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블록체인과 AI큐레이션으로 ‘맞춤형’ 강의 제공하는 에듀해시(EduHash)
강기태 대표 “학원-강사 위주의 현재 교육 시장, 재편하고 싶다”

[한스경제=허지은 기자]같은 교실, 같은 수업, 같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도 각자의 이해도는 다르다. 어떤 학생은 100% 이해하는 반면 조금도 따라오지 못 하는 학생도 있다. 선생님은 모든 학생의 수준을 아우를 수 없고 학생들 역시 자기 수준에 딱 맞는 강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소위 말하는 ‘1타’ 강사도 나에게 맞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수험생에겐 ‘내게 맞는 맞춤형 강의’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에듀해시(EduHash)는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평소 자주 보는 영화와 취향을 분석해 유저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넷플릭스(Netflix)처럼 학생 수준과 필요에 맞는 강의만을 선별하는 ‘큐레이팅’서비스를 적용했다. 단순히 레벨 테스트를 진행해 수준별 학습을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에게 맞는 강의, 강사, 커리큘럼을 만들어 나에게 꼭 맞는 학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영화를 보면 볼수록 데이터가 쌓여 더 정확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잖아요. 이러한 큐레이션 서비스를 강의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영화에 넷플릭스, 음악에 스포티파이(Sportify)가 있다면 교육 분야엔 에듀해시가 떠오르게 할 겁니다”

‘교육산업의 넷플릭스’를 제창한 강기태(54) 에듀해시 대표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쳤다.

강기태(사진) 대표는 "교육산업의 넷플릭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사진=에듀해시 제공

◆ AI 큐레이션으로 일대일 맞춤 강의 제공

에듀해시를 간단히 설명하면 맞춤형 강의를 제공하는 인터넷 강의 플랫폼이다. 초·중·고등학생은 물론 공무원 시험이나 자격증을 준비하는 성인들도 대상이 된다. 요리,외국어, 화장 등 취미를 위한 강의도 물론 마련됐다. 특이한 점은 맞춤형 데이터를 만드는 인공지능(AI)과 별도의 큐레이터(Curator)가 놓여있다는 것 뿐이다.

에듀해시의 맞춤형 강의는 이렇게 제공된다. 학습 목적을 가진 학생이 월정액을 끊고 에듀해시에 로그인한다. 과목을 정하고 레벨테스트를 거쳐 강의를 제공받는다. 기존 교육시장과 동일하게 진행되는 이 시점에 AI와 큐레이터가 등장한다. 이들은 레벨 테스트 결과를 두고 취약한 과목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강의를 제공한다.

가령 영어 공부를 원하는 학생이 레벨 테스트를 진행하면 AI는 이를 어휘, 문법, 독해 등 세부적으로 분석해 등급을 다시 매긴다. 큐레이터는 이를 바탕으로 학생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학습 계획을 짜주거나 질문에 답변을 해주는 등 멘토 역할을 해준다.

학생들은 수강한 강의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 정확한 평가를 내릴수록 보다 정확한 맞춤형 강의를 받을 수 있다. 강사들은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콘텐츠를 개발한다. 자연히 질 낮은 강의는 도태되고 선택 받은 강의들만 살아남게 된다.

에듀해시(EduHash) 플랫폼 예시 이미지. SNS를 통해 로그인하면 내게 맞는 맞춤형 강의를 제공받을 수 있다./사진=에듀해시 제공

◆ 블록체인으로 비용 절감…투명성과 보상 ‘두 마리 토끼’ 잡는다

바로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빛을 발한다. 학생들이 정확한 평가를 내릴수록, 강사들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수록 수익이 생길텐데, 이 수익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블록체인이 무엇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분배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로 처음부터 수익 배분을 정하고 들어갈 수 있는데다 모든 트랜잭션 기록이 남기에 투명성도 보장된다. 게다가 별도의 재무, 회계 인력을 둘 필요가 없어 비용까지 절감된다.

“학생들에게는 개인 맞춤 학습 플랜과 가장 좋은 콘텐츠를, 강사들에게는 플랫폼 안에서의 거래 투명성이 보장되는 거예요. 강사 입장에서는 특정 주제를 10분 단위로 쪼개거나 2~3시간 풀타임 강의로 만드는 것이 가능해지죠. 학원에서 정해놓은 타임테이블을 따를 필요가 없어진다는 겁니다”

기존 교육시장에서 한계로 작용했던 ‘비용’과 ‘신뢰’ 문제는 블록체인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시장에서 학원의 입김에 따르느라 하고 싶은 강의를 못 했던 강사들도 오롯이 강의 개발에만 매달리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학원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어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전략이 생기는 셈이다.

블록체인과 불가분의 관계인 가상화폐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현금 수익 외에도 에듀해시 플랫폼에서 강의 평가를 한 학생들이나 높은 평가 점수를 얻은 강사들에게는 ‘포인트’ 형식의 가상화폐가 지급된다. 초기엔 에듀해시 플랫폼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겠지만 향후 업체 제휴를 통해 플랫폼 밖의 서점, 카페, 베이커리는 물론 게임머니 충전 등에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게 강 대표의 목표다.

에듀해시는 AI와 큐레이터를 통해 개인별 맞춤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에 저장된 학습 내역을 통해 생애주기형 학습 분석도 가능하게 설계됐다./사진=에듀해시 제공

◆ "학생-강사-학원 모두 웃도록...교육 시장 ‘판’ 바꾸고 싶다"

강 대표는 대형 학원과 스타 강사 위주로 돌아가는 교육시장의 ‘판’을 바꿔보고 싶다고 했다. 학생들에게는 나에게 맞는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강사들에게는 보다 나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원하는 강의를 할 수 있도록, 학원 입장에선 보유한 콘텐츠를 더 넓은 시장에 제공할 수 있는 판을 깔고 싶다는 것이다.

그가 설명하는 에듀해시는 넷플릭스와 모든 면에서 비슷하다. 먼저 넷플릭스의 경우 이용자는 월정액을 내고 콘텐츠를 이용한다. 한번 시청한 콘텐츠는 데이터를 남아 넷플릭스의 AI가 다음 영화를 추천하는 데 사용된다.

제작자 입장에선 판이 더 커졌다. 기존 헐리웃 대형 제작사 위주로 돌아갔던 판이 넷플릭스로 확장됐기 때문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넷플릭스에 판권을 제공함으로써 부가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이용자, 제작자, 제작사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새로운 판이 생긴 것이다. 에듀해시 역시 교육시장의 판을 바꾸고, 늘릴 수 있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강 대표는 “기존 학원 시장을 잡아먹거나 무너뜨리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기존에 있던 사업이 잘 되면서도 학생들에겐 더 나은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게 에듀해시의 목표”라며 “학원이 기존에 보유한 콘텐츠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저작권 보호 등에 힘쓸 것이며 이 역할을 블록체인으로 더 확실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기존의 학원 시장을 잡아먹거나 무너뜨리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학원과 강사, 학생이 모두 웃을 수 있는 판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진=에듀해시 제공

◆ 인도·중국 등 해외서 이미 ‘러브콜’…”교육업계 불합리 개선할 것”

교육과 블록체인, AI 큐레이션의 만남. 얼핏 생소한 조합의 에듀해시엔 그만큼 다양한 인물들이 머리를 맞댔다. 고려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한 강 대표는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컴퓨터 과학·수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다. 귀국 후엔 증권업계에서 20여년을 몸 담기도 했다. 강 대표 외에도 실리콘밸리 15년 경력의 요셉 김 블록체인 헤드 개발자, 글로벌 게임회사 블리자드 출신의 윤혜식 마케팅총괄 등이 함께하고 있다.

이미 해외 시장에선 반응이 오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블록체인 이코노믹 포럼(BEF)’과 지난달 초 중국 상해에서 열린 ‘AI&블록체인 이노베이션 서밋’에서 현지 개발자들과 업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 6월에는 인도 블록체인 회사 ‘ZAGG 네트워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시작했기 때문에 해외에서 먼저 반응이 온 것 같다”며 “우리나라 외에도 사교육 시장이 큰 중국, 인도 뿐만 아니라 케이팝 등으로 한국어 공부 열기가 뜨거운 북미·유럽 쪽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넷플릭스도 21년 전 비디오 대여점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지금은 전세계 콘텐츠 시장의 판을 뒤바꿔 놨다”며 “처음에 깃발을 꽂은 기업이 스탠다드(기준)가 된다. 현재 교육시장에 만연한 일방향적이고 불합리한 부분을 고쳐나가는 출발점에 에듀해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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