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르노 마스터, 밴과 트럭 등으로 출시 예정
SM6와 클리오 이은 3번째 프리미엄 전략
리베로·야무진 등 실패 들어 부정적인 시각 적지 않아
야무진 문제였던 차체 강성 문제는 극복했다는 입장
튜닝 산업 규제 완화로 활용성 높을 것으로 기대

[한스경제=김재웅 기자] 르노삼성차의 상용차 마스터 출시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독식해왔던 1t(톤)트럭과 밴 등 상용차 시장이 오랜만에 경쟁 체제로 돌입하게 됐다. 국토교통부 규제가 성공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하반기 중으로 마스터를 출시할 예정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르노 마스터를 올해 하반기 중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밴과 트럭 중 어느 모델을 내놓을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르노 제공

마스터는 르노가 1980년부터 3세대에 걸쳐 출시한 경상용차(LCV)다. 프랑스에서는 화물·승객용 밴과 특장차 및 트럭으로 다양하게 판매된다.

파워트레인도 2.3리터 디젤엔진을 기본으로 다양하다. 전기 모터를 장착한 모델도 최근 내놓았다.

마스터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활용성이다. 필요에 따라 12인승에서 19인승까지 쓸 수 있다. 개조도 간편해서 유럽에서는 캠핑밴 등 다양한 형태의 마스터 애프터 마켓도 발달했다.

르노 마스터는 다양한 활용성을 장점으로 한다. 르노 제공

미니버스 시장부터 공략하나

르노삼성 관계자는 “인증 등 절차는 마무리했다”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조만간 어떤 모델을 먼저 출시할지 결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이 일단 디젤 엔진에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승객용 밴을 먼저 선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밴 시장은 현대차 스타렉스와 쏠라티 정도가 전부다. 마스터 밴이 유럽에서 높은 연비와 승차감으로 인기를 끌어왔던 만큼, 국내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제원을 보면 마스터 밴은 스타렉스와 비슷한 크기를 갖고 있다. 전장이 마스터는 5048mm, 스타렉스는 5150mm다.

전고와 전폭은 쏠라티에 가깝다. 각각 2310mm, 2070mm다. 쏠라티는 전고가 2038mm, 전폭이 2038mm다. 전장은 6195mm로 차이가 많이 난다.

가격 경쟁력도 나쁘지만은 않다. 유럽에서 마스터 승객용 전륜 dCi 130 비즈니스 엔진 기준 시작가는 3만1800유로다. 한화로는 약 4200만원 정도다. 2365만원부터 판매되는 스타렉스보다는 비싸지만, 6082만원부터 시작하는 쏠라티보다는 저렴하다.

현대자동차도 스타렉스와 쏠라티를 이용해 캠핑카와 리무진 등 다양한 상용차를 만들어 판매 중이다. 현대자동차 제공

진짜 승부수는 1톤 트럭

다만 시장 크기는 밴보다 1톤 트럭 시장이 훨씬 크다. 7월 누적 기준으로 올해 스타렉스 판매량은 2만8737대, 반면 포터와 봉고는 합쳐서 9만3025대나 된다.

특히 1톤 트럭 시장은 오랜 기간 선택 사항이 현대차 포터와 기아차 봉고밖에 없었던 만큼, 마스터는 1톤 트럭 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르노삼성은 마스터가 기존 1톤 트럭과 비교해 더 안전하다는 장점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할 전망이다.

가장 큰 차이는 보닛의 존재다. 포터와 봉고는 보닛이 전혀 없는 원박스 방식으로, 사고시 큰 부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마스터는 세미보닛으로 충돌시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마스터는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도 쓸 수 있다. 후방 카메라, 주차 센서 등도 있다. 언덕 미끄럼 방지 기능도 갖췄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하는 포터와 봉고에는 장착될 가능성이 많지 않은 기능이다.

상대적으로 수준 높은 편의 기능도 차별점이다. 마스터는 프랑스에서 자동 공조 장치와 ‘R-링크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갖추고 나온다.

이는 ‘프리미엄 중형차’ SM6와 ‘프리미엄 소형차’ 클리오에 이은 르노삼성의 3번째 ‘프리미엄’ 전략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마스터는 국내에 기존 1톤 트럭들과는 달리, 더 안전하고 고급스럽다”며 “프리미엄 운송차 시장에서는 분명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포터와 기아자동차 봉고는 월 평균 판매량이 1만대를 넘는 인기 모델이다. 현대자동차 제공

상용차 시장도 ‘프리미엄’ 먹힐까

문제는 있다. 국내 1톤트럭 등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 실패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 리베로는 비싼 가격 때문에 실패한 모델이다. 2000년 당시 스타렉스 플랫폼을 빌려 고급형 트럭을 표방해 출시됐다. 파워트레인도 2.5리터 터보 디젤 엔진까지 고를 수 있었다. 마스터와 같은 세미 보닛 형태로 안전성도 높였다.

그러나 판매량은 거의 없었다. 때문에 2007년 단종을 맞았다. 1000만원을 넘는 가격이 문제였다. 당시 포터는 1000만원을 채 넘지 않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르노삼성의 전신인 삼성자동차가 1998년 내놨던 ‘야무진’도 마찬가지다.

당시 야무진도 높은 편의성을 앞세워 시장 문을 두드렸다. 파워트레인도 닛산에서 만든 2.7리터 디젤 엔진 TD27이었다.

그러나 판매량은 아주 적었다. 야무진과 대형 트럭을 합한 삼성상용차 판매량은 1998년 730대, 1999년 7359대, 2000년 1만1693대에 불과했다. 이후 야무진은 2000년 삼성자동차가 파산하면서 자연스럽게 단종됐다.

과적 논란 극복, 튜닝 규제 완화로 기대 높아

야무진이 실패한 이유로는 1톤 트럭 시장에서 만연했던 과적이 꼽힌다. 포터와 봉고는 적재 용량의 2~3배를 실어도 무리가 없었지만, 야무진은 1.5톤 트럭인 닛산 아틀라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음에도 차축이 휘어지는 등 문제를 일으켰던 것이다.

일단 르노삼성은 마스터 차체 강성에 대해 높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과적을 할 수 있는 차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절대 과적을 해서도 안된다”면서도 “마스터는 오랜 기간 유럽에서 인기를 이어오면서 차체 강성을 인정받은 모델이다. 야무진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자신했다.

마스터가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튜닝 시장도 뒷받침돼야 한다. 마스터가 유럽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다양한 활용성이었다.

실제 르노 프랑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마스터에서 350개 이상 제품군을 선택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가 최근 스타렉스를 캠핑카와 리무진 등 다양하게 분화해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쏠라티도 마찬가지다.

일단 상황은 긍정적이다. 최근 국무조정실이 ‘부산지역 규제혁신 간담회’를 통해 지역 기업인들과 만나, 화물차를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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