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인정·팽동현 기자] 이재용 삼성 부회장 상고심 재판에서 중요 참고자료로 작용할 수 있는 정부의 공식 문서가 나왔다. 법조계에선 법무부가 국제 중재 소송 과정에서 국제상사분쟁재판소(ICSID)에 제출한 이 답변서가 앞으로 이 부회장의 무죄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의 엘리엇에 대한 답변서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무죄 주장에 중요 참고자료로 제출될 전망이다.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Elliott Associates)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 우리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입었다면서 우리 정부를 상대로 8000억원대의 투자자-국가 분쟁(ISD) 중재신청을 청구한 바 있다.
◆ “국민연금, 합병 과정서 합법적 권리 행사”
법무부는 이번 답변서를 통해 해당 합병 건이 한국정부와 관련 없음을 누차 강조하는 한편, 엘리엇 측이 그간 언론보도나 현재 상소심에 계속 중인 사건만 거론하는 등 제대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엘리엇이 합병 발표 이후에 경영 참가라는 목적으로 주식을 추가 취득한 것 자체가 합병의 승인 여부와 그에 따른 투자 손익을 감수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특히. “국민연금은 어떠한 결정이 자신에게 최선의 이익이 될 수 있을지를 판단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에서는 합병 관련해 명시적 또는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면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간의 뇌물 공여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법무부는 엘리엇이 확실한 증거 없이 그저 희망적인 판단에 근거해 합병 과정부터 이번 소송까지 임하고 있음을 지적, 추가적으로 반박서면과 증거자료도 제출할 예정임을 밝혔다.
◆ 이재용 부회장 무죄 판결에 영향 주나
현재 특검은 상고심에서 이 부회장에게 무죄를 판결한 2심 재판에 대해 재판부가 사실관계를 오해했고 증거채택 등에 있어 법률 위반이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이 2심의 사실관계와 증거채택의 위법성을 첨예하게 다투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검찰의 입증실패를 거론하고 있어 이 부회장 측이 이를 적극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대법관들이 임기만료로 진보적 성향의 대법관들로 교체돼 이 부회장의 상고심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 속에서 상고심 재판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2심 재판을 인용한 답변서를 공식화함으로써 이 부회장이 상고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에 한 걸음 다가갔다고 내다봤다.
류인규 변호사(법무법인 시월)는 “삼성 측이 향후 법무부의 답변서를 대법원 상고심에 제출할 가능성이 크다”며 “법무부의 공신력이 더해진 사실관계가 이 부회장의 남은 재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상고심은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고 법률적 판단만 한다는 점에서 법무부 답변서는 증거서류가 아닌 참고자료 형식으로 제출된다. 중요한 참고자료는 재판부 심증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법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부회장의 재판은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에 계류 중이다.
양인정기자 팽동현 기자 dhp@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