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감독.

홍명보(46)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중국 슈퍼리그(1부 리그) 항저우 그린타운FC의 지휘봉을 잡는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2패, 조별리그 탈락으로 불명예 퇴진한 지 1년5개월만이다.

 홍명보 장학재단은 17일 “홍 전 감독이 2016시즌 항저우의 감독을 맡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간 베이징 궈안과 일본 J리그 알비렉스 니가타 등 아시아의 여러 클럽으로부터 제의를 받았지만 항저우의 축구 철학과 강한 러브콜이 홍 전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재단 측은 전했다. 계약기간은 2016년 1월1일부터 2017년 12월31일까지 2년이다.

 항저우 구단은 타 구단에 비해 재정이 넉넉하거나 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들로 구성된 팀은 아니다. 올 시즌 성적은 16개 팀 가운데 11위에 그쳤다. 하지만 탄탄한 유스 시스템을 갖춘 구단으로 평가 받는다. 재단 측은 “항저우가 젊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로 구성된 만큼 구단의 미래를 홍 전 감독에게 맡기고 싶다는 열망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항저우도 이날 구단 홈페이지에 홍 전 감독의 부임 소식을 전하며 한글로 ‘홍명보 감독님 어서 오세요’라는 환영인사를 게재했다. 이어 “현역시절 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였을 뿐만 아니라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의 동메달을 이끌었다”고 소개하며 그의 리더십과 지도력을 높이 평가했다.

 홍 전 감독은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하게 되는 도전인 만큼 갖고 있는 모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미래가 밝은 팀으로 만들고 싶다”며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겠지만 항저우 구단이 원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했기 때문에 감독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항저우 구단 선수들의 성장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역 시절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영원한 리베로’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홍 전 감독은 2003년 은퇴한 뒤 대표팀 코치를 거쳐 2009년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 해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18년 만에 8강 진출을 이끌어냈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을 따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2년에는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메달을 이끌며 전 국민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저조한 성적으로 감독직에서 퇴진했다. 그가 항저우에서 성과를 거둔다면 브라질 월드컵의 불명예를 씻고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 전 감독이 대표팀 외에 프로구단 지휘 경험이 없다는 것은 불안요소로 꼽힌다. 항저우도 그가 중국 리그에 대한 경험이 없고 프로구단 사령탑 경력이 없다는 점 때문에 계약 직전까지 망설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경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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