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상류사회’(29일 개봉)는 최상류층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부부의 욕망을 그린 영화다. 상류층의 ‘민낯’을 파헤친다는 포부답게 거침없이 파격적인 전개가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성적 행위와 불쾌감을 자아내는 폭력적 묘사를 주로 활용했다. 마치 작정한 듯 적나라한 표현 방식에서 관객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상류사회’는 촉망 받는 경제학 교수 태준(박해일)과 그의 아내이자 미술관의 부관장 수연(수애)의 욕망과 회개 과정을 다룬다. 우유부단하지만 나름대로 착한 속마음을 지닌 태준과 쿨하고 이기적인 수연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태준은 시위 현장에서 분신을 시도하는 노인을 구하고, 그 일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다. 민국당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제안하고 태준은 기뻐하며 정치권에 뛰어든다. 남편의 선거 출마 소식을 누구보다 기뻐하는 수연 역시 재개관전을 통해 관장 자리에 오르려 한다.

재벌가 출신이 아닌 태준과 수연은 자신의 위치에 만족하지 못한다.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기를 쓰지만 산 넘어 산이다. 보이지 않는 장벽을 깨기 힘들고, 막강한 권력과 부를 지닌 재벌가의 틈에 쉽게 낄 수 없다.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 점점 욕망의 주인이 아닌, 욕망의 노예가 되는 두 사람의 모습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영화 '상류사회' 리뷰

태준과 수연의 주변 인물들 역시 욕망에만 심취한 이들이다. 돈과 예술을 탐닉하는 재벌 한용석(윤제문)과 그의 부인이자 미술관 관장 이화란(라미란), 비열한 사업가 백광현(김강우) 등 모두 악한 인물이다. 여기에 불륜과 정치 비자금, ‘검은’ 돈 세탁 등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소재로 현실성을 부각한다.

메가폰을 잡은 변혁 감독은 한 편의 신랄한 풍자극을 주기 위한 흔적을 곳곳에 남겼다. “재벌만 겁 없이 사는 거야” “전세를 살아도 기어코 강남을 가겠다고” 등 세태를 풍자하는 대사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변 감독은 ‘상류사회’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선을 지키며 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영화는 선을 넘은 듯한 적나라하고 수위가 센 장면의 연속이다. 약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이어지는 윤제문과 일본 AV배우 하마사키 마오의 정사신이 대표적이다. 한용석의 그릇된 욕망을 표현하고자 한 장면인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으나 보는 이들의 낯을 뜨겁게 만들만큼 불쾌하고 저속하다.

비단 하마사키 마오만이 아니다. 비서관 박은지 역을 맡은 김규선 역시 높은 수위의 노출을 감행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고위 인사들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마찬가지다. ‘상류사회’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성 상품화적으로 소모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편의 외설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폭력 수위 역시 만만치 않다. 한용석이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사람을 구타하는 장면 역시 노골적으로 묘사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캐릭터들의 설득력 역시 떨어진다. 오로지 성공을 위해 질주한 부부가 갑자기 회개하고 상처를 봉합하는 모습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SBS 드라마 ‘야왕’(2013년)의 주다해만큼 욕망에 치여 있는 캐릭터인 수연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해일, 수애의 호연은 빛을 발한다. 첫 연기 호흡인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박해일과 수애는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부부의 모습을 연기하며 극을 이끌었다. 러닝타임 120분. 청소년 관람불가.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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