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추석과 개천절로 이어지는 9월부터 10월까지 한국영화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물괴’를 시작으로 한 주 뒤인 19일 ‘명당’ ‘안시성’ ‘협상’이 동시에 개봉한다. 연휴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원더풀 고스트’가 관객과 만난다. 또 10월 초 개봉하는 ‘암수살인’과 같은 달 선보이는 ‘창궐’까지 한국영화 잔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작품 수가 많은 만큼 소위 말하는 ‘미남배우’들의 신선한 연기 변신을 보는 재미도 있다. ‘협상’ 현빈, ‘암수살인’ 주지훈, ‘창궐’ 장동건이 악역으로 분해 영화의 긴장감과 스릴을 더할 예정이다.

■ ‘협상’ 현빈, 데뷔 이래 최초 악역..사상 최악의 인질범

현빈은 손예진과 호흡을 맞춘 ‘협상’에서 사상 최악의 인질범 민태구 역을 맡았다. 국제 범죄 조직의 무기 밀매업자다. 2003년 KBS 드라마 ‘보디가드’로 데뷔한 이래 15년 만의 첫 악역이라 의미가 깊다.

현빈은 기존의 전형적인 악역의 모습을 탈피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악역의 전형성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무조건 강하게 표현해야 하지 않으려 했다. 다른 방식의 표현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현빈은 말투와 행동에서 완급 조절을 하며 색다른 접근으로 악역을 연기했다. “나른하게 툭툭 던지는 말투를 사용하고 인질범이 세게 나올 것 같은 장면에서는 오히려 힘을 빼고 연기하는 것으로 의외성을 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협상’을 제작한 윤제균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 현빈의 모습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라며 “‘이렇게 악당 같은 면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현빈의 연기를 극찬했다.

■ ‘암수살인’ 주지훈, 비열한 살인범

영화 ‘암수살인’의 주지훈은 비열하고 치졸한 살인범 역을 맡았다. 쌍천만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의 해원맥과는 상반된 캐릭터다.

주지훈이 연기한 강태오는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인물이다. 주지훈은 “아주 바람직한 나쁜 놈”이라고 소개하며 “뻔뻔하고 정도 없다. 자신의 이익만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주지훈은 캐릭터를 위해 삭발과 부산 사투리를 감행했다. 주지훈은 “감옥 안에 있는 캐릭터의 현실감을 살리고 싶어 메이크업을 일체 하지 않았고 삭발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들을 뽑아내려 준비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주지훈은 부산 토박이인 강태오를 연기하기 위해 매일 2~3시간 씩 사투리를 연습했다. 주지훈은 촬영 현장에서도 사투리를 위한 리허설을 1시간 이상 거치는 등 실감나는 연기를 노력을 기울였다. 부산 출신인 김윤석은 “주지훈의 사투리에 100점 만점을 주고 싶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메가폰을 잡은 김태균 감독은 “주지훈은 첫 미팅 때부터 열정이 남달랐던 배우”라며 “캐릭터에 대한 흡수력이 참 좋다”고 평가했다.

■ ‘7년의 밤’→‘창궐’ 장동건, 권력의 중심에 선 악역

‘원조 꽃미남’ 장동건은 올 초 개봉한 ‘7년의 밤’에서 오영제 역을 맡아 극도의 예민함과 서늘하고 잔인한 악역을 연기하며 호평 받았다.

그런 그가 ‘창궐’을 통해 다시 한 번 악역 행보를 이어간다. 장동건은 극 중 ‘야귀’(夜鬼)를 통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 역을 맡아 세상을 구하려는 왕자 이청(현빈)과 치열한 대결을 펼친다. 장동건은 일찌감치 ‘창궐’에 대한 기대를 당부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7년의 밤’ 인터뷰 당시 “진짜 악역은 오영제가 아닌 ‘창궐’ 김자준”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감독 역시 “자신이 하는 일에 확신을 갖고, 단순히 선악을 넘어선 안타고니스트로서의 역할을 장동건이 명확하게 소화했다”고 평했다. 투자배급사 NEW 관계자 역시 “장동건의 새로운 악역 얼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잘생김’ 너머의 캐릭터를 원한다

‘미남배우’들은 더 이상 ‘잘생김’을 연기하지 않는다. 훈훈한 외모로 착한 캐릭터의 굴레에 갇혀 똑같은 연기만을 반복하지 않고 필모그래피의 한 획을 그을 새로운 연기를 펼친다.

한 영화 관계자는 “새로운 연기에 대한 배우들의 갈증은 언제나 크다”며 “고착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강력한 캐릭터를 누구나 원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객들이 잘 생긴 배우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데, 이를 뒤엎는 역발상의 연기를 펼침으로써 캐릭터가 줄 수 있는 감동의 폭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명한 배우의 영리한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NEW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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