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석유화학 공장. /사진=에쓰오일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최근 정유업계의 트렌드는 비정유 부문(석유화학·윤활유) 집중 육성이다. 특히 석유화학 산업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정유 3사인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은 모두 석유화학 부문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놨다. 가장 먼저 GS칼텍스가 지난 2월 전남 여수공장에 2조60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시설을 건설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어 현대오일뱅크가 지난 5월 화학업계 1위인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2조7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에쓰오일도 지난달 22일 2015년 약 4조8000억원을 투입한 RUC&ODC(잔사유 고도화&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 프로젝트에 이어 울산 온산 공장 부지를 매입해 두 번째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5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LG 화학과 여천NCC가 에틸텐 신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석유화학업체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정유 부문이 주력 사업이었던 정유사까지 석유화학 부문에 집중하는 이유는 미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정유사업은 국제유가 변동 등 대외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고 전기차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장차 수익성 악화라는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미래 먹거리로 평가 받고 있는 석유화학 산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석유화학 산업은 석유제품(나프타) 또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합성수지(플라스틱), 합성섬유 원료(폴리에스테르, 나일론), 합성고무 및 각종 기초 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이다. 고부가 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산업이다.

석유화학 산업으로 눈을 돌린 기업들에게 가장 큰 과제는 핵심 원료인 에틸렌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본산업경제성은 전 세계 에틸렌 생산이 2015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3년간 11.86% 증가, 환산수요(에틸렌 생산+수입-수출)는 8.8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미국, 중국, 중동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에틸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석유화학협회가 발간한 ‘2018 석유화학 편람’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화학제품 핵심 원료인 에틸렌 생산능력은 미국이 3000만톤(시장 점유율 17.7%)으로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이 2420만톤(14.2%), 사우디가 1760만톤(10.3%)으로 뒤를 이었고 우리나라는 900만톤(5.3%)으로 4위에 올랐다.

우리나라는 1990년 세계시장 점유율이 1.9%에 불과했지만 급 성장해 지난해 생산능력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출액도 447억불을 기록해 반도체, 자동차, 일반기계에 이어 국내 4위 수출품목에 올랐다.

국내 석유화학제품 수요와 에틸렌 생산량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석유화학 제품 수요는 연 4%씩 늘어나고 있으며, 에틸렌과 합성수지(플라스틱)의 최근 3년간 연 평균 성장률은 각각 2%, 4.4% 를 기록했다. 생산량은 에틸렌이 2%, 합성수지가 3%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각 기업의 증설ㆍ신설이 마무리되는 2023년에는 에틸렌 생산량이 지금의 생산량에 70% 늘어난 1559만t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에틸렌 생산시설 증설 및 신설이 완료되는 2022~2023년에는 공급과잉이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미래에도 에틸렌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 시황에 대해 “동시 다발적인 국내 기업의 크래커(Cracker) 증설 발표로 2021년 이후 공급 과잉 우려가 확산되어 있지만, 지금까지의 증설 계획으로는 수요 증가 규모에 미치지 못하여 공급과잉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21년 이후 화학 증설에는 중국 등 아시아가 중심이 될 전망인데 중국의 증설은 지연되거나 ‘No Show’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경쟁 기업 주가는 매우 견조하며, 과잉 공급 우려는 국내에서만 한정된 시각으로 크게 우려할 것 없다는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에틸렌 수요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일시적으로 2022~2023년쯤 공급과잉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수요가 계속 늘어나 장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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