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투명한 인사·책임경영·건강한 지배구조 확립이 경영목표"
"아세안 진출 통한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디지털 금융 선도하겠다"
"하이투자증권 인수, 전국 영업망 확보 교두보 될 것"
"임팩트 금융에 투자, 사회적 기업 육성으로 포용적 금융 실천"

[대담=문주용편집국장, 정리=전근홍 기자] “지주회장으로서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해 신임 은행장이 임기동안 맘놓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취임한지 석 달을 넘긴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의 포부는 비장했다. 30년간 금융권에 몸담으며 ‘포용적 리더십의 전형’이라는 평을 들어왔던 그는 DGB가 처한 위기에 ‘소통’, ‘인재육성’, ‘경청’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최근까지 DGB금융그룹은 회장이 구속되고 차기행장 선임 과정에서 내부의 견제와 갈등으로 내홍에 휩싸이면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박인규 전 지주회장이 업무방해와 횡령 등으로 구속됐는가 하면 지난 5월 김경룡 전 DGB금융지주 직무대행이 차기 은행장에 내정됐지만 노조를 비롯한 안팎의 비판적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사퇴했다. 신임 김태호 회장이 취임한 뒤 종합금융지주사를 목표로 추진한 하이투자증권 인수건 역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박인규 전 회장과 임원들이 연루된 비자금 조성과 채용 비리 등 CEO리스크가 불거져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셨던 바 있다.

이러한 현실을 인식한 듯 김 회장은 연거푸 투명한 인사·책임경영·건강한 지배구조 확립을 목표로 조직쇄신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는 소통과 경청을 통해 경영자로서 겸손한 자세로 임하겠다는 철학도 밝혔다. 그 일환으로 선배 원로단(퇴직 임원, 대학 교수)에 지속적인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신임 은행장은 임기동안 자율경영을 확실히 보장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이라며 "지주회장은 모범적인 지배구축을 통해 그룹의 전략적 방향성과 목표를 부여하고 은행장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경영을 해 회장과 은행장이 각자의 자리에서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 때로는 최대한 낮은 자세로 함께 협조하는 것이 진정한 경영 공조체제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DGB금융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인식에 대해선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고 현지영업이 가능한 인도차이나 반도국가(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에 교두보를 마련할 것임을 강조했다. ‘아세안지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하겠다는 경영 철학이 담긴 설명이다. 하반기에는 지역은행 중 최초로 디지털 금융을 선도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의 ‘인터넷 뱅크’ 사업을 펼칠 것이란 구상도 쏟아냈다.

앞으로 지역의 종합금융사로 발돋움 할 DGB금융그룹의 모습이 궁금해 경영자이자 한 인간으로서 김태오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

-소통의 리더십과 내부에 제대로 된 자정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DGB금융이 당면한 사태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는가

▲경영상의 위기관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조직 내의 문제는 다양한 형태로 어떤 방식으로든 발생한다. 최근에 불거진 CEO의 도덕성 문제로 직원, 주주, 지역민에게 큰 피해를 줬다. 근본적으로 내부 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되지 않았던 탓이다.

-DGB금융이 변화하기 위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DGB는 폐쇄적인 조직문화였다. 우선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힘쓸 생각이다. 일단 상벌이나 전보, 승진 등이 결정되면 그 이유를 모두 공개하겠다. 결국 인사과정이 투명해야 하는데 원칙과 기준을 만들고 원칙에 어긋난 인사 발령이 이뤄졌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을 생각이다. 오랫동안 변함없이 품어온 뜻은 사람이 기업의 미래라는 것이다.

또한 ‘반부패경영시스템(ISO37001)’을 도입할 것이다. 이를 통해 DGB의 실추된 이미지 쇄신·대외신뢰도 향상·금융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모든 임직원에 대한 부패방지 윤리경영 실천지침 역시 마련할 계획이다.

취임 후 구상한 경영철학은 ‘DGBWAY’다. 이 철학은 소통을 통해 ‘함께 멀리가자’라는 의미다. 임직원과 소통을 확대하고 열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먼저 그룹 경영진 워크숍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룹 경영진이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그룹 발전방향을 토론하고 도출된 결과를 전 직원과 공유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DGB금융내 조직쇄신 시스템이 있는가

▲최근 DGB는 일련의 사태로 대·내외적으로 많은 홍역을 치뤘다. 무엇보다도 지역민의 믿음에 보답하지 못한 점은 거듭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로 뉴스타센터(New Start Center)라는 한시적 운영조직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DGB의 신뢰회복·영업원칙확립·인재육성변화·장기비전공유·업무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기틀을 다지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차기 은행장 선임 후 경영상 공조체계는 마련됐는가

▲대구은행은 DGB금융그룹의 주력 자회사이다. 회장 취임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지만 은행장은 임기동안 자율경영을 보장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이다. 지주회장으로서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그룹의 전략적 방향성과 목표를 제시하고 은행장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은행 경영에 나서는 경영방향을 구상해뒀다.

구체적으로 지주회장과 은행장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대한 낮은 자세로 지역사회의 신뢰회복을 위해 최대한 협조해야 진정한 경영상의 공조체계가 완성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격식 없는 소통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 철학이다.

-경영상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종합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해 비은행 계열사 확대 방안의 일환으로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

▲취임 후 줄곧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아왔다. 다른 시중은행과 지방금융이 증권사 이익 비중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DGB금융이 성장하기 위한 미래성장의 핵심이 증권사 인수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이투자 증권을 인수 한 후 기대되는 DGB금융의 변화된 성장 모습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큰 틀에서 종합금융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대구은행 이외에 생명보험과 자산운용, 캐피탈 등에도 인재를 배치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하이투자증권이 동남권과 수도권에 지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발판삼아 대구경북에 한정된 영업망을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을 통해 은행에 쏠린 수익구조를 극복하는 핵심 열쇠인데, DGB금융뿐만 아니라 정부정책과 지역 균형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정부가 추진하는 조선업의 비핵심자산 매각과 경영합리화에 부합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합리적인 선택이자 결단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지역 업체와 지역민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상반기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0.68%)과 자기자본순이익률(9.83%)이 1년전보다 각각 0.02%포인트, 0.14%포인트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수치만 놓고 개선됐다고 보기에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DGB금융그룹은 대구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표적인 금융기관이다. 기본적으로 지역에 텃밭을 잘 가꾸고 지역민에 맞는 알토란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보기 보다는 지역금융기관으로서 지역기업과 지역민을 위해 기본에 충실했던 것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

-지역금융기관으로서 충실했다는 점은 공감한다. 하지만 금융당국 수장이 베트남을 방문하고 해외진출을 독려하는 상황에서 한 단계 진일보하기 위한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가

▲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대부분 수익성이 좋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패턴을 보인다. 각종 지표를 보면 2017년 말을 기준으로 해외 당기순이익이 1조원, 해외점포수가 431개로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고 현지영업이 가능한 인도차이나 반도(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으로 수익창출이 가능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그것을 발판삼아 아세안지역을 아우르는 DGB금융이 되도록 계획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포용적 금융’과 ‘생산적 금융’이 강조되고 있다. 경제 산업의 혈관 역할을 하는 금융권이 중소기업대출을 늘리고 서민층에게 중금리 대출을 늘릴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가

▲회장 취임 때부터 줄곧 ‘포용적 금융’에 대한 DGB금융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의견을 청취해왔다. 그 일환으로 대구은행을 통해 중소기업·소상공인·개인 등 모든 고객을 아우르는 ‘New DGB W.I.S.H(희망)’ 특별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나아가 사회적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투자하여 이익을 내는 혁신금융의 일종인 임팩트 금융 활성화를 위해 ‘한국임팩트금융’에 곧 지분을 출자할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17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관계형 금융 성과를 인정받아 최우수은행에 선정됐다. 앞으로도 DGB는 고객 맞춤 금융서비스 제공·기술금융 육성 방안 마련·일자리 창출 기여·지속적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여러 분야에 기여하는 금융회사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인간 김태오는 어떤 사람인가

▲지금껏 어떤 자리에 있든 ‘소통’이란 가치를 가장 소중히 생각해왔다. 대화를 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생각을 알 수 없고 또 들어야만 내 자신의 잘못된 점을 바꿔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조직의 수장이라면 높은 도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결국 공정성을 위한 시스템을 갖춘 조직이 필요한데, 앞으로 능력이 있고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키우고 이를 검증·발탁하는 시스템을 세울 것이다.

모든 것은 혼자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 자신 역시도 문제가 있다면 자리에 연연치 않을 생각이다. 혼자가면 멀리 갈수 없지만 함께 가면 오랫동안 멀리 갈수 있다는 경영철학을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

-김태오 회장은 

1978년 외환은행에 입행해 금융업과 인연을 맺은 후 1991년 보람은행 설립 때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보람은행이 1999년 하나은행과 합병한 후에는 대구·경북지역본부장과 영남사업본부 부행장을 지내며 하나은행의 지역 영업력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았다.

하나금융지주에서는 리스크관리 및 시너지담당 상무와 인사전략·커뮤니케이션·홍보 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2년 하나생명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2007년 출범 후 적자 행진을 이어가던 회사를 처음으로 흑자로 돌려놓는 성과를 냈다. 특히 하나생명 사장 시절 ‘소통경영’으로 조직 안팎의 신망이 높아 DGB금융그룹을 안정시킬 적임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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