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솔이 기자]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 ‘빅3’가 이달 들어 반등하기 시작했다. 2분기 부진한 실적에도 신규 수주 소식과 선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조선주’의 향후 업황에 대해 엇갈리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날 11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31일 대비 8% 오른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2만9150원, 7130원 거래를 마감하며 지난달 31일보다 11%, 10% 올랐다. 

◆ 2016년 수주 절벽 여파 여전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2분기에도 나란히 실적 악화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5~2016년 조선·해양플랜트 불황에 다른 ‘수주 절벽’ 여파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2016년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79.2% 줄어든 221만CGT(Compensated Gross Tonnage)에 그쳤다. 통상 수주 이후 설계 과정을 거쳐 건조에 들어간 다음 매출에 반영되기까지 1~2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조선업체들의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일감은 부족한데 후판(두께 6mm 이상의 선박용 철판) 가격 인상과 인건비 등 고정비 증가로 수익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1분기에 이어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3조1244억원, 영업손실 175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4조2458억원) 대비 26.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삼성중공업의 상황도 비슷하다. 삼성중공업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지난해 동기(2조2997억원)보다 41.4% 줄어든 1조3466억원, 영업손실 1005억원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3257억원, 영업이익 2294억원을 기록했다. ‘빅3’ 중 유일하게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냈으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2.7%, 영업이익은 65.5% 감소했다.

◆ 실적 악화에도 주가는 상승세

그러나 정작 세 업체들의 주가는 2분기 실적 발표 이후부터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조선주는 업황 장기침체에 따른 부진한 실적 전망에 약세였다. 암울한 분위기를 반전시킨 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증가와 신조선 가격 상승 소식이었다. 이에 향후 조선업체들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회사 목표량 대비 수주 달성률 63.6%, 대우조선해양은 64.7%를 기록하고 있다. 두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삼성중공업도 56.5%에 달했다. 특히 세계 LNG선의 신규 발주량(38척)은 지난해 동기 대비 257% 증가했는데 이중 현대중공업이 9척, 대우조선해양이 12척, 삼성중공업이 8척을 수주했다.

또 영국 해운·조선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신조선가 지수는 전주와 변동 없는 120였으나 선종별 선가가 전주보다 0.4~0.6% 올랐다. 지난 2월 이후 1조8000억달러에 머물던 LNG선의 선가는 1조8100억달러로 0.6% 상승했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LNG선 수주를 주도하는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잔량이 늘면서 LNG선 신조선가도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재개한 점도 조선주에 호재였다. 무역전쟁으로 인해 세계 교역규모와 선진국 컨테이너 물동량이 감소하면 컨테이너선 발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완화됐다.

◆ 주가 상승 이어질 수 있을까

다만 국내 조선업체들의 향후 실적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LNG선 수주와 선가 인상이 지속될 경우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김홍균 연구원은 “유럽 선사들의 LNG선 발주가 늘어나고 있고 러시아와 미국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LNG선 발주가 기대된다”며 “국내 주요 조선업체들이 LNG선 발주 증가에 따른 수혜를 입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후판 가격 인상으로 조선업체들이 선가를 최대한 올려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LNG선가가 클락슨 리서치 수준보다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도 선가가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조선업황 전망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주 물량 증가가 조선업체들의 실적에 크게 기여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해양플랜트 부문은 저렴한 인건비를 내세운 중국·싱가포르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저조한 실적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누적 신규 수주가 지난해 동기대비 증가했으나 척수·금액 기준으로는 감소했고 국내 조선사들의 해외플랜트 신규 수주가 최근 1년 간 전무하다”며 “주가 상승에 기술적 반등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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