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세무당국 회수실적이 아닌 구제실적 적용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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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양인정 기자] “취직이나 창업을 하려는데 체납세금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1년 전에 파산에서 채무를 면제받았는데 체납세금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국민신문고 게시판에는 취업을 앞두고 체납세금으로 세무서를 찾은 송모씨의 민원이 올라와 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송모씨는 지난해 개인사업자로 운영하던 금형주조 공장을 폐업했다. 송씨는 폐업 당시 부가세 4000만원을 납부하지 못해 조세연체자가 됐다. 그는 최근 일자리 생겨 취직을 결심했으나 체납세금으로 급여 압류를 우려했다. 송씨가 세무서를 찾아가 해별 방법을 문의했으나 세무서 담당자는 송씨에게 안내책자를 건네며 “체납세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압류가 예상된다”고 안내했을 뿐이다.

조세 채무가 재기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경우는 비단 이런 경우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2년전 폐업을 하고 사업운영과정에서 운영자금으로 대출금 채무로 지난해 2월 파산을 신청했다. 법원은 박씨의 채무 1억 2000만원을 모두 면책해 줬지만 체납한 부가세는 8000만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조세채무는 면책되지 않는다는 채무자회생법 규정 때문이다.

◇영원히 따라다니는 조세채무, 회수실적만 따져

체납된 세금이 취업과 창업의 발목을 잡는 일은 어제 오는 일이 아니다. 일단 발생한 체납세금은 감면되거나 조정되는 일 없이 평생 따라다닌다. 직장에 취업을 해도 곧 압류의 위험이 생기고 창업을 해도 주거래 통장이 막히기는 마찬가지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창업한 개인사업자는 106만 80000명,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73만9000명이다. 하루에 3000명꼴로 창업하고 2000명꼴로 사업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현행법상 폐업한 자영업자가 부가세 등 세금이 체납됐다면 이를 다 갚기 전에는 취업도, 창업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체납 자영업자의 재기를 위해 일정한 조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 최대 3000만원까지 체납세금을 없애주기로 했다. 또 취업한 후 세무서와 협의해 체납세금을 나눠서 내는 제도도 있지만 송씨는 "그런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체납채무자의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세무공무원의 회수실적만을 강조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세무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 국정감사 때만 되면 어김없이 회수실적을 가지고 지적을 하기 때문에 감면제도가 있더라도 적극 홍보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나 국회가 상환능력을 고려해 구제실적도 강조해야 한다"며 "어차피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다시 경제활동을 통해 세금을 납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조세체납자 구제해 일자리 창출...상환능력 없다면 금융채무와 같이 조정 필요

조세채무도 과감히 탕감해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남우진 세무방송 대표는 “현행 체납세금은 모두 한꺼번에 현금으로 내든지 소멸시효를 기다려 내는 방법밖에 없다”며 “금융채무와 같이 분납과 감면제도가 도입되어 있지 않아 체납자가 지하경제로 숨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 이런 경직된 체납세금 징수 제도가 취업과 창업을 제한해 일자리를 늘리지 못하는 데 한 몫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개인회생과 파산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인회생제도에서 조세채무는 나눠서 내는 조정이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최대 3년까지다. 이 때문에 원칙적으로 최대 3년을 갚는 개인회생제도에서 조세채무를 조정하고 나면 나머지 금융채무를 조정할 수 없게 돼 체납세금 조정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한 변호사는 “법원이 개인회생과 파산절차를 통해 채무자의 상환능력과 은닉재산의 유무를 객관적으로 평가했다면 세무당국이 그 근거를 가지고 탕감과 감면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체납세금의 발생 경위를 분석해 조세포탈과 같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매출 부진에 따른 것이라면 파산과 개인회생에서도 체납세금을 감면하거나 면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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