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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양인정 기자]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인 금문산업의 회생계획안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금문산업의 회생 사례가 자동차산업의 침체 속에 부품사 구조조정의 기준이 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4일 구조조정업계에 따르면 부산지역 최대 자동차 부품사인 금문산업의 회생계획안에 대해 유암코 대구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채권자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생계획안 기존주주의 경영권 방어에 주안점을 뒀다는 이유에서다.

금문산업의 주요 담보채권자는 유암코(197억원), 대구은행(68억원), 우리은행(50억원)으로 이들 채권자는 주로 특수목적법인형태로 회생절차에 참여했다. 회생절차에서 채무자 기업의 회생계획안은 담보채권자의 75% 일반채권자의 66%가 동의해야 회생계획안은 가결된다.

담보채권에서 의결권은 유암코 61%, 대구은행 15%, 우리은행이 15%를 각각 갖고 있다. 회사가 담보채권자의 동의율 75%를 넘기기 위해선 유암코와 대구은행을 합쳐 동의를 받거나, 유암코와 우리은행이 합쳐야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금문산업이 기술력이 높고 영업망이 잘 갖춰져 있어 채권자들이 채권의 회수보다는 경영권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해 금문산업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상환전환우선주(RCPS)방식을 택했다. 상환전환우선주 방식의 회생계획안은 출자전환으로 낮아진 전(前) 경영자의 지분을 회생절차가 인가된 후 회사가 이익으로 다시 찾아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금문산업의 회생계획안에는 또 캠코를 통해 토지와 건물뿐만 아니라 설비 등 시설도 매각했다가 임차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른 바 매각 후 재임대(세일앤리스백 Sale and Lease Back)방식이다. 회사는 매각대금으로 채무 등을 변제하고 회사가 향후 이익이 생기면 매각한 부지와 건물을 다시 매입하는 식이다.

그런데 채권자중 하나인 대구은행은 금문산업의 회생계획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캠코가 시설까지 매입한 사례가 드물다다는 반응을 보이며 회사의 변제재원 마련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칼바람 부는 자동차 산업, 회생 이렇게 험난해서야

최근 자동차 산업의 현실은 삭막할 정도다. 조선산업 만큼 칼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5423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3193억원) 대비 33.5% 줄었다. 현대모비스는 올 상반기 매출액 17조779억원, 영업이익 9810억원, 당기순이익 1조 18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은 2.7% 감소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15.5%, 18.1% 줄었다.

이를 반영하듯 주요 협력사인 리안과 엠티코리아도 워크아웃과 회생으로 연이어 구조조정에 나섰다. 업계는 막바지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금문산업이 다른 자동차 협력사 회생절차 구조조정에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금문산업처럼 기술력과 영업망이 갖춰진 회사일수록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채권자들이 '딴 생각'을 품을 만한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업계 안팎에서는 유암코가 현재 회생절차에서 경영권 유지에 대해 동의하고 있지만 인가 후 M&A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암코가 기존 최대 채권자(부산은행)의 채권을 웃돈을 주고 매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구은행의 행보도 관심사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금문산업의 채권을 캠코에 매각하려 한다”고 밝혔다. 금문산업의 세일앤리스백 방식의 재원조달을 우려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채권은 캠코에 매각할 뜻을 비췄다는 것. 만약 캠코가 대구은행의 채권을 매입하게 되면 금문산업에 새로운 채권자가 되고 금문산업이 캠코에 대해 세일앤리스백을 하려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담보채권자는 아니지만 약 15%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신용보증기금도 대표이사의 지분비율을 현재보다 더 낮추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금문산업 대표이사의 지분은 회생 전 100%에서 현재 23%까지 낮아진 상태다.

구조조정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자의 영업력이 회사의 매출을 견인하는 중소, 중견 기업의 경우 회생절차에서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이 커지면 구조조정을 하려는 의지가 꺾인다”며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걱정하면서도 기술력 있는 부품사의 구조조정에서는 채권금융기관들이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문산업은 1993년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로 선정돼 본격적인 사업궤도에 들어섰다. 매출액은 2015년 1554억원, 2016년 1561억원이었으며, 지난 2012년에는 '3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약 150곳의 하청업체가 있다. 회생계획안의 동의를 묻는 채권자집회는 오는 12일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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