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벨로스터N 인기몰이...스팅어, G70 등 고성능차 잇따라 출시
인기 애니메이션 '이니셜D' 배경인 1990년대 일본 시장과 비슷
벨로스터-86, 스팅어-랜서에볼루션, G70-WRX 등 비교

[한스경제=김재웅 기자] 현대자동차의 ‘N’브랜드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우리나라에도 고성능차 열풍이 점화할 조짐이다.

3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벨로스터 N은 8월까지 누적 판매량 1000대를 넘어섰다.

벨로스터N은 국내에 출시된 첫 N 모델이다. N브랜드는 현대차가 만든 고성능 브랜드로, 유럽에서는 작년에 i30N을 먼저 출시했었다.

TCR코리아에 출전한 i30N. 현대자동차 제공

◆ 국산 고성능차 ‘질풍가도’

고성능차는 최근까지만 해도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계륵’ 같은 존재였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실제 판매량은 턱없이 적었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 K5 GT가 대표적이다. 야심차게 출시됐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단종됐다. 쉐보레 아베로 RS와 아반떼 스포츠도 원메이크 레이싱까지 열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판매량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차는 바로 기아차 스팅어다. 예약판매량만 2000여대. 여전히 매달 500대 이상 판매되는 인기 모델이다.

제네시스 G70은 예약판매로만 4000여대를 팔아치우면서 럭셔리 세단에도 고성능 바람을 일으켰다.

현대자동차는 벨로스터N 원메이크 레이스인 '벨로스터N컵'을 올해 처음 열면서 모터스포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TCR코리아 제공

벨로스터 N은 본격적인 고성능차 시대가 개막했음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산차 중에서 순정 상태로 서킷을 달릴 수 있는 차는 처음이다.

고성능차 마케팅에도 불이 붙었다. 쉐보레는 말리부 2.0터보 모델이 최고 253마력임을 강조하고 있다. 르노도 유럽에서 ‘핫해치’로 유명한 클리오를 들여와 높은 조향성을 강조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고성능 바람이 거세다. BMW가 5시리즈에 ‘M 스포츠 패키지’를 기본 적용했으며, MINI 브랜드에서도 고성능 라인업 ‘JCW'를 확대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AMG 드라이빙 센터를 만드는 등 고성능 전략을 펼치는 상황. 토요타도 신형 캠리에 ’와일드 하이브리드‘라는 별명을 붙였다.

앞으로도 고성능 열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후속 N브랜드 출시를 고민하는 가운데, 기아차는 K3 GT 출시로 고성능 이미지를 이어나간다. 한국지엠도 올해 말 카마로SS 페이스리프트 출시를 앞뒀다. 수입차 업계에서도 고성능차를 적극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애니메이션 '이니셜D' 주인공인 토요타 코롤라 레빈(AE86). 토요타 제공

◆ ‘이니셜 N’ 시대 오나

자동차 마니아들은 이같은 고성능차 열풍에 인기 일본 애니메이션 ‘이니셜D’를 떠올리고 있다.

이니셜D는 ‘길거리 레이싱’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실제 출시됐던 차량을 대거 선보이면서 자동차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1990년대는 일본 자동차 시장에 스포츠카 열풍이 불었던 시기다. 닛산 스카이라인 GT-R BNR32와 혼다 NSX 등이 바로 이 시기에 출시됐다. 최근 고성능차 출시가 이어지는 국내 자동차 시장과 비슷한 모습이다.

스바루의 1세대 임프레자 WRX STi. 2019년형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스바루 제공

특히 주인공인 토요타 코롤라 레빈(AE86)은 3도어 해치백 쿠페로, 고성능이면서도 활용도가 높아 남녀노소에 폭넓은 인기를 누린 모델이다. 스포츠 쿠페이면서도 3+1 비대칭 도어를 채용한 벨로스터와 비슷한 성격이다.

때문에 적지 않은 마니아들은 벨로스터가 AE86과 같이 국내 모터스포츠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주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실제로 벨로스터는 토요타의 신형 86과 자주 비교된다. 스포츠카 성격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됐을 뿐 아니라, 속도보다는 조향성을 중심으로 짜여진 주행 감성까지 비슷해서다. 86이 후륜구동인 반면, 벨로스터는 전륜구동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기아자동차 스팅어는 작년 출시 당시 '제로백 4.9초'임을 강조하면서 국산 고성능차 시대를 열었다. 기아자동차 제공

그 밖에도 스팅어와 G70도 각각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과 스바루 임프레자 WRX STi과 비슷한 포지션으로 인식된다. 4도어 세단이면서도 스포츠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 파워트레인을 품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드리프트가 가능한 후륜구동 고성능차는 제네시스 쿠페가 단종되면서 국내에서는 완전히 자취를 감춘 상황. 현대차가 미드십 쿠페형 콘셉트카인 ‘RM16'을 상용화할지 여부에 주목이 쏠린다. 현대차는 앞으로 N브랜드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지만, 아직 어떤 모델을 내놓을 지는 확정하지 않았다.

한 모터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 쿠페가 단종된 이후 그렇다할 국산 레이싱카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벨로스터N을 필두로한 N브랜드를 통해 국내 모터스포츠가 더욱 풍성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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