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코인마켓캡 순위, 가상화폐 거래소 상위 100개 중 70개 거래대금 왜곡
투자자들 "코인마켓캡 믿었는데...순위마저 가짜라니" 울분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이 제공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순위가 상당 부분 왜곡됐다는 분석이 나왔다./사진=이미지투데이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 순위 선정의 기준이 되는 ‘하루 거래대금’이 상당 부분 부풀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명 가상화폐 정보업체 중 하나인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이 제공하는 상위 100개 가상화폐 거래소 중 70곳 이상이 실제보다 더 많은 거래규모를 사이트 상에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가상화폐 리서치업체인 블록체인 투명성 연구소(Blockchain Transparency Institute·BTI)는 보고서를 통해 코인마켓캡이 제공하는 가상화폐 거래소 순위가 왜곡됐다고 분석했다. BTI는 코인마켓캡이 제공하는 상위 10개 가상화폐 거래소 중 최소한 7개 거래소가 거래대금을 최대 100배 가까이 부풀려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인마켓캡은 지난 2013년 문을 연 가상화폐 정보업체로 가상화폐 투자자라면 누구나 이용해봤을 만큼 널리 알려진 사이트다. 시중에 발행된 모든 코인들의 시가총액과 현재 가격, 발행량, 거래량 등 주요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가상화폐 투자자의 ‘필수 입문 코스’로 손꼽힌다. 뿐만 아니라 24시간 거래대금 기준으로 선정한 가상화폐 거래소 순위를 제공해 투자자들의 거래소 선택을 돕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거래소 순위가 왜곡된 결과를 반영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BTI 관계자는 “코인마켓캡은 보다 정확한 일 거래 규모를 반영하기 위해 ‘조정된 볼륨(Adjusted Volume)’을 새로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는 일일 방문자 수를 기반으로 분석한 일 거래대금을 훨씬 웃돌았다”고 지적했다.

BTI의 분석에 따르면 코인마켓캡 상 상위 10개 가상화폐 거래소 중 4곳의 거래대금은 최대 수천배까지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그래픽=허지은 기자

◆ 거래소 방문자 수로 역추산해보니…거래대금 4400분의 1로 줄어

BTI는 이번 연구에서 코인마켓캡 상에 나타나는 거래대금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규모인지를 분석했다. 사이트 트래픽을 구하는 시밀러웹(SimilarWeb)을 통해 각 거래소 사이트 방문자 수를 구한 뒤 이를 바탕으로 거래소 전체의 일 거래대금을 추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추산한 일 거래대금과 코인마켓캡 상의 데이터를 비교해 거래대금이 얼마나 부풀렸는 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인마켓캡 기준 상위 10개 거래소 중 비박스(BiBox)와 비트제트(Bit-Z), 엘뱅크(LBank) 등 3개 거래소는 거래대금 규모를 실제치보다 훨씬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각각 거래소 순위 8, 9, 10위에 랭크된 거래소로 일 거래대금이 2억달러(약 2219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TI 분석에 따르면 비박스는 실제보다 85배, 비트제트는 469배, 엘뱅크는 4400배 이상 거래대금을 ‘뻥튀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BTI가 역추산한 실제 일 거래대금은 엘뱅크는 4만5454달러(약 5043만원), 비트제트는 42만6439달러(약 4억 7317만원), 비박스는 235만2941달러(약 26억1082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BTI가 방문자 수를 바탕으로 새로 만든 가상화폐 거래소 순위. 국내 거래소 중 빗썸이 4위, 업비트가 16위에 올랐다./사진=BTI

◆ “순위마저 가짜라니” 투자자들 울분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순위마저 가짜라면 뭘 믿고 거래소를 선택해야 하느냐’며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한 가상화폐 투자자는 “처음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할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이 ‘어느 거래소를 선택하느냐’하는 문제”라며 “거래소 순위 사이트를 참고할 수밖에 없는데 이게 왜곡됐다니 속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보고서에서 거래대금 왜곡이 없는 거래소도 다수 발표됐다. BTI가 방문자 수를 토대로 새로 발표한 거래소 순위에서 바이낸스(Binance), 비트피넥스(Birfinex), 코인베이스 프로(Coinbase Pro)가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다. 국내 거래소 중에서는 빗썸이 4위, 업비트가 16위에 올랐다.

BTI 관계자는 “빗썸과 비트렉스(Bittrex), 쿠코인(Kucoin), 크립토피아(Cryptopia) 등과 같은 일부 거래소에서는 거래대금보다 방문자 수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훨씬 더 많은 거래대금을 보고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제 거래규모를 정확하게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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