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너의 결혼식’이 극장가에 로맨스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2일 개봉한 이 영화는 첫 날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한 뒤 쭉 정상을 지키며 흥행 순항 중이다. 7월 말 8월 초 여름 극성수기 시즌 후 틈새시장을 노려 개봉한 ‘너의 결혼식’은 가을 감성을 자극하며 관객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 첫사랑 향수 자극..‘건축학개론’ 잇나

‘너의 결혼식’은 3초의 운명을 믿는 환승희(박보영)와 그녀만이 운명인 황우연(김영광), 좀처럼 타이밍 안 맞는 두 남녀의 다사다난한 첫사랑 연대기를 담았다. ‘건축학개론’(2012년) 이후 약 6년 만에 첫사랑을 소재로 한 국내영화다.

학창시절 첫사랑과 만남과 사랑을 그린 만큼 영화에는 향수를 자극하는 장치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MP3플레이어, 가로본능 휴대전화 등 2000년대 초반의 ‘핫 아이템’들이 반가움을 준다.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한 tvN ‘응답하라’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너의 결혼식’ 역시 시대를 상징하는 물건들을 통해 보는 이들을 과거의 추억에 젖어들게 한다.

첫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가 늘 그랬듯이 ‘너의 결혼식’ 역시 뻔한 클리셰의 장면들이 계속되기도 한다. 황우연은 전학생 환승희에게 첫 눈에 반한다. 겨우겨우 친해지던 찰나 환승희가 돌연 전학을 가고 그 뒤로는 깜깜무소식이다. 첫사랑을 늘 그리워하며 살던 황우연은 대학교 책자에서 환승희를 발견한다. 환승희가 다니는 명문대에 가기 위해 공부하고 합격했지만 환승희의 곁에는 남자친구가 있다. 첫 눈에 반한 남자와 예쁜 여주인공, 그리고 이들의 사이를 방해하는 연적까지. 기존에 숱하게 접한 첫사랑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런 뻔한 장면이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색다르지 않은 장면들의 향연은 관객들로 하여금 풋풋한 첫사랑을 추억하게 한다. 김영광 역시 “우리 영화는 어디서 본거 같은 상황도 많다. 그게 ‘나도 한번 겪어봤던 이야기’라는 공감대를 일으키는거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어렸을 때 좋아했던 여자친구도 생각나고 많은 향수를 일으킨 소중하고 고마운 작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 찌질한 남성 주인공 효과?

‘너의 결혼식’은 황우연의 시각으로 전개되는 영화다. 남성의 시각에서 추억하는 첫사랑을 보여주는 셈이다.

황우연은 그다지 멋있지도, 잘나지도 않은 인물이다. 소위 말하는 ‘백마 탄 왕자님’이 아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학교에서 공부는 못하고 싸움만 잘해 ‘꼴통’으로 불렸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 역시 서투르다.

‘순정 직진남’ 황우연은 첫사랑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다소 ‘스토커’ 못지않은 과한 장면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특히 환승희와 그의 남자친구 이윤근(송재림)이 같이 있는 모습을 훔쳐보다 질투에 못 이겨 돌을 던지는 등 선을 넘은 모습을 보인다. 일부 여성 관객들은 “황우연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스토커 같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극히 현실적이다 못해 찌질한 주인공이 풀어내는 첫사랑 스토리는 남성 관객들의 뜨거운 공감을 얻고 있다. 위화감을 주지 않는 평범한 캐릭터인 황우연에게 공감하고, 누구나 가슴 한켠에 간직한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 현실적인 스토리

영화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첫사랑 소재에 주인공들의 녹록치 않은 현실을 그리며 공감대를 더한다. 가슴 아픈 가정사, 취업난, 꿈과 미래, 결혼 문제 등을 버무리며 현실성을 높인다. 아름답고 행복한 판타지 멜로와는 결이 다르다. 또 첫사랑을 졸졸 따라다니다가도 자신의 일이 풀리지 않자 자기연민에 빠져 환승희를 탓하는 황우연의 모습은 연애 과정에서 겪었을 이기심을 보여주기도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판타지와는 전혀 다른 현실성을 띤 영화가 된다. 패기 넘치던 10대, 20대 시절을 보내고 30대가 된 황우연과 환승희가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갈등하는 모습은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한 영화 관계자는 “‘너의 결혼식’은 누구나 쉽게 공감할 만한 첫사랑이라는 소재에 현실성이 더해져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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