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타트업 '오윈'이 GS칼텍스 주유소에서 시범운영하기 시작한 '커넥티드 카 커머스' 시연 장면. /사진=오윈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국내외 악재로 인해 위기에 빠진 정유 업계가 다양한 시도를 통해 혁신에 나서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국제유가 상승, 과잉 공급, 저가 출혈 경쟁 등 국내외 악재로 시름하고 있는 정유사들은 스타트업과 협업, 미래형 스마트 주유소 구축을 발판 삼아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과잉공급·인건비 상승에 시름하는 정유 업계

최근 정유 업계에서는 과잉 공급이 가장 큰 문제다. 주유소간 거리제한이 폐지된 1990년대 중 후반부터 주유소 수는 급증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국 주유소는 1만1625개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수 대비 적정한 주유소 수는 700~800개소다. 과잉 공급이 이어지다 보니 주유소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내몰렸다.

또 정부가 기름값 하락을 위해 실시한 정책의 일환으로 2011년 알뜰주유소 도입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었고, 주유소별 휘발유·경유 가격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정보 인프라 등이 구축되면서 주유소 업계는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인건비까지 꾸준히 오르면서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여러 악재로 인해 경영난이 심화된 주유소들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잇따라 휴·폐업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는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꾸준히 감소해 7년간 1379개소가 줄어들었다.

정유업계 신(新) 사업 추진 현황

SK에너지

GS칼텍스-스타트업 줌마와 손잡고 C2C 택배서비스 ‘홈픽’ 론칭. 미래형 복합 네트워크 개발, ICT (정보통신기술) 접목한 미래형 주유소 구축 사업 추진.

GS칼텍스

신사업 전담부서인 위디아팀 신설해 주유소에 ICT 접목해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스타트업과 협력

에쓰오일

IT기업 KT와 협약 맺고 주유소에‘커넥티드 커머스’솔루션 적용. ICT 기술 적용된 미래형 주유소 구축에 중점.

현대오일뱅크

국내 최초로 휘발유·경유와 LPG는 물론 수소와 전기를 한 곳에서  채울 수 있는 ‘복합에너지스테이션 ‘오픈.

 

◇ GS칼텍스, 스타트업과 손잡고 O2O서비스

주유소에 신기술을 적용한 '미래형 스마트 주유소'가 대표적이다. GS칼텍스는 2016년 스타트업 카틱과 협업해 O2O(온오프라인연계) 차량수리·세차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커넥티드카 스타트업 오윈(OWiN)과 손잡고 '스마트 주유 서비스’, '커넥티드 카 커머스 서비스'를 17개 주유소에서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미래형 스마트 주유소에서 주유소를 방문한 고객들은 별도 카드 결제나 현금 지불을 하지 않고 차에서 내릴 필요 없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7월부터는 공유주차장·전기차 인프라 등 스타트업 7개와 협업하는 ‘스타트업 개라지(GARAGE)’를 시작했다. GS칼텍스는 6개월 동안 7개 스타트업과 힘을 합쳐 주유소 주차장 공유서비스, 출장 세차 서비스, 주유소·충전소 경정비 서비스 등의 새 사업을 시범 서비스하거나 론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올해 안으로 고급형 편의점, 카페를 결합한 주유소도 준비하는 등 다양한 혁신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위디아팀에서 주유소 네트워크 거점으로 다른 산업과 연계한 사업을 계속 추진 중이다”라며 “앞으로도 스타트업과 혐업을 통해 여러 사업을 구체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SK에너지-GS칼텍스-스타트업 줌마가 손잡고 런칭한 '홈픽(Homepick)'서비스는 지난 1일 전국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SK에너지, ‘주유소 공유 인프라’, ‘미래형 주유소’ 구축

전국에 가장 많은 주유소를 보유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에너지도 주유소를 활용한 신사업 개발을 의욕적으로 추진 중이다. 공유 인프라 사업 개발과 미래형 주유소 구축이 핵심이다.

SK에너지는 지난 4월 경쟁사 GS칼텍스, 물류 스타트업 줌마와 손잡고 신개념 C2C 택배서비스 '홈픽'을 론칭했다. 홈픽은 양사의 전국 주유소를 물류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홈픽은 틈새시장으로 꼽히는 C2C 택배에 대한 서비스 특화가 고객의 니즈와 맞아 떨어져 단 기간 내에 높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4월 중순부터 서울 및 수도권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했던 홈픽은 소비자들의 호응도가 높아 지난 1일 전국 단위 서비스로 실시한다.

SK에너지는 또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한 ‘미래형 복합 네트워크'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7월 우정사업본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을 준비 중이다. SK에너지는 업무협약을 통해 주유소와 우체국, 전기충전소가 결합된 미래형 복합 네트워크 개발, 인프라 공유를 통해 상호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추가 사업 발굴 및 추진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미래형 주유소 구축 역시 중점 추진 분야다. 주유소에 ICT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 페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전기차 충전소를 같이 배치하는 등 미래형 주유소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현재 공개된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 다양한 가치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미래형 주유소' 구축 위해 KT와 손잡은 에쓰오일·국내 최초 ‘복합에너지스테이션’ 오픈한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 역시 혁신에 나섰다. 에쓰오일은 지난 6월 IT 기업 KT와 ICT 기술을 접목한 ‘플랫폼 기반 미래형 주유소’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에쓰오일은 KT가 보유한 ‘커넥티드카 커머스’ 솔루션을 주유소에 적용한다. 사물인터넷을 접목한 주유소 운영 플랫폼 혁신, 주유소 ICT 인프라 개선, 빅데이터 연계·분석을 통한 효율적인 주유소 운영 방안 도출, 개인 및 법인고객 확대를 위한 차별화된 마케팅 플랫폼 개발을 통해 미래형 주유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 6월부터 신사업 전담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새로운 주유소 네트워크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핵심 사업은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휘발유·경유와 LPG는 물론 수소와 전기 등 차량용 연료를 한 곳에서 채울 수 있는 국내 1호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오픈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복합에너지스테이션 오픈을 통해 수소와 전기차 이용자의 편의가 개선되고 미래 자동차 보급도 활발해 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전국 거점 도시 곳곳에 복합에너지 스테이션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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