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CEO, 일반 직원들과 소통의 장 확대…동기부여·의욕 고취 효과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간 거래) 사업으로 일반인에게는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한 철강·화학 업계에서 '소통 경영'이 새로운 경영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6일 철강·화학 업계에 따르면 기업 회장·부회장 등 경영자들은 사내외 스킨십을 통해 '소통 경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 특성상 남성 직원이 많아 다소 딱딱하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시대가 바뀐 만큼 수장들도 '이웃집 아저씨'처럼 일반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있다. 

수평적 조직 문화가 곧 실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힘들지만, 소통과 현장에 무게를 두면 보다 유연한 분위기가 조성돼 직원들의 동기 부여나 의욕 고취에 적지 않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곧 장기적으로 물론 회사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지난7월6일 을지로 본사에서 진행한 창립 64주년 기념식에서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 '쿨가이'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2015년 1월부터 경영 전면에 나서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흑자경영 기조를 달성하며 형인 장세주 회장의 공백을 잘 메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원시원한 성격을 바탕으로 일반 직원들과도 거리낌 없이 소통하는 등 이른바 '스킨십 경영'이 실적 개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이야기가 있다.  
      
장 부회장은 이른바 '번개'를 통해 식사 자리를 만드는 것은 물론 본사에는 '다트룸'을 설치해 일반 직원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간혹 일찍 출근하는 직원들과 커피타임을 갖기도 하고, 직원들에게 사비를 털어 다이어리, 목도리, 전자시계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 

장 부회장의 소통 경영은 본사 직원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포항, 당진, 부산 등 사업장을 방문해 공장 직원들과도 식사 자리를 만들고 있다. 어버이날에는 해외지사 주재원을 대상으로 '부모님 선물 배송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고, 일반 주주들을 대상으로 공장 견학을 실시하는 등 사내외 이해관계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장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뒤 조직문화가 많이 부드러워지고 수평화됐다"며 "'소통경영'이라는 표현도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눈높이경영'으로 보고 있는데 부회장께서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많이 가지다보니 확실히 회사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한 직원은 "직원들 사이에서 장 부회장을 '쿨가이'라고 불린다"며 "총수일가 특유의 권위 의식이 없고, 임원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과도 거리낌 없이 소통해 회사에 대한 애정이 높아지고 동기부여 측면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 /사진=한화케미칼

◇ '혼밥직원'과 소통하는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

화학업계 역시 철강업계 못지않게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한 분야다. 화학업계에선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도 직원과의 소통 실천에 열심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15년 사장 시절 "진정성 있는 경영의 첫단추는 조직원들간의 허심탄회한 소통부터"라며 직원들과 사내 소통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현재는 일정상의 이유로 중단됐지만, 독서토론회인 '다독다독(多讀多讀)'를 열고 일반 직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었고, 'CEO와 함께하는 테마가 있는 저녁'이라는 행사를 개최해 일반 직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영화 관람을 하며 '스킨십 경영'을 펼쳤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에는 기러기 아빠 등 여러 사정으로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일상인 '혼밥직원' 18명을 초대해 저녁을 함께하기도 했다.  얼마전 태풍 솔릭의 영향권에 접어들기 시작했을 때 김 부회장은 아이를 둔 여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태풍 때문에 많은 어린이집이나 학교가 휴교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더불어 임신 중인 여직원 역시 배려 대상이었다.  

김 부회장은 한달에 2~3번 이상은 여수, 울산, 대전 등 각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직원들과 식사 자리를 만들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귀담아듣는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소통·현장 경영이 실적으로 반영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조직문화 차원에서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 직원들로 하여금 의욕을 고취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사진=포스코

◇ 최정우 포스코 회장·조현준 효성 회장도 '소통 경영'

올해 새롭게 그룹 수장을 맡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조현준 효성 회장도 '소통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포스코와 그룹사의 실장 및 법인장급 이상 전 임원에게 실질적인 개혁 방안을 내달라는 메일을 발송했다. 취임 이전에는 사내외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건의사항인 '포스코 러브레터'를 접수하며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효성은 지난달 16일을 시작으로 이달 3일까지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모두 4차례 기업설명회와 간담회를 실시했다. 다음 달에는 해외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NDR(Non Deal Road Show:투자유치 등의 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기업 설명회)도 실시할 계획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시장과 지속적인 소통으로 투명경영을 강화해 보수적인 그룹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수장직에 오른 조 회장은 평소 '소통경영'을 강조하고 있다"며 "다만 B2B 기업이라는 특성상 외부에 '보수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아무리 소통경영을 강조해도 밖으로 드러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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