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공작’은 윤종빈 감독이 처음으로 도전한 남북첩보물이다. 특히 인상적인 건 기존의 첩보물과 달리 액션신이 단 한 신도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배우들은 오로지 대사에 의존해 극을 이끌어가야 했다. ‘구강액션’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영화는 빈 틈을 주지 않는 대사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영화를 연출한 윤종빈 감독은 실제로 대북공작원으로 활동한 박채서 씨를 모티브로 한 만큼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처음 ‘공작’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안기부 관련 영화를 취재하다 ‘흑금성’으로 활동한 스파이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런 일이 있었다고?’라고 느낄 정도로 이야기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그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사실 첩보물하면 ‘본’ 시리즈를 많이 얘기하지 않나. 나는 새로운 첩보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공작’이면 첩보영화의 본질을 건드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실화와 영화적 재미(허구성)가 조화를 이루게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을 텐데.

“큰 이야기의 줄기는 다 실화로 했다. 한 장교가 있고, 스파이 제안을 받고 북핵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침투해 북한 처장을 만나고 광고 사업을 진행하는 등 큰 줄기는 다 사실이다. 물론 영화의 내적 논리에 대한 각색은 많이 했다.”

-기존 첩보물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공작’이 정치 회고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남한과 북한에 사는 두 남자의 이야기로 읽힐 영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첩보라는 장르에 재미를 주면서 말이다. 굳이 그 시대를 100프로 이해하고 즐기지 않아도 된다. 비주얼적으로는 북한의 풍경이라든지 평양의 모습, 중국 베이징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황정민의 어떤 면이 ‘흑금성’ 박석영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나.

“흑금성(박채서)의 젊은 시절 모습과 묘하게 닮았다. 묵직하고 강직한 모습을 가진 배우가 필요했다. 얼굴에 선과 악이 동시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되지만 중간 중간 유머 코드도 엿볼 수 있다.

“아무래도 내 성향 문제인 것 같다. 워낙 개그욕심이 많다. 본능적으로 대본작업을 할 때 유머 코드를 넣은 것 같다. 또 영화 자체가 굉장히 진지하다보니 긴장의 끈을 잠시나마 놓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남북무드는 평화적이지만 영화 제작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항상 남북관계는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했다. 영화를 처음 만들 때는 냉탕이었다. 나는 걱정이 없었는데 주위에서 ‘이거 괜찮겠냐?’고 많이 걱정했다. 사실 남북관계가 안 좋더라도 이 영화가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다이내믹 코리아’다. 예측이 안 된다. 그런 상황에서 남북 정세를 신경 쓰고 영화를 만들 수 없었다.”

-김정일 위원장과 ‘흑금성’ 박석영의 만남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담겼다.

“시나리오에서 거의 7~8페이지 됐다. 걱정이 많이 됐던 장면이다. 과연 앉아서 대사만 하는 게 재미있을까라는 생각이었다. 김정일이 첫 등장했을 때는 엄청난 긴장감을 줘야 할 것 아닌가. 김정일을 설득하는 ‘흑금성’과 김정일의 반응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흑금성’이 긴장하는 모습도 담으면서 액션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 애썼다.”

-기주봉이 김정일을 연기했다.

“김정일 캐릭터를 똑같이 구현했으면 했다. 그래서 특수 분장을 하기로 결정했다. 김정일이랑 가장 비슷해 보이고 연기를 잘 하는 몇 명을 추렸다. 사실 기존에 김정일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았다. 그렇지만 난 배우의 이름이 아닌 ‘진짜’ 김정일처럼 보이는 게 중요했다.”

-이효리의 섭외 과정이 궁금하다.
“이효리를 잘 몰라서 섭외할 때 황정민에게 부탁했다. 황정민이 김제동을 통해 섭외를 했다. 처음에는 영화 내용을 이야기하니 부담스러워했다. 그래서 직접 편지를 섰다. 제발 살려달라고, ‘갓효리님. 우리를 구원해주세요’라는 내용이었다.”

-젊은 나이에 일찍 성공했다. ‘믿고 보는 윤종빈’이라는 관객 평도 찾아볼 수 있다.

“남자 관객들이 내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아마 내가 그리는 남자들이 솔직하고 찌질하고 콤플렉스가 많아서인 것 같다. 남자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니까. 또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산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함께 담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대치 속에 영화를 만든다는 게 부담이긴 하지만 재미있으니까 계속 하는 것 같다.”

-남성 위주의 영화만 줄곧 만들었다. 여성 캐릭터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나.

“요즘 한창 공부 중이다. 결혼생활 9년차에 접어들었는데 이제야 좀 여자에 대해 알 것 같다. 앞으로 10년 후면 완벽하게 여자를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남자와는 너무 다른 종족이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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