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태 KOFI R&D(한국4차산업연구원)대표연구원

“휴브리스(Hubris)”는 자신감이 자만심을 넘어 ‘오만(Hubris)’의 함정에 빠지는 순간, 세계 일등을 달리던 기업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경계하라는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 50%이상을 점유하던 핀란드 노키아(Nokia)의 몰락도 애플 아이폰 출시가 아니라 자신의 성공신화에 도취된 자기 과신과 오만 때문이었다.

다가오는 26일은 고인이 된 최종현 SK 전 회장의 20주기다. 폐허 속 한국경제를 기적의 드라마로 일궈낸 ‘기업 레전드’의 역사에서 그의 업적과 발자취는 단연 독보적이다. 사람ㆍ도전ㆍ미래로 함축되는 경영철학은 ‘과거의 성공방정식’에 도취된 휴브리스 기업들에게 살아있는 교훈이 되고 있다.

게으른 승자가 되기보다 사람중심의 부지런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고 최종현 회장의 스토리는 ‘변화와 혁신’으로 ITㆍ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아들 최태원 회장의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21세기 기술혁명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변화의 명제에 직면해 있다. 과감한 혁신과 첨단의 경쟁력을 위한 기업의 도전이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섰다.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의 핵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미래경제와 혁신기술의 중추를 이루는 반도체 산업은 ‘혁신경제의 쌀’이자 버팀목이다. 그러나 사활을 건 전략과 막강한 자금력으로 달려오는 ‘차이나 파워의 역습’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세계일등의 자부심을 넘어 휴브리스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일이다.

차이나 파워의 역습은 인재양성에서도 두드러진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천인계획’은 반도체 전쟁의 판을 흔들어 한국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우수한 기술인력과 정보유출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최태원 회장의 ‘반도체 야심’과 통 큰 투자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지금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속에서 국내 투자가 위축되고 가격 하락세에 따른 수익성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이 그동안의 앞선 기술과 제품 경쟁력에만 의존하기에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 최태원 회장의 ‘반도체 사랑’은 반도체 산업에 지속가능한 활력을 만들어낼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故) 최종현 회장이 1986년 해외 유학을 앞둔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들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하고 있다.(사진=SK그룹)

특히 인재ㆍ기술ㆍ공유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주력하는 최태원 회장의 노력은 주목할 만 하다.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 2.0’으로 대변되는 공유와 혁신모델은 반도체 산업 전반의 상생 시너지는 물론 기업문화 전반의 변화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를 만든다’는 역발상은 단순한 사회공헌의 형식을 넘어 사람ㆍ기술ㆍ미래의 융합적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의 출발이라 생각한다. 또한 이는 돈의 가치보다 사람을 키워 미래를 만들었던 고 최종현 회장에 대한 오마쥬가 아닐까 싶다.

최태원 회장의 ‘딥 체인지 2.0’은 공유를 통한 혁신을 핵심으로 한다. 창의는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할 때 위력을 발휘한다. 다른 생각을 배척하지 않고 연결한다면, 새로운 창조적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쏟아지기 마련이다. 지금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우리 경제를 유혹하는 ‘휴브리스 함정’을 비껴가는 상생과 도약의 마력이 되지 않을까.

또한 이는 선대 최종현 회장의 지혜와 자산에 대한 아름다운 승계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읽는 최고의 승부사’로 불렸던 고 최종현 회장이 20년의 세월을 넘어 오늘 다시 경영 일선에 선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인재가 미래와 기술을 만든다”

오상태 KOFI R&D(한국4차산업연구원)대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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