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골드만삭스, 가상화폐 전담 팀 계획 철회 발표
"시장 규제 불확실성 많아...우선순위 아니다"
기관투자가 '엑소더스' 우려 확산...주요 가상화폐 가격 급락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월가 투자은행(IB) 최초로 비트코인 전담 트레이딩 데스크를 만들었던 골드만삭스가 가상화폐 거래 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가상화폐 투자에 가장 적극적이던 골드만삭스의 철회 소식에 가상화폐 시장에 ‘큰 손’유입 기대감도 꺾이는 추세다. 기관투자가 ‘엑소더스’ 공포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화폐는 두 자릿수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5일(이하 현지시간) 가상화폐 전담 드레이딩 데스크 개설 계획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측은 “현재 가상화폐 시장 규제 환경이 불확실하며 보다 규제된 환경에서 서비스를 시행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며 “고객의 요청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를 지원하고자 했으나 아직 밟아야 할 단계가 더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업계 최초로 선언했던 비트코인 전담 트레이딩 데스크 설치 계획을 5일(현지시간) 철회했다./사진=연합뉴스

다만 골드만삭스의 가상화폐 투자 계획 자체가 무산된 것은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가상화폐를 대신 보관하고 관리하는 커스터디 서비스(Custody Service)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상화폐 거래에 이용되는 대규모 투자금을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측은 “가상화폐 전담 트레이딩 데스크 설립 계획은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뿐”이라며 “추후 해당 계획을 다시 되살릴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 월가 대표 ‘친(親) 가상화폐’ 골드만삭스, 전담 팀 왜 철회했나

골드만삭스는 월가 IB 중 가상화폐에 가장 전향적인 곳이었다. “비트코인은 튤립보다 더한 버블”이라며 일갈했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와는 달리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전 CEO는 “비트코인에 미래가 없다고 말하는 건 너무 오만한 발상”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7월 골드만삭스의 새 수장이 된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 역시 가상화폐 옹호론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해 10월부터 골드만삭스는 가상화폐 전담 거래 데스크 설립을 준비했다. 지난해 12월 전담 팀 설치를 완료하고 올해 6월 전에 데스크 가동을 원한다고 밝혔으며 실제로 올 상반기까지 직원 채용마저 끝냈다. 늦어도 올해 안에 골드만삭스가 해당 팀의 운영을 시작할거란 소문이 퍼지면서 가상화폐 시장에도 월가 자금이 유입될거란 기대가 확산됐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구멍뚫린 규제’를 한계로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아직 규제당국의 로드맵이 구체화되지 않은데다 가상화폐 거래에서 올 수 있는 위험을 회피할 방법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전담 팀 개설 계획을 철회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의 계획 철회 소식에 이날 오후 2시 30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12.6% 급락한 646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사진=코인마켓캡

◆ 기관투자가 ‘엑소더스’ 공포…주요 가상화폐 가격 급락

시장에서는 골드만삭스의 계획 철회가 큰 파장을 남기고 있다. 올 하반기 가상화폐 시장 화두로 떠오른 ‘기관투자가’ 유입 기대가 꺾인데다 비슷한 계획을 검토 중이던 은행들이 줄줄이 발을 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골드만삭스 외에도 모건스탠리와 JP모건 등이 가상화폐 혹은 디지털 자산 전담 팀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가상화폐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가상화폐 전문가인 브라이언 켈리 BKCM LLC 설립자 겸 CEO는 “월가 IB는 아직 가상화폐 생태계의 일부는 아니지만 신뢰할 수 있는 대표적 기관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부정적 심리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발(發) 악재에 주요 가상화폐들은 10~20%대 가격 급락을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6일 오후 2시 30분 현재 비트코인은 6466달러(약 726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24시간 전보다 12.6%나 급락한 가격이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은 20.7% 내린 225달러(약 25만원)에, 리플은 13.9% 떨어진 28센트에, 비트코인캐시는 20.6% 떨어진 498달러에, 이오스는 22.7% 내린 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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