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와치] 중소기업, "연대보증이 회생기회 놓치게 해"
[법정관리 와치] 중소기업, "연대보증이 회생기회 놓치게 해"
  • 양인정 기자
  • 승인 2018.09.06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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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법조계 "회생절차 중 대표이사 보호 장치 필요"
회생 기업인 보호조치 시급
사진=연합뉴스
회생신청 시기를 놓친 중소,중견 기업들이 파산위기에 놓여져 있다. 연대보증제도 폐지 전 대표이사 연대채무로 기업들이 회생신청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야 하는 데 연대보증 때문에 주저하고 있습니다”

창원 공단에서 조선기자재를 납품하는 A업체는 한 로펌에 전화를 걸어 하소연 중이다. A업체가 처음 회생 상담을 한 것은 벌써 석달 전 이다. 당시만 해도 어느 정도 운영자금이 있어 버텼지만, 지금은 당장 직원들의 급여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변호사는 진작 회생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자문했지만, 회사가 회생에 들어가면 대표이사인 본인도 같이 회생절차를 밟게 된다는 사실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서초동 로펌에서 기업업무를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이와 같은 내용의 상담이 새삼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자금난에 처한 중소·중견 기업이면 모두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

5일 구조조정 업계에 따르면 회생절차를 밟아야 하는 중소기업들이 연대보증 문제로 구조조정의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산업이 하강국면에 접어든 조선, 철강, 자동차 업계의 고민이 크다. 이들 중소·중견업체와 한계기업이 회생을 앞두고 이 연대보증 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국책금융기관의 연대보증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히고 창업자금 등 보증서 대출에 연대보증을 세우지 않고 있다. 문제는 연대보증 폐지의 효과가 기존 연대보증을 선 사람들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3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내놓은 ‘3월 금융안정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법인 기업의 14.2%가 한계기업이다. 보고서에는 전체 3126개 기업 중 2년 이상 연속 한계기업으로 존속 중인 기업이 2152개(68.8%)에 달했다. 또 이들 중 504개 기업(23.4%)은 2010년 이후 7년 내내 한계기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계기업이 금융기관에 갚아야 할 부채도 122조 900억원이나 됐다.

여기에 대표이사가 과점주주인 경우 조세채무의 제2차 징수의무까지 더해진다. 이들 한계기업의 대표이사 대부분이 정책자금 또는 금융권 운영자금 대출에 연대보증인으로 돼있다.

◆ 보증선 대표이사 구제 못 하는 ‘회생·파산절차’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회사가 회생절차를 밟아도 연대보증인 대표는 여전히 보증채무를 떠안게 된다. 법이 이렇다 보니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보증인인 대표이사도 덩달아 회생절차에 들어가야 했다.

이 때문에 대표이사는 이 과정에서 재산을 내놓거나 가처분소득을 줄이는 등 강도 높은 개인 구조조정이 가해졌다. 구조조정 업계는 중소·중견 기업이 회생절차를 주저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이사가 이처럼 보증채무 문제로 회생신청 결정을 미루는 동안 회사는 구조조정시기를 놓치게 돼 회생이 불투명해 진다. 파산법조계 한 변호사는 “회사가 운영자금이 있을 때 회생신청을 해야 원재료도 사고 직원들 급여를 주는데, 대표이사가 보증채무로 고민하다 이 시기를 놓친다”며 “결국 직원들이 일탈하고 거래도 어려워 회사가 파산에 이른다”고 말했다.

파산법조계와 구조조정 업계는 오래전부터 연대보증 문제가 회생절차 기업구조조정에 발목을 잡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했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기촉법상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 절차로 일원화 해야한다는 주장도 연대보증 책임을 해결하지 못하는 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 회생절차서 대표이사 고용보장 장치 마련해야

한계기업의 출구전략 수립을 위해서라도 기존 연대보증인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거나 채무자회생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당장 법 제도를 개선할 수 없다면, 회생절차에서 대표이사를 보호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중소기업이 회생절차 구조조정으로 들어갈 유인이 생긴다는 것이다. 회사가 회생절차에서 출자전환이나 M&A로 경영권을 잃더라도 대표자가 회생절차를 마치는 기간까지 고용을 보장하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김남성 한국도산법학회 이사(법무법인 리앤킴 파트너)는 “중소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연대보증인 대표자도 회생절차를 밟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업회생에서 M&A가 이루어지면 대표자는 회사를 떠나게 돼 대표자의 회생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대표자의 경륜과 고객망을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대표자를 일정기간 고문이나 이사 형태로 가급적 보장해주는 형태로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들어주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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