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시중은행 이자수익구조부터 개선하라”
취약차주 지원정책 말로만 작동하나...
지난 1월 최종구 금융위원장 "신뢰 회복 위해 포용적 금융 확대 필요"
시중은행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 만 19조7000억원

 “금융시장이 성장하면서 금융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해답은 국민 모두가 상생(相生)하는 포용적 금융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지난 1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서민지원·사회적 책임 이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국내 시중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지나 흔들림 없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어왔지만 여전히 이들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여느 때보다 낮다. 경제의 혈관 역할을 하던 금융권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국민 혈세를 쏟아 부었음에도 본연의 공적 책임은 소홀히 하고 대형화 경쟁과 수익성 제고에 치중해왔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은 19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조7000억원(9.5%) 늘었다. 이자이익 증가는 대출채권 등 운용자산이 6.0% 증가했고, 순이자마진이 0.06%포인트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 차이가 확대되면서 상반기 순이자마진(NIM)도 전년 동기(1.61%)보다 소폭 개선된 1.67%를 기록했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3조원으로 1조5000억원(33.4%) 감소했다.

은행들은 영업을 잘해 좋은 실적을 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자마진에 기댄 실적 잔치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최근 미국이 경제상승기로 반전되면서 기준금리 상승 압력이 한국은행을 압박하고 있다.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기조로 전환할 개연성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앞으로 얘기하려고 하는 지점과 역설적일 수 있겠으나  이런 환경이라면 은행은 예대금리차가 더 벌어져 올해 말 역대급 실적 예상이 어렵지 않다. 신규 사업 확장과 제3차산업의 총아라 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업 도약을 위한 고민은 이번 세대 몫이 아니라고 단정지어도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시장이 아니라 금융권 중심에서 말이다. 

금융당국은 정권이 바뀐 후 줄곧 ‘포용적 금융’과 관련 금융권이 나아갈 길에 대한 클릭 수정을 주문해왔다. 포용적 금융은 이번 정부의 핵심 금융정책 기조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포용적 금융은 크게 ‘서민·취약차주 지원’,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사회적 금융 활성화’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와 지역을 대표하는 은행들은 이에 대해 얼마나 준비를 하고 있는가. 한스경제가 앞으로 4회에 걸쳐 풀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출처=은행연합회

[한스경제=전근홍 기자]  올 초부터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서민·취약차주 지원’을 위한 금융정책이 가시적인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7월 말부터 총 33조 원 규모의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은 완료됐다. 대출 최고금리는 연 24%로 인하됐고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24%를 초과하는 고금리 대출을 대환해주는 가칭 안전망 대출도 2020년까지 총 1조 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중금리대출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정책서민금융과 사잇돌대출도 확대됐다. 정책서민금융은 연간 7조원 수준에서, 사잇돌대출은 오는 2020년까지 3조원을 증액할 방침까지 세웠다.

이 같은 방안 마련에도 여전히 대다수 서민들의 체감 온도는 싸늘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시중은행들이 자영업자, 서민 등 취약계층에 대한 세심한 배려장치를 마련해 공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하지만 기본적인 이자마진 수익구조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단순한 차이가 은행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 준 것”이라며 “사회공헌 차원에서 정부가 과감하게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자에 대한 부채탕감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윤석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포용적 금융이 핵심가치로 등장하고 금융시스템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것의 가장 큰 이유는 현 시스템으로는 서민경제의 어려움과 4차 산업혁명 등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허 연구위원은 “그런 의미에서 취약 채무자 보호와 서민금융부담 완화, 국민 재산형성 지원 및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이 맞다”면서 “본질적으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키워 포용적 금융역량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중저신용자들과 금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서비스를 실행했던 측면에서 은행권 수익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20조원에 육박하는 이자이익을 거둬들인 은행권이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비이자 수익’을 늘리기 위한 영토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대마진 수익만으로는 향후 10년의 생존여부 조차 담보할 수 없는 만큼 비이자수익 확대는 필수불가결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포용적 금융에 발맞춰 ‘서민금융지원’ 활성화를 위해선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오명을 반드시 씻어내야 하는 것도 한 이유로 보인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1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1년 상반기 19조4000억원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33.4% 대폭 하락했다. 지난해 동기 4조6000억원보다 1조5000억원 줄어든 3조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중 발생한 일회성 주식매각이익이 소멸했으며 IFRS9이 시행되면서 유가증권 매매이익도 1조3000억원 줄어든 탓이다.

그동안 국내 시중은행들은 이자 이익과 비교해 비이자 이익 비중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최근 신탁보수와 펀드판매 등 자산관리 사업에 집중해 수수료 이익이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굵직한 수수료를 담당하는 투자은행(IB) 부문은 여전히 아쉬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뱅킹 차별화 전략 개발해야

우선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영업환경 자체에 근본적인 변화의 조짐이 일자 디지털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지주사와의 협업을 통해 조직개편 단행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위한 토대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 내 데이터분석 조직의 협업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를 위해 지주·은행·카드 내 데이터총괄임원의 겸직하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및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 신기술 도입의 전문성을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하나금융그룹 역시 디지털 강화를 위한 조직 재편을 나선지 오래다. ‘미래금융R&D본부’와 ‘미래금융전략부’를 신설하고 ‘글로벌 디지털(Global Digital) 센터’, ‘디지털금융사업단’, ‘디지털마케팅부’, ‘기업디지털사업부 및 빅데이터구축센터’를 새롭게 선보이는 등 디지털 강화에 모든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은행도 25개국 413개의 글로벌네트워크를 디지털화하기 위해 해외 IT와 핀테크 사업을 전담하는 글로벌디지털추진팀을 신설하고 전사적인 역량을 쏟을 계획이다. 기존 영업지원부문 소속의 디지털금융그룹을 국내 마케팅을 총괄하는 국내부문에 전진 배치했으며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신한금융 또한 블록체인을 디지털 뱅킹의 핵심기술로 인식하고 은행권 최초로 디지털전략본부 내 블록체인 Lab을 신설해 해외송금, 무역금융 및 그룹사 내 통합 인증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KT와 블록체인 공동사업 추진 업무협약 체결을 맺고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한 디지털 지역상품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CIB(기업투자금융)로 해법 모색

시중은행은 각 금융지주사들과 협업을 통해 수익구조의 다각화를 위한 해법으로 CIB 수익모델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며 기업투자(IB)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KB금융은 올해 은행과 계열사의 영업기반을 활용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상호 사업 영역별 협업을 강화해 CIB 부문을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원스톱 지원하는 협업모델로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6년 CIB 조직을 종전 IB사업본부내 2개부서(투자금융부, 구조화금융부)에서 3개 부서(투자금융부, 인프라금융부, 구조화금융부)로 확대 개편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은행 CIB그룹 부행장이 지주, 증권 IB부문 부사장을 겸직하는 구조로 개편하는 등 CIB 부문을 매트릭스 조직으로 전환했다.

하나금융은 계열사의 IB 기능을 집중시키는 방향으로 ‘원(One) IB’ 전략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금융그룹내 CIB 부문을 통해 IB부문 은행과 증권의 시너지를 강화하고 있다. IB업무와 연계영업을 추진하는 사업 모델 수립을 위해 KEB하나은행 IB와 하나금융투자 IB부문의 담당 임원을 겸직하게 하는 등 조직개편도 마쳤다.

특히 글로벌 IB 영업 강화를 해외 기존 해외채널망에 국제금융중심지를 중심으로 IB 데스크 등 IB 특화 포스트를 설치하고, 글로벌 IB딜을 소싱하는 마케팅 채널로 운용하고자 하는 전략을 수립한 상태다. 현재 홍콩IB법인, 싱가폴 IB 데스크, 뉴욕 IB 데스크 등을 설치했고 유럽에 런던 IB데스크도 추진 중이다.

신한금융그룹은 글로벌 기업투자금융(GIB) 조직에 외부 전문가를 충원하고 최근 출범한 자회사인 신한리츠운용을 통한 국내외 부동산 투자에 뛰어드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수립했다.

이미 지난해 7월 조직개편을 통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IB 조직을 한데 모은 CIB에 신한생명과 신한캐피탈의 IB 인력까지 추가해 그룹 전체 투자 업무를 총괄하는 ‘GIB’ 부서를 신설했다. 글로벌 IB부문 먹거리를 찾기 위해 글로벌 사업부문과 연계도 늘려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이 미국 뉴욕지점과 중국 상하이지점에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투자금융 데스크(GIB Desk)’를 베트남과 런던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글로벌 CIB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뉴욕, 런던, 싱가포르, 시드니 등 4곳에 IB 데스크를 설치해 글로벌 IB 시장을 공략 중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향후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면 다른 금융지주처럼 전 계열사의 IB 조직을 아우르는 CIB 조직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이자 수익이라 하면 근본적으로 서비스를 제공받은 후 지불하는 수수료라고 보면 된다”라며 “국내의 경우를 보면 가령 고객이 편의점에 있는 ATM 기기를 사용해 타행 송금을 하면서 수수료가 매우 비싸다거나 이용하지 않는 경우 있는데 서비스 이용후 지불하는 수수료에 대한 인식 자체가 형성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대기 연구위원은 “해외사례를 보면 비이자 수익의 대부분이 이러한 서비스 제공 후 수취하는 수수료가 대부분인데, 국내 사정상 어렵다면 이러한 기업투자금융을 활성화하는 것이 해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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