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유아정 기자] 절대적 미에 대한 가치가 엄격하게 적용되던 패션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레인브라이언트 광고

디자이너의 고매한 철학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모든 의상을 자유롭게 소화할 수 있는 젓가락같은 몸매가 요구되던 런웨이가 변했다. 지난해 뉴욕 패션위크에선 74년 역사상 처음으로 플러스 사이즈 브랜드가 쇼에 올라가 눈길을 끌었다. ‘자연스러움’을 콘셉트로 평범한 여성들을 위한 옷을 만드는 ‘토리드(Torrid)’는 누구나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현실세계에서 구현해내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술 더 떠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지나치게 마른 모델의 업계 활동을 금지시켰다. 건강치 못한 일정한 체질량 지수 이하의 모델을 기용하거나 체중 감량을 강제하는 에이전시·브랜드 등은 법적 처벌을 받게 만들었다.
런웨이 뿐 아니라 광고도 달라졌다. 미국의 플러스사이즈 여성 의류 브랜드 '레인 브라이언트’ 광고는 온갖 평범한 여성들이 과감한 속옷을 입고 당당하게 등장해 '난 더 이상 엔젤이 아니야 (I'm No Angel)'를 외치고 있다. 완벽한 몸매와 섹시한 자태로 전세계 여성들의 미의 기준으로 군림했던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엔젤 모델을 비꼰 이 광고는 평범한 여성에게 엔젤이 되기를 권하는 현 사회에 일침을 가했다.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존중하며, '섹시'는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는 이 캠페인은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었다.

빅토리아시크릿 캡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플러스사이즈 여성복을 만드는 한 브랜드는 최근 대대적으로 가을겨울 패션쇼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과거 같으면 공개적인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커녕 검은 옷으로 군살을 가리기 급급했을 법한 여성들이 당당하고 행복하게 런웨이를 걸어 나오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쏟아졌다. 2010년 미국 최대 플러스사이즈 패션쇼 ‘풀 피겨드 패션위크(Full Figured Fashion Week)’로 데뷔한 최초의 한국인 모델 김지양씨는 방송은 물론 각종 인터뷰에서 긍정적이고 자신감있는 태도로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로 등극했다.

나의 몸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자는 운동은 당연히 여겨졌던 제모에도 반기를 들었다. 남성은 제모를 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지만 왜 유독 여성에게만 게으르고 센스없다는 굴레가 씌워지는지 의문을 표한 것. 사진작가 벤호퍼는 우리는 거의 1세기 동안 미용 산업계에 세뇌당했다면서 겨드라이 털을 기른 여성들을 카메라에 담은 네츄럴 뷰티 시리즈를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퀴어문화축제에서 천하제일 겨털대회가 열렸다.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표현하자는 취지였다.

비주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스 설수영 이사는 “그동안 ‘완벽한 미’라고 여겨졌던 가치가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 의문을 표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고 사랑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패션계도 입맛이 다른 구매자들의 취향을 고려해 의류 디자인이 다양해졌다. 체형을 감추는 데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몸매를 드러내는 과감한 디자인이 출시되고 있고, 색상이나 패턴도 더욱 화려하고 트렌디해졌다”고 설명했다. 
 
 
 

유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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