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상위 10개 손보사 판매실적…7월 기준 327억원
횡령ㆍ배임 등으로 인한 기업의 손실 보장

[한스경제=전근홍 기자]국내 저명인사의 잇따른 성희롱ㆍ성추문 사건으로 이들이 속한 기업의 이미지 실추에 따른 각종 손해를 보상하는 기업보험인 ‘임원배상책임보험(Director&Officer Liability Insurance, DOL)’이 주목받고 있다.

대형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는 이 보험은 보통 임원이 임기 중 저지른 횡령, 또는 잘못된 판단과 선택에 따른 경영상 배임 등을 주로 보장한다. 특정기업의 수뇌부와 최고 결정권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할 경우 도산에까지 처할 수 있을 만큼 위험요소가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임원배상책임보험 같은 과실행위를 보장하는 상품이 오히려 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국내저명인사들의 미투(mee too)사건으로 손해배상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법원의 확정 판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3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상위10개 손해보험사의 임원배상책임보험 원수보험료(매출)는 지난 2015년 486억원(941건)에서 ▲2016년 469억원(1055건) ▲2017년 454억원(1073건) ▲올해 7월 기준 327억원(674건)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임원배상책임보험은 소송 시 확정된 손해배상금, 소송 전 화해(합의)시 합의비용, 법적 대응에 필요한 변호사 비용이나 소송비용과 같은 제반비용을 보상한다.

보험기간은 1년 단위로 재갱신 된다. 보상한도액은 임원, 회사 등 담보 구분 없이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납입방법은 일시납, 2분납, 4분납 등 다양하다. 다만 범죄행위에 준 하는 피보험자 개인의 이익 취득 및 의도적인 사기, 신체상해 및 재산상의 손해, 오염 물질의 배출, 유출, 살포 또는 누출 등은 보상하지 않는다.

보험업계 안팎에선 이 같은 임원배상책임보험을 포함한 기업성 보험 분야를 블루오션으로 평가했다. 이 상품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사의 원수보험료에서 이러한 보험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로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우리와 유사한 고용관행배상책임보험(EPLI·Employment Practice Liability Insurance) 가입이 늘고 있다.

해당 보험은 직원이 성희롱 등의 문제로 고용주를 제소할 경우 변호사 선임 등 소송 관련 비용과 합의 또는 판결로 결정된 손해배상금을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성희롱뿐 아니라 부당해고, 성차별 등 차별적 대우, 사용자의 보복행위, 부당한 채용·승진거부,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등 다양한 고용 관련 위험을 담보한다.

특히 이 상품이 담보하는 성희롱은 약관상 ▲ 원하지 않은 성적 제의 ▲ 성적 특혜요구나 기타 성적 성질을 갖는 언어·시각·신체적 행위 ▲ 이런 행위가 개인의 고용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업무 수행을 방해하거나, 위협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경우다.

보험시장 정보분석업체인 마켓스탠스(MarketStance)에 따르면 미국의 EPLI 수입보험료는 2016년 22억달러에서 2019년 27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근로자 1000명 이상 기업 중 약 41%가 성희롱 담보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인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대표적 사례인 ‘웨인스타인 사건(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에 대한 연쇄적 폭로)’의 경우 해당보험에 가입했지만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면서 “우리나라의 임원배상책임 역시 형사상 범죄에 해당 할 경우 면책처리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다만 보험사가 성희롱 혹은 성폭행과 같은 사건에 대해 손해사정을 하는 과정에서 법원의 확정판결 전에 이를 보상할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며 “과실행위 자체에 대한 명확한 표준약관 규정과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임원배상책임보험의 보험료산정은 원수보험사와 재보험사의 계약으로 결정된다. 원수보험사가 재보험사에 사업보고서, 재무재표, 지배구조, 경영성과 등 가입후보 기업정보를 제출해 재보험사가 자체 분석을 거친 뒤 산정되는 방식이다.

전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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