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최지윤 기자] 배우 박지예는 여느 신인과 다른 매력이 가득했다. 스스로 “평범한 외모”라고 겸손해했지만, 주위 사람들마저 행복하게 만드는 ‘해피 바이러스’가 느껴졌다. 투니버스 드라마 ‘기억, 하리’ 속 구하리 그 자체였다. 첫 주연을 맡은 박지예는 탄탄한 연기력과 통통 튀는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꽃의 비밀’을 비롯해 ‘강풀의 순정만화’ ‘그 남자 그 여자’ 등 연극 무대에서 쌓은 경험이 한 몫했다.

‘기억, 하리’는 투니버스 개국 이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의 외전이다. 고등학생 하리와 친구들을 중심으로 여름방학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뤘다. 공개 2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만 뷰를 돌파하며 인기몰이 했다. 박지예는 초등학생부터 학부모까지 전 연령대 사랑을 받아 행복하다며 “시즌2에도 꼭 출연하고 싶다”고 바랐다. 장진 감독의 픽에서 초통령이 되기까지. “너무 평범해서 대체불가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박지예는 누구보다 당찼다.

-첫 주연 부담감은 없었나.

“처음 캐스팅 확정 연락을 받았을 때 믿기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라는 생각부터 들더라. 원작 만화 ‘신비아파트’를 보면서 캐릭터 성격을 잡아나갔다. 주연이라서 비중이 클 거라고 생각했지만 ‘명탐정 코난’의 코난 수준이더라. 대사양이 엄청 나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박용진 PD님이 부담을 덜어줬다. 내가 워낙 밝으니까 감독님이 좀 조절해달라고 하더라(웃음).”

-구하리와 싱크로율 높아 보였는데.

“하리는 예쁘기보다 밝고 명랑한 캐릭터다. 주변에서 ‘그냥 딱 지예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오디션 때도 교복 입고 머리도 묶고 최대한 하리와 비슷하게 꾸미고 갔다. 대학로에서 ‘교복 전문배우’라고 불릴 정도로 작품마다 교복을 안 입은 적이 거의 없다. 나이는 조금(?) 있지만, 그 동안 교복을 쭉 입어서 어색하지 않았다.”

-강림 역의 아이즈 현준과 호흡은 어땠나.

“솔직히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아이돌 그룹이고 ‘냉미남’처럼 차가운 느낌이 들더라. 현장에서 내가 제일 연장자지만, 극중 친구로 나오니까 처음 보자마자 ‘말 놔. 반말해!’ 하면서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현준이가 낯을 많이 가렸는데, 가장 붙는 신이 많아서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현장에서도 정말 열심히 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37~38도 육박한 날씨에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 정도까지 옥상에서 촬영했다. 옥상신을 몰아 찍어야 했는데, 현준이는 올 블랙 의상에 부츠까지 신고 고생을 많이 했다. 너무 더우니까 물을 뿌려줬는데, 3분도 안 돼서 옷이 다 마르더라. 스태프들이 선풍기를 대주는데 가만히 못 있겠더라. 직접 얼음 가져와서 스태프들을 챙겼다. 나만 잘한다고 작품이 잘 되는게 아니니까. 많은 스태프들이 힘들 실어줘서 책임감이 더 생겼다.”

-시청자 반응도 챙겨봤나.

“첫 방송이 나가고 ‘하리 예쁘다!’라는 반응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처음엔 TV에 내 얼굴이 크게 나오니까 못 보겠더라(웃음). 사실 티저 영상이 공개되고 원작 팬들 사이에서 욕을 많이 먹었다. 머리를 풀고 샤랄라한 느낌으로 나왔는데, 호러에 치중돼 있으니까 티저와 포스터는 일부러 청춘 로맨스 느낌으로 찍었다. ‘구하리를 조신한 캐릭터로 만들었다’는 질타를 받아서 고등학생이 됐지만 성숙해진 느낌보다 원래 하리의 밝고 명랑한 성격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기억, 하리’ 인기 실감할 때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급격하게 느니까 감당이 안 되더라. 팬아트 직접 그려서 보내주고 감동 받았다. 최근 지하철을 탔는데, 초등학교 4~5학년쯤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헉!’ 하면서 놀라더라. 옆에 이모한테 ‘기억하리’ ‘기억하리’라고 하면서 입까지 틀어막고 놀라는 모습을 보고 귀여웠다. 어머니들도 SNS에 ‘내가 이 나이에 ‘기억하리’ 보고 있다’면서 인증샷을 많이 올렸더라. 어린 아이들만 볼 줄 알았는데, 다양한 연령대의 사랑을 받아서 행복했다.”

-스스로 점수 매겨보면.

“70점이다. 밝은 면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았는데, 웃을 때 순간 얼굴이 2배가 되더라. 코 찡긋 하는 버릇도 많이 나오고 계속 나쁜 점만 보였다. 연극 할 때 동선을 크게 쓰면서 연기했는데, 매체 연기는 카메라를 벗어나면 안 되니까 불편했다. 똑같은 신도 다양한 각도여서 여러 번 찍지 않냐. 처음엔 ‘난 뭘 해야 되지?’ 헷갈리고 편집점도 잘 몰라서 어색했다. 투니버스 작품을 오래한 친구들을 보고 ‘짬밥은 무시할 수 없구나’ 느꼈다. 정말 자연스럽더라. 나도 ‘기억하리’ 덕에 많은 걸 배웠다. 몸으로 배운 교과서다.”

-‘기억, 하리’ 시즌2 제작도 준비 중이다.

“당연히 하고 싶다. 마지막 촬영 때쯤 시즌2 얘기가 나와서 기뻤다. 감독님께서 시즌1 배우들이 모두 출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하더라. 최대한 스케줄을 조정해서 참여하고 싶다. 촬영 끝나갈 때 너무 아쉬워서 ‘시즌2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연극 무대에서 경험을 쌓았는데.

“예고에서 카메라 매체보다 무대 연기 중심으로 배웠다. 당시 드라마 ‘드림하이’가 인기여서 환상이 많았는데 한순간에 깨졌다. 학교 규율도 엄격했고, 들어가자마자 극장 청소부터 했다. 여대 방송연예과에 들어가니 정말 예쁜 친구들이 많아서 작아지더라. ‘얼굴로 승부 보는 건 안 되겠다’ 싶었다(웃음). 소속사가 있는 친구들도 많고 학교 보다 회사 느낌이 강했다. 1학년 때 휴학이 안 돼서 등록금 내고 수업은 안 듣고 연극 오디션을 계속 봤다. 연극 네 작품을 했는데, 지금도 내가 매체 연기를 하는 게 신기하다.”

-장진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장진 감독 픽이다(웃음). 감독님이 연출한 연극 ‘꽃의 비밀’에 출연하면서 지금 소속사랑 인연을 맺게 됐다. 처음 감독님 만났을 때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등 일상 얘기만 계속 나눴다. 두 번째 만났을 때 ‘꽃의 비밀’ 대본을 주고 ‘집에 가서 한 번 읽어봐’라고 하더라. 세 번째 만났을 때 답답해서 ‘오디션 언제 보냐?’고 했더니 ‘너 하는거야~정 읽고 싶으면 해보든지’라고 했다. 알고보니 처음 만났을 때부터 캐스팅을 결정했더라.”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는.

“시트콤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기억 하리’가 그런 욕구를 많이 충족시켜줬다. 우선 시트콤은 매일 방송하고 편하게 볼 수 있지 않냐. 초등학생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알아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래서 일일극, 주말극을 정말 하고 싶다. 롤모델은 정유미, 공효진, 메릴 스트립이다. 동물에 관심이 많은데, 영향력 있는 배우가 되면 동물 인권 관련 목소리를 내서 많은 사람들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

-어떤 수식어가 붙었으면 좋겠나.

“대체불가한 배우가 되고 싶다. 정말 뛰어나서 대체 불가 하기보다 너무 평범해서 대체불가 했으면 좋겠다. ‘배우 할 얼굴은 아니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스스로도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옆집 동생 혹은 학교 친구, 친한 언니랑 닮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어딜 가나 흔한 얼굴이지만, 꼭 필요한 캐릭터가 아닐까.”

사진=김민경기자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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