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출범' 벤투의 색깔은? 점유율ㆍ압박 vs 예단 어려워
'1기 출범' 벤투의 색깔은? 점유율ㆍ압박 vs 예단 어려워
  • 박종민 기자
  • 승인 2018.08.28 06:10
  • 수정 2018-08-28 0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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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KFA 제공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KF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전체적으로 강하고 90분간 끊임없이 뛰는 팀을 만들겠다.”

파울루 벤투(49) 신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23일 경기도 고양시 한 호텔에서 가진 취임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말이다. 지향하는 축구 스타일과 철학에 관한 질문에 그는 “볼을 점유하고 경기를 지배하며 최대한 많은 기회를 창출하는 경기를 하고 싶다. 수비는 언제 어디서 과감하게 압박할 지 생각하고 있다. 공격적으론 위험을 줄이고 야망을 갖는 팀이 됐으면 한다”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대표팀의 정체성을 찾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27일 발표한 9월 A매치 소집 대상 선수 24명의 면면을 보면 점유율과 압박, 활동적인 축구에 대한 벤투 감독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러시아 월드컵 참가 선수는 17명,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 중인 선수는 8명이 포함됐다.

◇공격은 활동량 좋은 선수들로 구성

공격 자원으로는 붙박이인 손흥민(26ㆍ토트넘 홋스퍼) 외에도 황의조(26ㆍ감바 오사카)와 이승우(20ㆍ헬라스 베로나), 문선민(26ㆍ인천 유나이티드) 등 그라운드 활동량이 좋은 선수들이 대거 발탁됐다. 특히 황의조는 지난 23일 열린 아시안게임 이란과 16강전(2-0 승)까지 대회 4경기에 출전해 5골을 성공시키며 벤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축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황의조에 대해 “골을 넣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강인한 신체, 운동능력을 활용해 득점을 해내는 스타일이다. 수비수들이 부담을 느낄 만한 유형의 선수”라며 “허리에서 하체로 이어지는 코어 힘이 남달라 바디 밸런스 역시 훌륭하다는 강점이 있다. 때문에 몸싸움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비유하자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의 간판 루이스 수아레스(31ㆍ우루과이) 느낌이 난다. 파워풀하고 과감한데 골 결정력까지 높다. 유럽 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는 실력”이라고 극찬했다.

이승우는 민첩성, 스피드를 통한 순간적인 돌파와 방향 전환에 능해 상대 수비진의 뒷 공간 침투에 활용될 수 있으며 문선민은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상대의 견고한 수비 라인을 흔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축구 대표팀 9월 A매치 소집 24인 명단표.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축구 대표팀 9월 A매치 소집 24인 명단표.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미드필드는 기동성 강조, 수비는 우려

미드필드는 안정감 속에서 기동성을 강조했다. 기성용(29ㆍ뉴캐슬 유나이티드)을 중원의 사령관으로 앉혀 공격과 수비진간 연계에 힘을 싣는 한편, 그의 탈압박 능력을 통한 공수 전환, 역습 가능성을 기대케 했다. 역습을 도울 자원으로는 측면에서 빠르고 왕성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이재성(26ㆍ홀슈타인 킬), 황인범(22ㆍ아산무궁화) 등을 낙점했다. 황인범은 지난 23일 아시안게임 이란전에서 넓은 범위를 커버하면서 황의조에게 킬 패스를 건네 완벽한 골을 만들어냈다.

스쿼드상 다소 우려되는 포지션은 수비다. 핵심 공격수 김민재(22ㆍ전북 현대)를 비롯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반전 수비력을 뽐낸 김영권(28ㆍ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존재는 든든하다. 하지만 윤석영(28ㆍFC서울)의 발탁은 ‘실험’이 될 수 있다. 2016년 11월 캐나다와 친선경기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에 대표팀에 승선한 그는 과거 잦은 수비 실책과 기복으로 오점을 남겼다. 물론 벤투 감독은 볼 점유율 증대와 전방위 압박을 통해 수비에서도 약점이 노출되지 않도록 구상하고 있다. ‘거미손’ 조현우(27ㆍ대구FC)의 발탁도 대표팀의 골문을 걸어 잠그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첫 소집… 예단은 삼가야

또 다른 축구 관계자는 27일 “세계적으로 볼 때 멕시코, 터키, 크로아티아 등이 높은 점유율과 쉴 새 없는 압박, 많은 활동량으로 승부해 왔다”며 “이들 국가들은 공격수의 수비 가담이 적극적일 뿐 아니라 공격과 수비라인 간격도 짧다. 공수가 그라운드 중앙에 몰린 상태에서 분주하게 가지치기를 하는 형태다. 벤투 감독이 원하는 축구도 그러한 축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소집으로 벤투 색깔을 예상하기엔 이르다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차상엽(43) JTBC3 FOX SPORTS 해설위원은 “공격진에 원톱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벤투 감독이 선수로 활동할 때 포르투갈 대표팀도 그런 축구를 했다. 따라서 2선에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선수들을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벤투 감독이 대표팀의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K리그 두 경기 정도만을 보고 내린 선택이라 이번 소집 명단에 큰 의미를 둬선 안 된다”고 짚었다.

한준희(48) KBS 축구 해설위원 역시 “월드컵을 보고 당시 활약한 선수들을 뽑았을 것이고, 아시안게임을 보고 황의조, 황인범, 김문환(23ㆍ부산 아이파크)을 발탁했을 것이다. 아울러 K리그 경기를 통해 윤석영을 선발했을 것 같다”며 “공격적인 구성의 스쿼드이긴 하지만, 벤투 감독이 한국 축구를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가 펼칠 축구 색깔을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 예단하는 것은 조작이 될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번 ‘벤투호 1기’는 오는 9월 3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돼 7일 코스타리카, 11일 칠레와 평가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