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수애는 두 얼굴을 가진 배우다. 단아하고 우아한 듯하면서도 강인한 카리스마를 품고 있다. 대표작 SBS ‘야왕’(2013년)에서 보여준 악랄한 ‘야망녀’ 주다해가 힘을 발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수애만의 카리스마가 제대로 표현됐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상류사회’ 속 수애는 주다해보다 훨씬 쿨하고 당당한 캐릭터를 완벽히 표현하며 전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수애는 “장르적으로는 파격적인 도전이었지만 주인공 당당함이 너무 좋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 ‘상류사회’의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수연이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달려가는 모습에서 열정이 느껴졌다. 환경 때문에 그 열정이 욕망으로 변한 것이다. 욕망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수연이 치욕을 감내하는 것 역시 마음에 들었다. 정말 멋진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연기한 수연은 참 이기적인 인물이다. 관객이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인데.

“있는 그대로 오수연을 전달하고 싶었다. 수연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여성이다. ‘욕망 덩어리’를 입고 있지만 수연이 처음부터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살던 여성이 분위기와 환경, 재벌들 사이에서 모멸감과 박탈감을 느꼈을 거라고 본다. 어떻게 하면 수연의 욕망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남편 장태준 역으로 박해일을 추천해 성사된 캐스팅으로 알고 있다.

“(박)해일 선배를 팬으로서 많이 좋아했다. 항상 시상식에서만 몇 번 봤다. 사실 한 작품을 하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뭔가 나와 닮은 점도 많고, 배울 점도 많을 것 같았다. 실제로 연기해보니 내 예상이 맞았다. 촬영장에서 중재 역할을 참 잘 해줬다. 아무래도 불쾌한 몇 장면들을 배우들이 소화해야 하다 보니 모두 민감할 수 있는 촬영장이었다. 배우들과 감독님 사이에서 소통을 참 잘 해줬다.”

-오수연과 장태준은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부부다.

“이 부부가 제일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려고 하는 게 이기적이라고 느끼기도 했는데 위기에 처했을 때 서로의 편이 되어주지 않나. 서로의 민낯을 보고도 곁을 지킨다는 믿음이 있다. 그게 바로 오수연이 계속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인 것 같다.”

-영화에는 불쾌하고 필요 이상으로 수위가 높은 장면들이 있다. 관객 반응을 걱정하지 않았나.

“어쩔 수 없이 우리 영화가 갖고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피할 수 없었다. 어떻게 더 매끄럽게 소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다 인지하고 있던 부분이다. 관객 반응에 대한 부담보다는 작품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아마 ‘상류사회’를 의심했더라면 출연하지 않았을 거다.”

-옛 연인으로 등장한 이진욱과 베드신을 촬영했는데 힘들지 않았나.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것 때문에 방해 받고 싶지 않았다. 물론 노출이 내가 연기하고자 하는 방향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 장면이다. 노출 수위와 상관없이 이 장면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 장면에서 수연이 전달하고자 하는 게 있다. 감독님과 해일 선배가 있기 때문에 찍을 수 있던 장면 같다.”

-이진욱과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나.

“안타깝게도 이진욱의 촬영 회차가 많지 않았다. 이진욱이 분한 신지호 역은 전사가 따로 나오지 않는다. 과거 수연의 남자로 나오는데 그 짧은 신에서 관객을 압도할 수 있어야 했다. 감독님이 이진욱을 너무 좋아하셨다. 성격이야 워낙 젠틀하지 않나.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봤는데 전혀 무리 없었다. 매끄럽게 진행이 잘 됐다.”

-후배 서예지·원진아는 ‘포스트 수애’로 불린다.

“내가 봐도 신기하고 감회가 새롭다. 내가 신인이었을 때 대선배 정윤희 선배와 비교되면서 감당할 수 없는 수식어 '포스트 정윤희‘로 불렸다. 늘 제2의 누구라고 불렸었는데 ’제2의 수애’ ‘포스트 수애’라는 말이 새롭고 좋다. 누군가에게 귀감이 됐다면 좋은 것 같다. 그래서 더 배우로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신인이었을 때와 방향성이 달라진 게 있나.

“영화 ‘감기’(2013년) 후 파트너와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국가대표2’(2016년) 때는 후배들과 호흡을 해봤다. 사실 맏언니 역할을 한 적이 없어서 학습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나이가 아니라 연륜과 환경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있는 것 같다. 나도 박해일 선배처럼 현장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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