몰린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제적인 관광경쟁력을 갖추려면 관광객이 집중되는 지역에 특허를 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명동은 누구나 알고 있는 서울지역 대표 관광지다. 특히 명동 일대에 롯데, 신세계 면세점이 들어서며 종로와 남대문시장을 이어주는 상권형성이 가능해졌다.  

또 동대문의 경우도 전통시장, 쇼핑센터 등 관광지들이 대거 자리해 있다. 또 단체관광객보다 개별 관광객들에게 각광받는 장소이기 때문에 관광유발 파급효과가 클 것을 예상된다. 

반대로 이런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롯데 소공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과의 거리는 100m 안팎이다. 광화문 동화면세점과 인사동 SM면세점, 동대문 두산타워 등도 인접한 곳에 위치해 가뜩이나 심각한 명동 교통 혼잡이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대문과 남대문 등 면세점을 기반으로 전통시장의 유입 등 새로운 관광지역 활성화에 힘쓰고 있지만 한 쪽으로 치우친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장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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