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9개 비트코인ETF 상품 승인 모두 반려...남은 상품 1개 뿐
SEC "가상화폐 시장 작아 시세 조작에 취약...사기나 조작 대상 될 수 있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재차 거절하면서 연내 승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또 다시 거절했다. ETF 전문기업 프로셰어즈(Proshares)가 신청한 상품을 포함해 무려 9개 상품을 한꺼번에 반려했다. 비트코인ETF 승인을 두고 SEC의 회의적인 태도가 이어지면서 연내 상품 승인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3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EC는 현재 승인여부를 검토 중인 9개의 비트코인ETF 상품에 대한 승인을 거절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거절 대상이 된 상품은 프로셰어즈와 그라나이트셰어즈(GraniteShares), 디렉션(Direxion) 등 3개 회사가 신청한 비트코인ETF 상품 9개다.

SEC는 성명을 통해 “비트코인ETF가 사기나 조작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아직 확신하지 못했다”면서도 “해당 결정은 다시 검토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승인 과정에서 헤스터 피어스(Hester Peirce) SEC 위원은 “비트코인ETF 승인 거절은 혁신을 억누르는 것(stifled innovation)”이라고 주장하며 재검토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라이언 화이트(Ryan White) SEC 대변인은 “이번 거절은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 기술의 가치나 유용성에 대한 평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간 SEC가 지적해 온 불확실성이나 보안, 안정성 문제가 해결된다면 비트코인ETF 상품을 승인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SEC의 승인을 기다리는 비트코인ETF 상품은 투자은행(IB) 반에크(VanEck)와 스타트업 솔리드X가 신청한 ‘반에크-솔리드X 비트코인 ETF’ 하나 뿐이다. SEC는 지난 7일 해당 상품의 승인을 다음달 30일로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SEC가 최종 결정일을 내년 2월로 늦출 수 있다고 한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는 비트코인ETF의 운명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 가상화폐 시장 불안 여전…연내 비트코인ETF 승인 물 건너가나

그러나 시장 분위기는 낙관적이지 않다. 이미 SEC가 올해 들어 수차례 비트코인ETF 상품 승인을 거절한 데다 이번에 9개 상품의 승인을 한꺼번에 반려한 데서도SEC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가상화폐 시장규모가 점점 쪼그라들면서 SEC가 우려하는 시장 조작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올해 안에 승인을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크레센트 크립토 에셋 매니지먼트의 크리스 마타 공동설립자는 “가상화폐 시장은 규모가 작고 거래량이 적어 조작이 가능하다”며 “SEC의 가장 큰 걱정거리도 이 부분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독 당국이 제대로 된 규제안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시세조작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며 “비트코인ETF는 올해 안에 거래를 시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들어 가상화폐 시장 규모는 연초대비 4분의 1 토막이 났다.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1월 7일 시가총액은 8313억달러(약 938조원)이었으나 이날 오후 2시 현재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2107억달러(약 235조원)에 불과하다. 가상화폐 시장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해 ‘코인판’을 떠난 결과로 풀이된다. 

한편 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 반려 소식에 주요 가상화폐 가격은 크게 흔들렸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1.25% 오른 651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SEC의 승인 기대감에 지난 22일 오전 10시께 한 시간만에 300달러가 급등한 6786달러까지 치솟은 비트코인은 이후 23일 오전 6344달러까지 밀린 뒤 소폭 올라 6500달러선에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276달러), 3위인 리플(32센트), 4위 비트코인캐시(527달러) 등 주요 가상화폐 가격도 비트코인을 따라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허지은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