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최지윤 기자] “언니들의 전성시대다.”

드라마, 예능계를 막론하고 방송가에 여풍이 불고 있다. 한지민과 임수향은 각각 tvN 수목극 ‘아는 와이프’와 JTBC 금토극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강남미인)으로 여배우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탄탄한 연기는 물론 사회적인 메시지도 던지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예능계도 언니들이 장악했다. 이영자를 필두로 송은이, 김숙 등 여성 예능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방송가 여성 파워를 살펴봤다.

한지민(왼쪽), 임수향

한지민-임수향, 여배우의 저력
 
한지민은 욕쟁이 워킹맘으로 변신했다. ‘아는 와이프’에서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동분 서주하는 주부 서우진 역을 맡아 현실적인 연기로 호평 받고 있다. 첫 주부 연기에 도전한 한지민은 민낯과 함께 욕설도 거침없이 내뱉으며 망가지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올해 서른일곱인 한지민은 다른 여배우들처럼 화려한 싱글 캐릭터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 주부 역으로 변신을 꾀했다. 스스로 ‘비주얼은 포기했다’고 할 정도. “육아와 일에 찌든 모습을 보여주려고 외모를 최대한 꾸미지 않고 평소 입는 잠옷과 티셔츠를 입었다”며 “결혼생활 경험은 없지만 친언니와 친구들을 통해 간접 경험했다. 나와 캐릭터의 거리감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새로운 도전이지만 재미있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한지민 10대부터 30대까지 아우르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특유의 동안 외모로 과거 속 고등학생 역할을 완벽 소화했다. 주혁의 선택으로 달라진 현재에선 억척스러운 주부에서 벗어나 유능한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지하철에서 성추행 하려는 남자에게 “그렇게 살지 마, 이 XX야”라고 응징해 공감을 샀다. 이와 함께 유종후(장승조)와 달달한 로맨스로 많은 남성들을 설레게 했다.

임수향은 새로운 로코퀸으로 떠올랐다. ‘강남미인’에서 임수향이 맡은 강미래는 어릴 적부터 못생김으로 놀림 받아 성형 수술을 감행했지만 자존감을 회복하지 못한 인물. 임수향은 외모 트라우마로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모습을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했다. 자칫 ‘성형수술을 조장하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건 아닐까?’ 우려했지만 기우였다. 임수향은 “단순한 캠퍼스 로코물로 보이지만 그 안에 묵직한 메시지가 있다. 가장 포인트로 둔 지점이 미래의 성장”이라며 “‘어떻게 생긴 게 못생긴 거다’라고 규정하고 싶지 않다. 진정한 아름다움에 관한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처럼 임수향은 강미래를 통해 자극적인 성형에 대한 욕망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외모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과정도 함께 보여줬다.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과 탄탄한 연기력, 상대역 차은우와 케미 등 3박자가 조화롭게 이뤄졌다.

이영자-최화정(왼쪽), '밥블레스유' 이영자-김숙-최화정-송은이

이영자-송은이, 예능 판도 바꾼 걸크러쉬
 
이영자와 송은이는 예능 판도를 바꾸었다. 남성들이 판치는 예능계에서 변두리로 밀려났던 이들은 프로그램 전면에 나서며 우먼파워를 보여줬다. 8년째 KBS2 ‘안녕하세요’를 진행 중인 이영자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31번째 매니저와 찰떡 궁합을 자랑하며 먹방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히 이영자가 출연 중인 케이블채널 올리브 ‘밥블레스유’는 여성 예능프로그램의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영자를 비롯해 최화정, 송은이, 김숙이 의기투합, 시청자들의 고민을 맞춤형 음식으로 위로해주는 ‘먹부림+고민풀이 쇼’를 지향한다. 평소 절친한 사이인 네 사람은 오랜 활동으로 쌓은 노련한 진행과 실감나는 먹방, 진솔한 상담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이영자와 최화정은 지난달 9일 방송에서 수영복 자태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그 동안 수영복은 날씬하고 젊은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두 사람은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의 몸에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25년 차 예능인 송은이는 예능인뿐만 아니라 기획자로 두각을 보였다. 후배 김숙과 함께 콘텐츠 제작 회사 ‘컨텐츠랩 비보’를 설립, 팟캐스트 ‘비밀보장’ 웹예능 ‘쇼핑왕 누이’ ‘판벌려’ 등을 제작했다. ‘판벌려’를 통해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 셀럽파이브(송은이, 김신영, 김영희, 신봉선, 안영미)는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셀럽파이브의 ‘셀렙이 되고 싶어’ 뮤직비디오는 동영상채널 유튜브에서 조회수 400만 뷰를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힐링이나 위로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여성 예능인들이 특유의 공감을 앞세워 활약하고 있다”며 “10년 이상 방송계에 몸담으면서 그동안 단순히 주인공 역할만 맡아왔던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역할을 보고 경험해, 방송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경험치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게 가장 큰 장점이다”고 설명했다. 또 “더 이상 여성이 주변부가 아닌 주체적 역할을 담당하는 모습을 받아들 일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 점도 한 몫 했다”고 짚었다.

사진=tvN, JTBC 제공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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