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송진현]

우리은행. 사진=연합뉴스

금융지주회사 출범을 통해 제2의 도약을 꿈꿔 온 우리은행이 ‘암초’를 만났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금융당국의 불필요한 규제나 마찬가지여서 규제혁파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지주사 전환 인가를 신청했다, 지난 2016년 천신만고 끝에 민영화를 이룬 이후 옛 영광을 회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다. 타 시중은행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지주사로의 전환이 급선무인 것이다. 지주사로 전환될 경우 출자여력이 현재의 자기자본의 20%에서 130%까지 확대돼 증권사와 보험사 등의 M&A를 통해 수익기반을 대폭 확충할 수 있다.

그런데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의 우리은행 자산 평가방법이 새롭게 출범할 우리은행지주의 큰 장애물로 떠올랐다.

금융지주사의 자회사인 은행의 자산을 평가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위험자산을 금융사 전체의 표준등급으로 평가하는 표준등급법과 금융사 자체 평가에 따른 내부등급법이 그것이다. 어떤 방법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은행의 건전성을 상징하는 BIS자기자본 비율이 달라지게 되면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BIS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계산하는데, 표준등급법의 위험가중치가 내부등급법에 비해 훨씬 높다. 가령 주택담보대출의 경우에 표준등급법을 적용하면 위험가중치가 35%인 반면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면 10~15%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미 지주사로 전환한 은행들 모두 내부등급법을 쓰고 이들의 지주회사도 내부등급법을 적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시행세칙을 통해 2016년12월까지 금융지주사 신청을 할 경우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도록 했다. 현실적으로 내부등급법이 은행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우리은행은 2014년까지 지주사 체제를 유지했었기에 내부등급법으로 자산을 평가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 2013년 바젤III(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한 제도)를 도입하면서 금융지주사 출범을 원활하게 돕기 위해 2016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도록 마련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기간이 종료돼 새롭게 탄생할 우리은행지주에게는 원칙대로 표준등급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오랜 민영화 과정을 거치면서 초우량은행으로 탄생한 우리은행의 1분기말 BIS자기자본비율은 15.09%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우리은행 자산을 표준등급법으로 재평가할 경우 BIS비율은 10% 정도로 급격히 하락한다. 금융감독원의 절차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출범 후 1년여의 심사기간을 거쳐 내부등급법으로 바꿀 수 있다.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 후 상당 기간 BIS비율 급락으로 국제 신인도 등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BIS비율이 낮아지면 달러 조달 등에서도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된다.

금융감독원이 시행세칙을 바꾸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고 그렇게 못할 이유도 없다. 일정 기간 행정예고 후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소득주도 성장과 주52시간 근로시간 정책 등으로 말미암아 우리사회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금융산업 육성과 규제개혁 차원에서도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 후 맘껏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한다.

더욱이 IMF 외환위기 직후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에는 아직도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정부가 18.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면 그만큼 정부의 지분 회수 효율성도 높아질 수 있다. 이는 곧 우리 국민들의 세금과도 직결된 문제이다.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보다 적극적이고도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스경제 발행인 겸 대기자>

 

송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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