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대한민국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은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 씨. /연합뉴스

최태원(58) 회장의 차녀 최민정(28) 씨 역시 갑 중의 갑이며, 금을 넘은 다이아몬드수저다. 자신이 의지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태어나보니 아버지는 국내 3위 대기업 오너이고, 어머니는 전직 대통령의 딸이었다.

그런데 최 씨가 SK그룹 계열사가 아닌 중국 투자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이는 그가 보여준 '남다른' 행보 때문일 것이다.

통상적으로 재벌가 자제들은 두 가지 길을 걷는다. 컨설팅회사에서 경력을 쌓거나 바로 부모 회사에 들어가 경영수업을 받는 식이다.

최태원 회장의 장녀 윤정 씨는 대학 졸업 후 경영컨설팅 기업 ‘베인&컴퍼니’에서 경험을 쌓았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녀 정남이 상임이사,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3남 조현상 총괄사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장녀 민정 씨 등도 모두 이 회사 출신이다.

그러나 최 씨의 행보는 다른 재벌가 자제들과 확연히 달랐다. 그는 2014년 9월 15일 ‘재벌가 딸’ 최초로 자원입대했다. 남자들에게 조차 기피 대상 1호인 그곳을 본인 스스로 들어간 것이다. 특히 총수 자녀가 군 장교로 복무한 것은 최 씨가 처음이었다.

그는 중국 유학 시절에도 현지 입시학원에서 근무하며 한국 학생을 가르쳤다. 여기에 레스토랑과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학비 역시 장학금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최 씨는 지난 2013년 말 중국 베이징대 광화관리원대(경영대)에서 유학생활을 마친 후 온라인 쇼핑몰 벤처기업 ‘판다코리아닷컴’을 공동 창업했다. 단순히 간판만 건 것이 아니다. 부사장직을 맡으며 직접 사업설명회를 주관하는 등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최 씨도 언젠가는 SK그룹 고위직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높다. 그때가 오더라도 ‘부모 잘 만난 사람’이라는 뒷말은 쉽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안전한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에서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 씨의 10년 뒤가 더 기대되고 응원하고 싶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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