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서류전형 면제 혜택 받는 면접자, 860명 이상”

[한스경제=김서연 이승훈 오현빈 기자] 시중은행,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 저축은행, 금융공기업 등 금융권 59개 기업이 참여하는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지난해 하루였던 행사기간도 이틀로 확대됐고, 채용면접 사전예약제도의 도입, 화상면접·상담 진행으로 구직자의 편의를 대폭 높인 것이 특징. 올해 채용박람회에서 서류전형 합격 혜택을 받는 우수면접자는 지난해 429명에서 860명 이상 두 배 이상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권 취업준비생에게 이번 박람회는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금융회사 인사담당자에겐 전서류·필기·실무면접·임원면접 등 전형별 ‘꿀팁’은 무엇인지 직접 물어봤다. <편집자주>

29일 서울 동대문구 소재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들이 면접대기실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김서연기자 brainysy@spobiz.co.kr

올해도 금융권 채용의 큰 장이 섰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은행 등 국내 주요 6대 은행을 비롯해 보험사·증권사·카드사·저축은행·금융공기업 등 금융권 59개 기업은 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를 열고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현장면접과 채용상담을 진행했다. 사전에 박람회 홈페이지에서 면접과 상담을 신청한 지원자들의 줄이 이른 아침부터 부스마다 길게 늘어섰다. ‘채용절차 모범규준’에 따라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한 필기시험이 올해부터 도입되다보니, 채용박람회가 열리는 입구부터 금융권 취업을 위한 필수용어 정리와 필기 예상문제 핸드북을 나눠주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구직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곳은 단연 은행권이었다. 행사 당일 현장면접을 실시하는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은행은 블라인드 심사로 우수 면접자를 선발해 하반기 공채에서 1차 서류 전형을 면제해주는 혜택을 준다. 면제 혜택을 받는 우수 면접자 비중도 지난해 25%에서 올해는 현장 면접자의 3분의1로 확대했다.

취업준비생 “면접관, 자기소개 대신 이력서 기반 경험 물어봐”

현장면접관은 행사로 시끄러운 와중에도 줄곧 긴장감이 흘렀다. 면접관 한쪽에 마련된 지원자 대기석에서 현장면접을 기다리는 취업준비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10시 첫 타임에 우리은행 면접을 봤다는 윤단비(24·여)씨는 “현장면접 시간이 5분밖에 되지 않아서 자기소개나 지원동기 등 전형적인 질문을 예상했으나 이력서를 바탕으로 한 꽤 날카로운 질문이 나왔다”며 타행 금융 IT 서비스와 비교하는 질문을 예시로 들었다. 윤씨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해서 IT(정보기술) 직군 지원을 염두에 두고 은행 시스템 개발이나 우리은행의 모바일 메신저인 위비톡 같은 새로운 플랫폼의 개발 기회를 얻고 싶음을 어필했다”고 덧붙였다.

대구, 부산 등 지방에서 올라온 구직자들도 상당수였다.

스터디원들과 함께 대구에서 박람회를 찾았다는 박정현(25·남)씨는 “모 시중은행 프로젝트나 그간 해온 금융활동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면서도 “다만 대기 시간이 길고, 지원자가 많은 탓에 면접관들이 준비한 자소서를 많이 안본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는 이어 “시중은행 대부분이 현장면접만 진행해 금융권 준비 관련 상담은 지방은행만 할 수 있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교복을 입은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도 다수 참가했다.

상업계 특성화고에서 회계를 전공한 박도연(18·여)양은 “평소 학교에서 회계원리, NCS은행창구사무 같은 실질적인 교과 과목을 배워왔다”며 “스스로도 은행 인재상이나 하는 일을 찾아보니 적성에 잘 맞아 행원을 꿈꿔왔다”고 말했다.

은행을 비롯, 손해보험사나 증권사 취업을 꿈꾸고 있는 구직자들도 박람회 문을 두드렸다. 손보사 취업을 목표로 한다는 김모(27·남)씨는 “인턴이나 관련 경험들이 자신이 원하는 손보사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 실무진에게 직접 물을 수 있어 유익했다”고 밝혔고, 증권사를 희망하는 유재천(25·남)씨는 “평소 증권사 모의투자 대회나 실전 대회에 참가하며 증권사에 관심을 키워왔는데 대형 증권사뿐만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 정보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현장면접과 채용상담을 신청하는데에도 꿀팁이 있었다”고 귀띔한 지원자도 나왔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채용박람회에서는 채용면접 사전예약제도가 도입돼 지원자들이 면접 날짜를 미리 선택할 수가 있었다. 사전상담도 가능했다. 면접과 상담 모두 선착순으로 마감됐다.

유모(24·여)씨는 “금융권 취업 온라인 카페를 돌아다녀보니 첫째날은 채용상담을 신청하고 둘째날 면접을 신청한 구직자가 많았다”며 “첫째날 채용상담을 하고 현장 분위기를 살핀 다음 둘째날 이를 바탕으로 면접을 보겠다는 전략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하반기 채용 필기·면접전형. 표=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인사담당자 “서류전형, 구체적인 사례를 드는 것이 중요”

인터뷰에 응한 구직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면접시간이 5분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질문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경험을 인사담당자들이 집중적으로 묻는 듯 했다. 시간이 짧다보니, 천편일률적인 자기소개보다 구직자를 단시간에 파악할 수 있는 경험을 원하는 듯 했다.

우리은행 인사담당자는 “서류전형의 핵심인 자기소개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원자의 직무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금융 자격증과 외국어 능력은 서류전형 당락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우리은행은 25개국 413개의 국내 금융권 최대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외국어 실력이 우수하면 비중 있는 가점이 주어진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신한은행 인사담당자는 “자신만의 진정성 있는 스토리가 담겨있을 때 좋은 평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럴 듯 해 보이는 타인의 사례를 본인의 경험인 것처럼 꾸며서 작성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카드사 자기소개서 역시 ‘경험 어필’이 중요해 보였다. KB카드 인사담당자는 “서류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카드업계에 얼마큼 관심을 가지고 준비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경험”이라며 “전공, 자격증, 동아리, 학회, 경연 대회, 애플리케이션 개발, 통계 등 회사에 도움이 될 만한 경험들을 직무와 잘 연관 지으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KB카드는 올해 하반기에 일반직무 분야 공채 30명을 뽑을 예정이다. 면접은 기존에 보던 블라인드 테스트다. 필기는 이번 시험부터 NCS를 도입한다.

SGI서울보증은 직무와 관련된 지식과 다양한 방식의 면접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GI서울보증 인사담당자는 “기업 이미지를 잘 알고 오는 것도 중요하다”며 “회사가 단정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만큼 면접 시 튀지 않게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자기소개서와 직무관련 시험을 많이 본다”며 전공 소양의 중요성도 힘주어 말했다. SGI서울보증의 필기시험은 공통논술과 NCS기반 시험 이외에도 경영, 경제, 법학, 통계, 전산 등 전공 관련 시험으로 이뤄져 있다. 면접은 구조화 면접, 토론 면접, 개별 면접을 본다.

현장면접과 채용상담에 사전 신청을 받았지만 계속 몰려드는 지원자로 일부 은행은 대기 순번을 부여해 더 많은 구직자를 받을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기업은행 인사담당자는 “216명이 우선 신청 면접자로 등록했지만 대기 순번을 줘서 더 받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장면접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신분증과 현장면접 신청서, 개인정보 수집이용동의서가 필요하다. 면접대기실 앞에 붙어있는 홍보물. 사진=김서연기자 brainysy@sporbiz.co.kr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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