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나서는 시민들로 가득 찬 서울 동작 노량진역./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현준 기자] 취업시즌이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뚫고 입사한 사회초년생들은 회사에서도 높은 문턱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사회생활'이라는 신세계다. 지난해 3월 구인구직 매칭 사이트 ‘사람인’ 통계에 따르면 퇴사율이 가장 높은 연차는 ‘1년차 이하’(49%)로 전체의 절반 가까운 비율을 차지하는 신입들이 퇴사를 선택한다. 이들은 퇴사 이유로 △상사와의 갈등(복수선택) 13.1% △잦은 야근 등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부족 12.1% △기업문화 부적응 10.5% 등을 높은 순위로 꼽고 있다. 사내생활이 회사에 정착하는 데 있어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입들이 실제 회사 내에서 부딪치는 상황들과 그에 맞는 대처 방안, 방향을 제시해 그들의 고민을 어느 정도 덜어 줄 수 있는 일종의 ‘회사 사용 설명서’를 권하고자 한다.

◇'마이웨이'=' vs '눈치보기'

회사에 취직한 신입사원들 대부분은 `결정장애`를 앓는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정시퇴근`여부를 결정하는 일이다. 사원 중에서도 신입과 연차가 낮은 직원에게 정시퇴근은 그렇게 쉽사리 넘볼 수 없는 영역과도 같다.

6년차 직장인인 박모씨(여·33)는 아직도 첫 출근하던 날을 생각하면 가끔 식은 땀이 흐른다. 정시퇴근(칼퇴근)했다가 상사로부터 미움을 받을까봐 맘 졸인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어쩌다 상사의 째려보는 시선을 등뒤로 느낀 적도 있었다.

회사 신출내기들은 출퇴근할 때 두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첫 번째는 먼저 출근시간을 당기고 퇴근시간은 늦추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상사가 먼저 와 있다면 나는 그보다 더 일찍 나와야 할 것이고, 퇴근시간이 지났는데도 사무실 내부가 퇴근할 분위기가 아니라면 상사의 움직임을 살피며 대기한다.

두번째는 반대로 최근 20~3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워라밸’을 추구하는 출퇴근 방식이다. 즉 ‘마이웨이’로 무장해 오전 9시에 가까운 시간에 회사에 도착하고 시계가 오후 6시를 가리키기가 무섭게 짐을 싸고 사무실을 나서는 용자(勇者)가 되는 것이다. 특히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는 현 추세에 당신이라면 어쩌겠는가.  

전자를 선택하는 이들은 ‘어찌할 지 잘 모르겠으며 암묵적인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감당해야 한다. 박씨는 “입사 초기에는 아무것도 모른 상황에서 분위기에 맞춰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예의라고 생각했다”며 “상사들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다른 쪽은 ‘난 오늘 할당받은 일을 채웠고, 앞으로의 업무에 있어서도 차질이 있는 것도 아니니 (윗사람이 뭐라하든) 내 시간을 위해 퇴근하겠다’라는 자신 있는 마음가짐으로 행동한다. 국내 모 화학기업 3년차 사원 김모(28)씨는 “나는 첫 3개월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조심스레 행동했지만, 신입때부터 분위기에 개의치 않고 정시출근·퇴근을 한 사람들도 일부 있었다”며 “그렇다고 불이익을 받진 않았고 지금도 잘 다니고 있더라”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으로 불이익 받을 가능성은 낮아...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인식도 변화 중

여기서 김씨가 언급한 직장 동료의 사례처럼 출퇴근 시간은 생각만큼 민감한 사안이 아닐지도 모른다. 국내 모 항공사에 근무하고 있는 정모(54)씨는 “아무래도 상사 입장에서는 누구보다 일찍 오고 늦게 가는 직원이 성실해 보이고 호감도가 높은 건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최근 세대의 추세인 칼퇴근을 한다고 해서 예의 없다고 여기거나 차별을 두진 않는다”고 말했다. 자주 지각하는 불성실한 모습이 아니라면 빨리 퇴근한다고 해서 적어도 마이너스는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또한 기존 출퇴근 문화에 있어 중대 변수도 생겼다. 바로 주 52시간제다.

지난 7월 1일부로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하루에 8시간 근무가 보장되면서 비교적 출근과 퇴근이 자유로워지고 있는 단계다. 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여론조사 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에서 주 52시간 노동제가 시행되는지'에 관한 질문에 절반 이상(57.4%)의 응답자들이 "시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제도가 문화와 인식을 변화시킬 힘이 있다는 것이다.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건물 내에서 흡연하는 모습은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2005년 담배규제 기본협약(FCTC)을 비준한 이후 금연 구역이 확대해 왔고, 흡연자들은 자연스레 흡연 지정 구역에서만 담배를 꺼내게 됐다. 이전과 달리 사회 전반에는 실내 흡연은 당연히 안 된다는 인식도 함께 정착됐다.

건설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김모(43)씨는 지난 1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그는 주 52시간제가 도입되기 전 당당히 정시에 출퇴근했던 소수의 신입들을 회상하면서 “혼자 저렇게 행동하니 앞으로의 회사 생활이 순탄치는 않아 보이긴 했다”며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다만 김씨는 주 52시간제로 출퇴근시간이 고정된 현재 상황에 대해 “현재 추세이기도 하고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는 부분 아니겠냐”며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이 나쁜 건 아니니 예전과 달리 좋은 현상이긴 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제도에 따른 사회적 변화로 인해 출퇴근과 관련한 윗세대의 인식도 차츰 변화하고 있다.

퇴근길을 서두르는 시민들로 분주한 서울 중구 청계천 광교./사진=연합뉴스

◇무엇을 중점으로 둘지에 따라 출퇴근 시간 달라진다

그러나 자신의 출퇴근 시간을 결정하는데는 결국 어떤 가치를 더 우선할 것인가에 달렸다.  

보통 신입 단계에서는 입사할 정도의 수준이면 누구든지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맡기에 업무 결과로는 특별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기서 가장 주목받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출·퇴근 시간과 같은 근태(근무형태)다. 만약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투철하거나 승진 등에 큰 욕심이 있다면 근태와 관련해 상사들에게 ‘성실성’을 어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반면, 소위 말하는 ‘워라밸’ 족 처럼 별 문제 없이 월급을 수령하면서 만족하는 회사생활을 누리고 싶다면 약간의 불편한 시선은 감수하면서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을 지켜도 된다. 단 ‘맡은 일은 확실히 처리한다’라는 조건이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누구라도 쉽사리 출퇴근 태도 때문에 불이익을 주려 하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사회 초년생인 당신이 ‘더 인정받느냐, 삶의 질이냐’를 놓고 어떤 것을 우선할 지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결정하면 된다. 주 52시간제에 힘입어 전반적인 인식도 점차 열린 방향으로 변화하는 추세인 만큼 어떤 결정을 하든 당당히 회사 문을 열고 닫아라.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지만 않는다면 회사 생활이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신 행보와 다소 동 떨어진 신입· 초년생들도 상당수 있는 만큼 더 나아가 정시출근과 정시퇴근이 보편화되는 세상을 기대해본다.

김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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