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수영 선수 생활의 최대 위기를 맞은 박태환(26)이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내년 8월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은 생겨 최악의 상황을 피했지만, ‘마린보이’ 명성에는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국제수영연맹(FINA)는 23일(현지시간) 사무국이 있는 스위스 로잔의 팰레스호텔에서 박태환 도핑위원회 청문회를 개최한 뒤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확정해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국내 변호사, 현지 도핑 전문 변호사 등과 함께 참석한 박태환은 검찰 수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금지 약물 투여가 고의성이 없었음을 강조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FINA는 당초 2~3일 후에나 징계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보였지만 “박태환의 징계는 그의 소변샘플을 채취한 지난해 9월 3일 시작해 2016년 3월 2일 끝난다. 지난해 9월 3일 이후 박태환이 거둔 메달이나 상, 상금 등은 모두 몰수한다”고 곧장 발표했다.
이로써 박태환이 지난해 9월 중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메달은 모두 무효 처리 됐다. 그는 자유형 100m에서 은메달, 자유형 200m, 400m, 계영 400m와 800m, 혼계영 4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통산 아시안게임 메달수를 20개로 늘린 박태환은 사격 박병택(금5·은9·동5)을 넘어 한국선수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지만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
이미지가 실추된 박태환은 새로운 스폰서를 찾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아시안게임 성적에 따른 포상금도 받지 못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아시안게임 포상금 지급 기준에 따르면, 개인 종목 금메달은 120만원, 은메달 70만원, 동메달 40만원이다. 대한수영연맹도 금 1,000만원, 은 200만원, 동 100만원의 자체 포상금 지급 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지급되지 않은 포상금은 수령이 불가능하다. 박태환은 앞으로 광고 모델 활동에도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다이나믹 코리아 홍보대사’ 자리도 위태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도 무산됐다.
이날 청문회에서 이기흥 대한수영연맹 회장 등 연맹 측은 박태환이 한국 수영에 이바지한 점 등을 설명하며 징계 경감을 호소했다.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광주에서 열리는 점도 곁들였다. 효과는 있었다. 박태환 몸에서 검출된 금지약물 테스토스테론은 일반적으로 2년 정도의 자격 정지 징계가 내려지지만 6개월이 줄어 내년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길도 열렸다.
하지만 박태환이 올림픽 무대에 서기 위해선 넘어야 할 걸림돌이 있다. 국내 규정이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1장 5조 6항에는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대표 선수 및 지도자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대한체육회가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박태환은 징계가 끝나는 2016년 3월2일부터 3년 간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 체육회 관계자는 "당장은 개정을 검토할 분위기가 아니다"면서 "임기가 끝난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새로 구성되면 논의해볼 가능성은 없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함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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