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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양인정 기자] 금융위가 취약계층 채무조정 제도인 장기소액연체자 채무탕감 정책을 대폭 수정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포용국가 정책'을 금융위가 취약계층에게 발 빠르게 구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 핵심 관계자가 6일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과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제도에 대한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비공개회의로 진행된 이 날 회의에서는 채무조정을 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도 참석했다.

장기소액연체자의 채무탕감을 위한 지원책은 지난달 30일 신청 마감하기로 했으나, 홍보부족과 제도운영 미숙으로 내년 2월로 신청 기간이 연장됐다. 구체적인 논의사항은 채무자 시각에 맞춘 제도 운영이다

우선 금융위는 홍보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전국의 금융기관을 홍보창구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존 홍보가 미흡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금융위는 또 시민단체가 장기소액연체자 탕감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겠다는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 관계자는 민간단체가 참여해 캠코와 정보공유를 이어가는 방안을 논의했다. 여기에는 오랫동안 채무상담을 해온 시민단체가 캠코의 콜센터 상담사에게 교육하는 과정도 포함됐다.

신청 이전에 채무자에 대한 배려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상환능력을 위해 검토해야 할 준비서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신청 이전부터 안내절차를 정교하게 다듬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서류를 준비하면서 겪는 채무자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향후 업무에 적극 방영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무자의 불편이 취합되면 신청조건을 안내하는 상담과 함께 신청준비를 위한 상담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준비서류 중 여행을 증명하는 출입국사실증명원은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여행 유무를 상환능력의 기초로 삼는 것이 자칫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는 몸이 불평한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직접 방문해야 하는 어려움을 없애기 위해 우편접수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날 비공개 논의와 관련해 “준비사항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면서도 " 남은 기간 동안 적극적인 홍보활동과 채무자 중심 정책으로 많은 취약계층이 경제적 복귀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금융당국 금융정책, 포용으로 포효 중?

금융위의 취약계층 채무탕감 제도에 대한 이 같은 움직임은 문제인 대통령의 '포용국가'발언이 나온 직후다. 금융업계와 일부 시민단체는 금융위가 취약계층에 대한 채무조정 제도를 개선해 '포용국가' 정책을 구체화하는데 앞장서겠다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포용책은 금융위 산하 여러 기관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기관이 서민금융진흥원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그 동안 금융사각지대로 알려진 개인파산 후 면책을 받은 사람들과 개인회생 절차로 빚을 갚아나간 사람들에 대해 금융지원에 나섰다.

최건호 서민금융진흥원 부원장은 지난 4일 ‘정책서민금융을 통한 금융의 포용성 강화’라는 주제로 열린 ‘제2회 서민금융포럼’에서 "포용금융의 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금융 소외계층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컨설팅, 교육 등 비금융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미소금융 창업, 운영, 시설개선 자금을 비롯해 생계자금의 경우 ▲개인워크아웃 절차로 9회차 이상 변제금을 성실히 납부한 사람 ▲개인회생신청자 중 법원으로부터 면책결정을 받은 사람 ▲개인파산 후 면책을 받고 5년 이상 경과한 사람 등에 대해 금융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예금보험공사도 채무조정과 시효완성 채권을 소각해 지난해 1만7149명의 경제적으로 회생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예보의 채무조정제도도 대폭 계선될 계획이다. 기초수급자나 중증장애인 등 서민취약계층에 속하는 연체채무자에 대한 원금 감면율을 기존 최대 80%에서 90%로 확대하고, 최소한의 생계유지에 필요한 영업용 차량이나 일정규모 이하 농지 등도 압류재산에서 제외한다. 최소한의 생계유지 및 채무상환 여력은 보호하겠다는 의지다.

예보는 앞으로도 채무조정시 원금 감면율을 확대해 서민취약계층의 채무부담을 줄이고 채무조정 이후 재기지원 프로그램 등을 집중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빚을 진 취약계층에 대한 채무조정과 금융지원은 일종 복지로 봐야 한다”며 “상환능력 없는 이들이 다시 고금리로 빚을 지는 환경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이 적절한 채무조정을 받고 정책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수요를 돌리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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