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한금융, 자산운용부문 강화...생보업계 지각변동 예고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1년 가까이 공을 들여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품에 안게 됐다. 취임 초부터 조 회장이 강조한 비(非)은행 부문의 역량도 강화하고 KB금융그룹에 내줬던 ‘리딩그룹’ 타이틀도 되찾게 됐다. 그간 대형 M&A(인수합병)를 통해 성장해 왔던 신한금융인데, 이번 인수가 추후 ‘몸집 불리기’에 어떤 역할을 해 나갈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주당 4만7400원에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인수하는 안을 의결했다. 인수 가격은 2조2989억원이다. MBK파트너스는 오렌지라이프의 대주주인 사모투자펀드(PEF)다. 신한금융은 이사회 직후 라이프투자유한회사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라이프투자유한회사가 보유한 오렌지라이프 지분 인수를 확정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신한금융그룹

“가격 이슈가 변수”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부터 오렌지라이프 지분을 인수하는 안을 검토해 왔다. 업계에서는 인수 전부터 “가격 이슈가 변수”라며 인수 가격을 강조하던 조 회장의 계산이 MBK파트너스보다 ‘한 수 위’였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말 매각을 추진하면서 내놨던 희망 가격은 3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격은 지난 5월 2조5000억원으로 낮아졌으나 이마저 신한금융의 예상치보다는 높았기 때문에 한동안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신한금융과 KB금융 모두가 MBK가 제시한 가격이 과도하게 높다고 판단할 때쯤, 주저앉은 주가가 신한금융에 호재로 작용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과도하게 비용을 치르는 보여주기식 M&A를 하지 않겠다는 공언 역시 가격이 내려가는데 힘을 보탰다. 연초 6만원대를 넘었던 오렌지라이프의 주가는 2월부터 우하향 곡선을 그리더니, 현재는 3만원 초·중반까지 주저앉은 상태다. 때문에 MBK 입장에서는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고 최종적으로는 약 2조3000억원에 오렌지라이프를 품게 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제시한 금액이 현재 주가에 비해서는 비싸다는 얘기가 있는데 협상 하기 전 주가가 거의 5만원 가까이 됐다”면서 “협상 소식이 들리니까 배당이 앞으로 덜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심리 등이 반영돼서 주가가 내려간 것이기 때문에 현재 주가를 보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뿐만 아니라 오렌지라이프가 갖고 있는 실자산 가치가 그렇게 낮은 것도 아니어서 비싸게 주고 인수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신한금융은 5일 이사회 직후 라이프투자유한회사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라이프투자유한회사가 보유한 오렌지라이프 지분 인수를 확정했다. 윤종하 라이프투자유한회사 대표이사(왼쪽)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비은행부문 역량 한층 끌어올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비은행부문 역량도 한층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신한금융에 따르면 지난해 그룹사별 당기순이익 비중에서 비은행부문은 43.7%, 올해 상반기 기준 이 수치는 32.6%로 떨어진 상태다.

애초 생보사 인수는 KB금융 쪽에서 거론되던 얘기였다. KB금융은 생보사의 존재감이 미미하고, 신한금융은 손해보험사가 없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의 생보사인 신한생명은 현재 생보업계에서 자산 규모 8위다.

손보사가 아닌 생보사를 택한 이유에 대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생보사 매물 중에서도 제일 매력적인 매물이었다”고 설명했다.

먼저, 현재 생보사들에 문제가 되는 지급여력비율이 높다는 이유가 꼽혔다. 보험부채 시가평가 기반의 국제회계기준(IFRS17)이 2021년 시행돼도 당장 자본을 늘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가 외국계 회사다보니 글로벌 기준에 맞춰 비율이 450%에 가까이 되는 우량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생명의 6월 말 현재 이 비율은 200% 수준이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성장 기반이 다르다는 점도 오렌지라이프가 택한 이유로 꼽혔다. 서로 특화된 부분이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 신한금융의 설명이다.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는 설계사 조직이 굉장히 탄탄하고 신한생명은 콜센터 영업이 활발하다”며 “두 회사의 설계사 연령도 달라서 고객층도 다른데 고자산 고객 쪽이 많은 오렌지라이프와 달리 신한생명은 고객층 범위가 넓고 대중적인 상품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인수합병 후 통합이 되면 높은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자산규모 30조7000억원의 신한생명과 31조5000억원의 오렌지라이프가 합쳐지면 62조2000억원으로 자산규모가 업계 5위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예 없는 포트폴리오(손보사)를 가져와 맨땅에서 신한 색을 입혀 키워나가기에는 신한금융 쪽에서도 여의치 않았을 것”이라며 “업계에서 뿌리를 이미 내리고 있었던 분야를 좀 더 잘 키워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굳힌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신한금융은 조흥은행, LG카드 등 굵직한 인수 사례만 봐도 안착까지 시간은 다소 걸렸지만 이후 큰 잡음이 없었다”며 “그간 대형 인수합병으로 화학적 결합에 능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번 (오렌지라이프 인수) 역시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화(化)’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리딩 금융그룹 재탈환

신한금융은 이번 인수로 KB금융에 내줬던 1위 자리를 1년 만에 재탈환하게 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 KB금융의 순이익은 1조9150억원, 신한금융은 1조7956억원으로 KB금융이 1194억원 앞섰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분기까지 KB금융과 1200억원 넘는 격차를 벌리며 앞서나갔으나 2분기 KB금융이 지주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1위 자리를 반납해야 했다.

이번 인수(지분율 59.15%)로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의 순이익이 2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렌지라이프가 신한금융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면 오렌지라이프의 당기순이익이 신한금융의 실적으로 잡혀 순익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자산규모로도 KB금융을 제친다. 6월 말 현재 신한금융의 총자산은 453조2675억원, KB금융은 463조3000억원이다. 여기에 오렌지라이프의 자산 31조5000억원을 더하면 484조7000억원을 넘게 된다.

조 회장은 이날 체결식 후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건전성과 선진적 경영관리체계를 구축해 안정된 이익구조를 가지고 있는 오렌지라이프의 성공적 인수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내실있는 유기적 성장과 국내외 비유기적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그룹 가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서연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