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셀공장, 사드 역풍에도 지난달 착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중국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보복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좀처럼 현지 사업의 활로를 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대형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재계 안팎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뚝심 경영과 관계사 임직원들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SK이노, 최초 中자동차사·해외사 전기차 배터리 셀 현지 공장 건설

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중국 사업이 잇달아 대규모 프로젝트 이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장쑤성 창저우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셀 공장 부지를 확정, 지난달 24일 기초공사에 들어갔다. 위치는 금탄경제개발지구이며, 규모는 약 30만㎡(9만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능력 7.5GWh 규모로 짓는 이 공장은 내년 하반기에 준공한 뒤 2020년 초부터 본격 양산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완공 후엔 연간 25만대 분량의 배터리 셀을 만들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8200억원을 투입했다. 게다가 현지 배터리 사업 파트너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 등과 합작법인 ‘BEST’까지 출범했다.

특히 중국 자동차사와 해외 배터리 업체 간 합작 생산 공장을 짓는 것은 SK이노베이션이 처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룹 전체에 주는 의미도 크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자국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표면적 이유는 이렇지만 업계는 사드 보복이라고 해석한다. 즉, 사드라는 장벽에 막혀 어려움을 겪던 현지 사업의 활로를 뚫은 셈이다.

지난해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오른쪽). /연합뉴스

◇SK그룹, 중국 사업 톱니바퀴 맞물려…현지 투자 활발

이와 함께 SK㈜를 비롯해 △SK종합화학 △SK하이닉스 △SKC 등도 중국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SK(주)는 지난해 3720억원을 들여 현지 2위 물류기업 ESR 지분 11.77%를 인수했다. SK종합화학과 시노펙이 만든 중한석화는 중국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에 발맞춰 2020년까지 약 590억원을 투입, 29개 환경 보호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우시 지방정부 산하 투자사인 ‘우시산업집단’의 합작법인을 설립, 올 하반기 중 중국 장쑤성 우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한다. 뿐만 아니라 2021년까지 약 2800억원을 출자해 충칭공장 낸드플래시 후공정 증설을 진행 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상하이 포럼에 착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뚝심’ 최태원, 수시로 중국 방문…발로 뛰며 결과물 만들어

국내 10대 기업 중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등도 ‘대륙 드림’을 꿈꾸며 중국에 진출한 바 있다. 그러나 사드 보복으로 수조원의 손실만 입은 채 전면 철수했다. 심지어 롯데의 핵심 계열사 롯데쇼핑의 경우 아직까지 현지법인 매각 대상자를 찾지 못해 손실액이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들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SK그룹이 이 같은 성과를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재계 관계자들은 최태원 회장의 우직한 ‘뚝심’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중국시장 진출은 최태원 회장의 숙원사업이다. 그는 2006년 3월 임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중국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지기업 SK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성장하는 새로운 시장이 아니라 한국에 미칠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이 같은 전략을 주장한 것이다.

또 SK그룹은 2010년 중국 본토에 ‘제2의 본사’를 세웠고, 삼성과 LG보다 앞서 SK차이나에 현지인을 내정했다. 더불어 최태원 회장은 올해 다섯 차례 이상 중국을 직접 방문, 당국 고위층 인사들을 만나며 심혈을 기울였다.

예컨대 올 4월 ‘보아오포럼’에 이어 5월 ‘베이징포럼’과 ‘상하이포럼’에 참석, 러우친젠 장쑤성 당위원회 서기를 만나 배터리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6월에는 ‘제1회 한·중 고위 기업인 대화’에 직접 방문해 다이허우량 시노펙 사장, 리둥성 TCL그룹 회장 등 중국 재계 인사 등과 만났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부터 관계사 임직원들 모두 발 벗고 뛴 결과”라며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현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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