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들이면 '제2 박인비' 탄생할까... 골프 선수 ‘손익분기점’은
20억 들이면 '제2 박인비' 탄생할까... 골프 선수 ‘손익분기점’은
  • 박종민 기자
  • 승인 2018.09.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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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박인비. /사진=LPGA 제공
LPGA 박인비. /사진=LPG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프로 데뷔까지 보통 10억원 정도 들 겁니다.”

골프 관계자들은 선수들이 프로에 입문할 때까지 드는 비용에 대해 이 같이 입을 모은다. 골프는 다른 구기 종목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며 조기 교육이 강조되는 종목이기도 하다.

지난 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3승을 거두며 대기만성한 김해림(29ㆍ삼천리)은 “대개는 초등학생 때 골프채를 처음 잡는데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며 “약 10년차 정도가 돼야 빛이 발하는 것 같다. 1989년생이지만 골프 구력은 1995년생 선수들과 비슷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캐디 최희창(43)씨는 야구선수 출신으로 운동 능력이 좋지만, 뒤늦게 골프를 배워 끝내 프로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연예인 중 가장 좋은 기량을 갖췄다는 김국진(53)씨 역시 뒤늦게 골프를 접한 경우로 프로 테스트에 15차례나 낙방했다.

◇프로 입문 때까지 10억원 쓰는 게 통설

프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은 초등학생 때 골프에 입문한 경우가 많다. 선수들은 프로 데뷔까지 대략 10년간 1년에 약 1억원씩 지출한다는 게 업계 통설이다. 연간 수 차례 열리는 주니어 골프 대회 출전에 드는 경비만 해도 만만치 않다. 4일부터 진행 중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삼천리 투게더 꿈나무대회의 한 관계자는 “이 대회처럼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등 경비 전액을 지원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고등부 대회에서 저런 비용들이 지원이 되지 않으면 선수 측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대회당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이 넘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골프 교습 환경이 좋아지면서 선수들은 더 많은 돈을 쓰게 됐다. 최근 만난 프로골퍼 출신 KLPGA 고위 관계자는 “내가 활동하던 1990년대 후반에 비해 지금은 더 체계적이다. 선수에게 팀이 붙어 사소한 자세 하나도 전문가의 교정을 받거나, 미국에서 배워오게 하느라 돈이 많이 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1년에 5000만원 버는 선수도 드물었지만, 요즘 실력이 좋은 선수들은 억대 연봉은 기본”이라며 “다만 그만큼 지출하는 비용도 많다”고 덧붙였다.

◇KLPGA 상금 1위 오지현도 차ㆍ포 떼면 ‘글쎄’

오지현(22ㆍKB금융)은 올 시즌 KLPGA 투어에서 7억5135만3947원을 벌어들여 상금랭킹 1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여기서 나가는 비용은 많다. 우선 상금 수령시 선수들은 세금과 협회발전기금을 포함해 약 10%를 뗀다. 2개월간의 동계 훈련비는 약 2000만원 내외가 들고 레슨비는 연평균 2400만원선, 개인 트레이너 고용비는 연 1200만원 정도가 든다.

개인 캐디의 주급은 대회당(주당) 약 100만~150만원 수준인데 오지현은 스타 캐디 최희창씨를 고용했다. 최씨는 억대 연봉자다. 따라서 오지현은 최씨에게 연간 최소 억대를 지급한다. 아울러 아껴 써도 대회당 수십 만원의 교통비와 숙식비가 드는 데 오지현은 지금까지 시즌 18개 대회에 출전했다. 적어도 1000만~2000만원의 경비를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종합소득세를 별도로 내야 한다. 또 국민연금과 의료보험료 등 약 100만원 정도가 고정적으로 든다. 종합소득세는 총소득에서 지출 경비를 제외한 나머지 소득에 따라 세율이 달라진다. 1억5000만원 이하는 35%, 3억원 이하 38%, 5억원 이하 40%, 5억원 초과는 42%를 낸다. 오지현의 경우 42%의 세율을 적용 받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차 떼고 포 떼면 KLPGA 홈페이지상에 나와 있는 상금 액수가 큰 의미를 가지진 못한다. 메인 후원사와 서브 후원사가 별도로 지원금을 수천 만원 정도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걸 고려해도 순수입은 생각보다 확 줄어든다.

프로 데뷔 전까지 약 10년간 들인 비용이 10억원이라 할 때, 선수의 매출액이 그 기간의 총비용과 일치하는 점인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에 이르려면 프로에서 적어도 수년 간 상금왕에 가까운 기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생계형ㆍ투잡 골퍼도 적지 않아

국내 투어에는 생계형 골퍼도 적지 않다. KLPGA 고위 관계자는 “투어 상금랭킹 20위 뒤로 밀릴 경우 한 해 경비 대비 수입이 좋지 않은 수준이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같다”고 말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대회 수와 상금 규모가 KLPGA 투어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이다.

한 대회에서 만난 최하위권 선수의 어머니는 “한 해 경비만 7000만원이 든다”며 “서울에서 부산까지 왔는데 경비만 많이 들었고 이번 대회에서도 벌어들인 건 없다. 그래서 아들이 선수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속사정을 얘기했다.

KLPGA 대회에 아버지 캐디들이, KPGA 코리안 투어에 어머니 캐디들이 있는 데는 캐디비를 아끼려는 이유도 있다. KPGA 코리안 투어에선 ‘투잡’을 뛰는 선수들도 꽤 있다. 골퍼 외에 레슨 프로는 물론 요리사와 캐디까지 하는 이도 있다. 2016년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상엽(24ㆍJDX멀티스포츠)은 “30대 선배들 중 약 60~70%는 (생계 걱정에) ‘투잡’을 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고 투어 현실을 털어놨다.

한 골프 관계자는 “골프 선수라 하면 돈이 많고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인 경우도 많다. 여자 선수의 경우 프로에 입문해 20대 중반까지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게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