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② 행동주의 '엘리엇', 현대차그룹서 '먹튀' 노리나
[이슈추적]② 행동주의 '엘리엇', 현대차그룹서 '먹튀' 노리나
  • 김재웅 기자
  • 승인 2018.09.09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비스-글로비스 합병해 지주사로 삼는다는 내용
일감몰아주기·체질 개선 해결 못해…글로비스 희생해 모비스·현대차 주가 올리려는 목적
적은 지분으로 현대차그룹 경영에 간섭하겠다는 의도도 뚜렷
비밀 서신 공개한 이유도 현대차그룹 공격 목적 의심

[한스경제=김재웅 기자]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도를 빌미로, 보유 주식 가치를 높이고 경영에 간섭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엘리엇의 성격이 단지 수익을 내는데 목적을 두는 헤지펀드인 만큼, ‘먹튀’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보낸 비밀 서신을 공개한 '엑셀레이트 현대' 홈페이지. 엑셀레이트 현대 홈페이지 캡처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보낸 비밀 서신을 공개한 '엑셀레이트 현대' 홈페이지. 엑셀레이트 현대 홈페이지 캡처

◆ 전문가들 "엘리엇, 단기 수익 증대가 목적"

전문가들은 엘리엇의 제안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 목적에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우선 일감몰아주기 규제 리스크를 해소할 수 없다. AS 부문이 문제다. 글로비스 역할이 큰 만큼, 개편 후 적지 않은 내부거래가 불가피하다. 종전 현대차그룹 개편안은 AS부문을 글로비스로 합병해 일감몰아주기 여지를 원천 차단했었다.

단기적인 수익 증대를 노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여기에서 나온다. 엘리엇 개편안 대로라면 글로비스는 모비스와 현대차에 가치를 나눠주게 된다. 엘리엇이 현대차 및 기아차, 모비스에 투자한 만큼, 글로비스를 희생시켜 자기 주식 가치를 높이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차 시장 대응에도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기술 개발사인 모비스를 지주사로 승격하고 미래차 시장에 효율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모비스와 글로비스 합병 법인이 지주사를 맡으면 이같은 의도는 크게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실제로 엘리엇은 지난 개편안에서 모비스와 글로비스 합병 비율만을 문제 삼은 바 있다. 단지 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해서 반대한다는 것이다. 지배구조개편안의 목적인 체질개선 효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엘리엇의 행동이 2003년 '소버린 사태'와 유사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은 SK주식회사 지분 14.99%를 이용해 사업매각, 주력계열사 청산 등을 요구하고, 주주총회에서 최태원 회장과 표대결까지 벌였다. 결국 경영권 탈취에는 실패했지만, 2005년 시세차익 8000억원을 벌고 SK를 떠났다.

한 업계 전문가는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성장을 염두에 두고 개편안을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내 시장을 이해하지 못했을뿐 아니라, 단기간에 모비스와 현대차 등 보유하고 있는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안을 무산시키면서, 현대차는 미래차 시대를 대비한 경영혁신을 미룰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 간섭 노려"

엘리엇이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 경영권 간섭을 극대화하려는 꼼수를 쓴다는 지적도 나온다.

엘리엇은 개편안을 제안하면서, 현대차그룹에 구조조정 검토 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차와 계열사의 이사진을 국제적 배경을 가진 인물로 다양화하고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라는 주문까지 내놨다.

이는 엘리엇 지분율을 감안하면 무리한 요구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엘리엇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기준 엘리엇의 지분율은 현대차 3%, 모비스 2.5%, 기아차 2.1%다. 15억달러(한화 약 1조6900억원) 규모로, 100조원에 달하는 현대차그룹 시가총액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올 초보다 5000억원 정도 투자금액을 늘렸다.

특히 엘리엇은 이번 서신에서 현대차그룹에 지배구조개편을 제안하고 논의할 위원회를 구성하자고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3%를 넘지 않는 지분만으로 지배구조개편을 주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정 주주에만 기업 중요 사안을 알려주지 못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내용이다.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도 이같은 이유로 엘리엇의 제안을 거절했다.

일각에서는 비밀 서신을 공개한 배경도 외부에 현대차그룹을 공격하고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미 엘리엇은 의도적으로 비공개 자료를 흘리면서 '언론플레이'를 했던 전력이 있다.

엘리엇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개편안 철회 후에도 주주들과 소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서 서신을 보내게 됐다"며 "일부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만큼, 전문을 공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