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뛰는' 구글 위에 '나는' 채굴 앱...정책 우회하고 기능 숨긴 채 서비스 지속
구글이 플레이스토어 상에서 가상화폐 채굴 앱 서비스를 금지한 지 한 달이 지났으나 여전히 일부 앱은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이미지투데이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구글이 플레이스토어에서 비트코인 채굴 어플리케이션을 금지 조치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몇몇 앱은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 구글이 가상화폐 관련 정책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이용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다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서비스 중인 가상화폐 채굴 앱 수십여 개가 여전히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네오네온마이너(NeoNeonMiner), 크립토마이너프로(CryptoMinerPro), 비티씨마이너풀(BTC Miner Pool)을 비롯해 비트코인 마이닝(Bitcoin Mining), 클라우드비트코인마이너(Cloud Bitcoin Miner) 앱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 가상화폐 채굴 앱, 채굴 기능 숨긴 채 서비스 지속

구글은 지난달 26일 플레이스토어 개발자 정책을 통해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를 이용한 가상화폐 채굴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플레이스토어는 구글이 만든 스마트폰 OS인 안드로이드에서 사용하는 앱 다운 프로그램으로, 사실상 구글이 가상화폐 채굴 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그러나 구글의 ‘금지령’에도 플레이스토어 상에서 채굴 앱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수의 개발자들은 구글 금지를 우회하고 채굴 기능을 숨긴 채 앱을 배포하는 대안적 방법을 통해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었다. 실제로 일부 앱은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된 뒤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채굴 기능이 있는 앱을 배포하기도 했다.

심지어 새로 등록을 원하는 업체도 있었다. 금지령 이후인 이달 초, 영국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JSE코인은 플레이스토어에 안드로이드용 채굴 앱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JSE코인의 존 심(John Sim) 공동 설립자는 “토큰 채굴용 앱을 등록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글 지원팀에 연락한 상태”라며 “구글의 공식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의 가상화폐 채굴 앱 금지 조치 이후에도 채굴 앱 비티씨마이너풀(BTC Miner Pool)은 플레이스토어 상에서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다./사진=플레이스토어

◆ 구글 “채굴 앱은 금지하지만 채굴 관리 앱은 허용” 허점 드러나

구글이 서비스 중지를 선언했으나 다수의 앱이 성업 중인 이유는 정책 상의 허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구글은 개발자 정책에서 '가상화폐 채굴을 허용하지 않는다’면서도 ‘가상화폐 채굴을 원격 관리하는 앱은 허용한다’고 말해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채굴 앱들은 해당 정책에 맞춰 기존 앱을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우회해 서비스를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플레이스토어 상에서 삭제된 일부 채굴 앱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 1위였던 채굴 앱 마이너게이트(MinerGate)는 수정된 개발자 정책에 맞춰 앱 상에서 채굴 기능을 제거했음에도 플레이스토어 상에서 서비스 금지 조치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핵심 기능이었던 채굴 기능을 없앴지만 구글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이너게이트 측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개발자 정책 업데이트 후 앱에서 채굴 기능을 삭제했다”며 “그런데도 구글은 부적절하게 마이너게이트 앱을 플레이스토어 상에서 내려버렸다”고 주장했다.

구글의 ‘애매한’ 정책 포지션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6월 페이스북은 가상화폐 광고를 전면 금지한 지 5개월만에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며 방침을 선회했다. 제한적 허용 이후에도 “필요할 경우 방침을 다시 바꿀 수도 있다”며 정책 수정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구글의 정책이 바뀔 때마다 가상화폐 가격은 크게 요동쳤다.

업계 1위 채굴 앱인 마이너게이트는 구글 정책에 맞처 채굴 기능을 삭제했음에도 구글 측이 플레이스토어에서 서비스 중지 조치를 내렸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사진=마이너게이트 트위터

◆ 비트코인 채굴 앱, ‘악성 마이닝’에 이용될 수 있어

가상화폐 채굴 앱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의 연산 능력을 이용해 가상화폐를 손쉽게 채굴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값비싼 그래픽카드나 컴퓨터를 동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 때문에 채굴에 관심있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들 앱을 이용한 ‘크립토재킹(Cryptojacking)’이 늘어 투자자 피해가 속출했다. 크립토재킹이란 사용자의 허락 없이 기기의 전력을 가상화폐 채굴에 사용하는 신종 사이버 범죄로 타인의 스마트폰을 무단으로 이용해 가상화폐 채굴에 이용하는 것이다. 기기 성능을 크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 등 2차 범죄로 번질 수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애플은 구글에 앞선 지난 6월 가상화폐 관련 가이드라인을 수정하며 앱스토어에서 가상화폐 채굴 앱을 서비스할 수 없게 만들었다. 구글은 올 초 크롬 웹스토어에서 PC에서 사용되는 가상화폐 채굴 확장 프로그램을 전면 중지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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