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외국계 자동차사 8월 실적 저조...OEM 수입차의 낮은 실적 영향 커
국내 생산 시설 포화 상태...추가 공장 건립에는 리스크 높아

[한스경제=김재웅 기자]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 등 외국계 자동차사 실적이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야심차게 들여온 OEM 수입차 판매량이 예상치를 밑도는 탓이다. 그럼에도 OEM 수입차 비중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생산 공장이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추가 투자가 어려운 상황 때문이다. 

이쿼녹스는 8월 판매량이 100대를 넘지 못했다. 한국지엠 제공

◆ 모델 노후화에 OEM 수입차 부진까지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8월 내수차 판매량은 12만6336대였다.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전년비 4.5% 늘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판매량이 7391대에 머물면서 전년 대비 26.1%나 줄어든 실적을 거뒀다. 르노삼성도 13개월만에 전년비 판매량 상승을 이뤄냈지만, 성장 비율이 1.5%에 그쳤다.

차종별로 보면 하락세는 더 심각하다. 한국지엠은 말리부(-46.3%), 스파크(-18.1%) 등 볼륨모델 판매량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도 SM6 판매량이 전년비 34.1%나 줄면서 전체적인 판매량 감소를 주도했다. 그나마 QM6(75.1%)와 SM5(59.6%)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마이너스 성장만은 피할 수 있었다.

특히 올해 양사가 대대적으로 출시한 모델 판매량이 기대치를 전혀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쿼녹스는 8월 판매량이 97대에 머물면서 캡티바의 공백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미 단종된 캡티바도 8월 93대나 판매됐다.

클리오도 사정은 비슷하다. 8월 판매량은 360대. 전달보다는 2.6% 늘었지만,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됐던 6월(549대) 이후 별다른 신차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쿼녹스와 클리오는 올해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OEM 수입차’다. 외국에 모기업을 둔 양사가 현지 출시 모델을 수입해온 모델이다.

수입차를 국산차처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실제 소비자들에게 선택 받지는 못했다.

그 밖에도 OEM 수입차는 저조한 실적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르노삼성 QM3는 8월 571대 판매량으로 전년보다 58.6%나 감소했고, 쉐보레 임팔라 판매량도 91대에 그치면서 전년비 37.2% 줄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클리오를 르노 브랜드의 수입차라고 선을 그었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 그래도 포기 못하는 이유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OEM 수입차를 포기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양사 생산 시설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지엠은 연 50만대 생산을 목표로 잡은 가운데, 8월까지 30만6533대를 생산한 상태다. 수출량이 24만7645대에 달한다. 연말까지 50만대를 생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신형 CUV를 도입하면 50만대 생산량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평가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이미 가동률이 100% 가까이 된다. OEM으로 생산하는 닛산 로그가 꾸준히 자리를 메워주고 있다. 르노삼성이 SUV 생산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로그가 단종된 후에도 후속 모델까지 맡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OEM 수입차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항을 제공하면서 자동차사 입장에서도 부담 없이 성장을 꾀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시장이 카쉐어링 등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탓에 자동차사가 공장을 섣불리 늘리기는 어렵다”며 “OEM 수입차는 자동차 업계가 성장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 가동률은 100%에 가까운 상태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 어떻게 위기 돌파하나

한국지엠과 르노삼성도 비슷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모델을 특화하되, OEM 수입차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우선 르노삼성은 OEM 수입차 보다는 수입차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는 전략이다. QM3 판매량 저하에 대해서는 노후화를 이유로 들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클리오는 르노삼성자동차가 아닌 르노 브랜드다”며 수입차에서는 판매량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국지엠은 이쿼녹스의 상품성을 알리기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쿼녹스는 수입차임에도 불구하고 국산차와 비교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쿼녹스를 주력모델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이어가고, 추후 출시할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등과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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