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지지율 1위 문재인 후보의 별명은 ‘고구마’였다. 답답하다는 의미였다. 그는 당시 고구마에 비유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저는 말도 느리고 많은 요소들을 고려하게 된다...(중략) 저는 고구마처럼 든든한 사람”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19대 대통령이 됐다. 어느새 1년3개월이 지났다. 2018년 무더웠던 여름을 넘기며 느끼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소회는 답답함이다. 이대로라면 고구마는 문재인이 아닌 문재인 정부의 별명이 될 듯하다.

지난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7월 고용동향’을 놓고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은 날개를 펴지도 못한채 실패한 정책으로 낙인찍히고 있다. 이에 앞서 정부가 주도한 ‘최저임금인상’과 ‘주52시간제’는 자영업자를 망하게하고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악질 법으로 추락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면에 나섰다.

대통령은 지난 25일 전당대회를 연 더불어민주당에 보낸 영상 축하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기조로 가고 있다”면서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튿날(26일)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소득주도성장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자의 눈에 최근 비춰진 정부는 미안하지만 고구마 같다. 답답하다.

17일 고용통계 발표 후 대통령과 청와대 정책실장이 모처럼 순발력있게 대응하는 모습에 그나마 점수를 주고 싶지만 내용은 낙제수준이다. ‘왜’가 없다. 국민 눈높이 맞춘 설명은 없고 필요성만 강조하고 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해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목민하려는 것인가

왕정국가 때 목민정치가 국가 운영의 덕목이었을 수 있어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목민은 바르지 않다. 국민은 공감할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 공감이 먼저다. 1년여전 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은 41.1%였다. 나머지 60%에 육박하는 유권자는 기권하거나 다른 후보를 선택했다. 여기서 묻고 싶다. 문재인 정부는 나머지 60%를 설득하고 그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론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왜 정부는 정성껏 설명하지 않는가

소득주도성장론의 필요성을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례는 세상에 얼마든지 있다.

예컨대 미국의 대형 건강보험사인 애트나(Aetna)의 마크 버톨리니(Mark Bertolini) 대표는 “21세기 기업들의 문제를 자본은 넘쳐나는데 숙련된 노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 2015년 애트나 직원들의 최저임금을 올렸고 그의 판단은 옳았다. 실적향상으로 이어졌다. 애트나의 이같은 성공사례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알려졌고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비판의 단초를 제공했던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 7월 취업자수는 2708만3000명으로 지난해 7월보다 0.3%(5000명)증가했다. 이 수치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인상을 골자로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파장이라는 논리가 연일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전년 동월과 비교한 올해 고용 신장률을 월별로 보면 지난 4월 0.4%, 5월 0.7%, 6월 0.3%였다. 7월에 특별히 나빠진 것은 아니다. 또 최저임금인상으로 인한 것이라는 근거도 모호하다. 첫째 지난해와 비교해 자동차와 조선업 등 제조업 일자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둘째 연령별 고용지표를 보면 40대에서 0.3%줄었고 20대는 0.1% 소폭 줄었다. 40대는 최저임금노동력이 가장 적은 표본집단이다. 숙련된 노동력이기 때문이다. 40대 고용이 줄어든 것이 최저임금인상 영향인 것으로 해석해선 안되는 이유다. 최저임금인상 여파로 고용이 안되고 있는 것이라면 20대와 60대, 여성의 고용률이 대폭 감소했어야 설득력이 생긴다. 그런데 20대는 약보합, 60대는 오히려 0.2% 고용증가, 여성역시 0.7% 늘어났다.

정부는 왜 이런 설명을 제대로 안하고 ‘소득주도성장론’ 필요성만 역설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야당의 프레임 공격에 말려드는 모습만 보이고, 점잖게 소득주도성장이든 그 무엇이든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며 가르치듯 정책의 필요성만 역설하고 있다. 옳은 일이니 따르라는 식으로 목민하려 하는 것인가.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공감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에 힘이 생기는 것은 명약관화다. '소득주도성장론' 장점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 아니겠는가,

사족. 개각을 준비하고 있는 이번 정부에 가장 필요한 것은 홍보 아닌가 싶다. 국민이 정부의 입장을 다 이해하고 지지한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다. 

한동수 금융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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