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다양한 헬스케어서비스 속속 등장
의료법·개인정보법과 충돌 가능성…성장 위한 해결 과제 산적

[한스경제=전근홍 기자] 

보험업계는 새로운 먹거리로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결합한 ‘인슈테크(Insurance+Technology)’를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 스스로가 건강을 관리하게 함으로써 손해율을 낮춰 보험금 지급 부담도 줄이고, 그만큼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게 하는 ‘윈-윈’ 구조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다. 본격화된 인슈테크 시대에 개인의 건강관리 노력을 도와주고 보험료 할인혜택과 포인트를 지급하는 ‘예방관리형 보험’ 즉 ‘건강증진형’ 상품을 통해 ‘헬스케어서비스’를 제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는 이미 웨어러블 기기(스마트폰 연동해 사용하는 안경이나 손목시계, 밴드형 기기)를 통한 혈당 측정에서 나아가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의료인을 연결해주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지만 의료법에 발목을 잡힌 국내 헬스케어 보험 서비스는 단순한 건강점검 서비스 제공에 그치고 있다. 이에 100세 시대 노후의 건강한 삶을 위해 치열하게 건강관리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국내 보험사의 헬스케어서비스의 특징을 살펴보고 포화상태인 국내보험업계가 나갈 길에 대해 한스경제가 3회에 걸쳐 진단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인 고령화는 노후 의료비 지출을 늘려 가계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고령자 의료소비 실태 및 인식조사’를 보면 최근 5년 내 의료비 지출이 많은 고령 환자들의 평균 치료비용이 3000만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부양한 경험이 있는 가정들 상당수는 이에 따른 가계 소득 감소를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헬스케어서비스는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관계 법령에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환자의 건강정보를 보험사가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건강에 대한 진단과 컨설팅을 도와주는 행위 자체가 의료행위로 볼 수 있으며 현행법은 이를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은 미래에 일어날지 모르는 사건·사고·질병에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보험금 지급요건이 충족되면 가입조건에 맞게 보장하는 ‘사후보장 시스템’인 것이다. 그러나 건강증진형 보험 상품인 헬스케어 보험서비스가 등장해 보험업계에 일대 변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건강증진형 보험은 소비자가 운동 등을 통해 맥박, 혈압 등의 수치를 개선시킬 경우 보험사가 건강관리기기 구매비용을 보전해주거나 월납 보험료를 할인해주고 나아가 건강관련 서비스 제공 등의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생명·손해보험 상품의 영역이 파괴돼 포화상태에 이른 보험시장에서 당뇨, 고혈압 환자 등 유병자 상품을 출시하며 영역을 넓혀가려는 보험사들 입장에선 건강관리 및 소비자의 건강증진 정보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신규 보험 상품을 출시해 수익을 늘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에게 돌려줄 보험금의 지출을 줄이는 것 또한 사업규모 확대만큼 필수적인 경영전략일 수 있어서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AIA생명, ING생명 등 생명보험사 2개사와 KB손해보험, 삼성화재 등 손해보험사 2개사 등 총 4개 보험사가 가입자의 건강관리노력에 따라 혜택을 제공하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을 출시해 판매중이다.

사진=삼성화재 블로그

생활습관만 고쳐도 보험료 할인

이들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생활습관을 고치거나 건강관리 활동을 하도록 유도해 보험료 할인혜택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AIA생명의 ‘바이탈리티 걸작 암보험’은 ‘걷기운동’를 평가 지표로 삼아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ING생명은 자사 ‘라이프케어 CI종신보험’과 ‘라이프케어 변액CI종신보험’을 개정 출시해 판매 중이다. 체력 인증 및 걷기 목표를 달성하면 최대 50만원까지 현금으로 돌려준다. 걷기운동 어플리케이션인 ‘닐리리만보’를 활용해 하루 평균 1만보 걷기를 실천하면 달성한 개월 수를 만큼 월 보험료의 일부를 만보달성 축하금으로 지급 해준다.

삼성화재는 건강증진형 보험서비스 ‘애니핏’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건강관리 서비스인 ‘삼성헬스’ 앱을 통해 보장성보험 5만원 이상 가입고객이 걷기, 달리기, 등산 등 운동 목표를 달성하면 모바일 쿠폰으로 교환 가능한 포인트를 제공한다.

KB손해보험은 당뇨전문보험 ‘KB당뇨케어건강보험’을 시판하고 있다. 이 상품은 보험업계 최초로 대형병원과 제휴를 통해 당뇨환자에게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KB손보는 당뇨환자에게 최적화된 보험상품 개발 및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을 위해 당뇨질환에 권위가 있는 가톨릭 서울성모병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상품개발에 대한 자문을 받아왔다.

보험업계 안팎에선 국내 보험시장의 헬스케어 서비스는 아직 의료법과의 충돌 문제나 개인 건강 정보 수집에 따른 논란도 있어 보험업계의 신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는 이미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혈당 측정에서부터 복합 건강관리, 의사와의 상담에 이르는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 중인 것에 비교하면, IT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이름에 걸맞지 않는 초라한 성과”라고 지적했다.

정성희 연구원은 또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과의 충돌문제는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의 성장을 저해 하는 요소”라면서 “법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진일보한 상품이 개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승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가령 의료법에서 간단한 의료정보 제공조차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있는데 보험사가 헬스케어서비스 시장에 본격 진출이 어려운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며 “시대 상황의 변화와 소비자 인식, 사회통념 등을 고려해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의 구분을 시도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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