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한일 합작영화 ‘나비잠’은 두 남녀의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를 그린 멜로다. 만남, 사랑, 이별을 그린 이 영화는 기존의 멜로영화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상투적인 흐름을 지닌다. 그러나 사랑과 기억에 대한 따뜻한 메시지를 담으며 관객의 감성을 파고든다.

‘나비잠’은 베스트셀러 작가 료코(나카야마 미호)가 우연히 만난 작가 지망생 찬해(김재욱)와 함께 마지막 소설을 완성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일본의 전형적인 멜로처럼 영화는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 잔잔하게 전개된다. 료코는 선망 받는 작가이자 대학교에서 소설 수업을 하는 교수다. 술자리를 하던 중 술집 아르바이트생인 찬해를 만나게 된다. 료코는 찬해가 작가지망생이라는 사실을 안 뒤 자신의 소설을 함께 완성할 것을 제안한다. 찬해는 료코의 소설과 함께 강아지를 돌봐주기도 하며 일상을 함께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점점 가까운 사이가 되고 결국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료코는 모계 유전으로 치매에 걸리고 찬해를 멀리하려 한다. 자신의 병 때문에 찬해에게 민폐를 끼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두 사람의 관계에는 변화가 생긴다.

‘나비잠’은 치매에 걸린 여자와 그 곁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남자의 모습을 감정의 변화에 따라 담아낸다. 그 동안 숱하게 쓰인 불치병에 걸린 여주인공이라는 소재가 자칫 지루함을 주기도 한다. 인물들의 갈등과 회복, 치유를 그리는 과정 역시 여느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뻔한 스토리가 다소 아쉬움을 자아내지만 영화의 영상미만큼은 훌륭하다. 료코의 소설 속 이야기와 실제 두 사람의 감정이 맞물리며 풍부한 감성과 함께 예쁜 화면을 자랑한다. 수풀이 우거진 숲, 미술적 감각이 담긴 아름다운 집, 도쿄의 절경이 어우러진다.

영화는 사랑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한다. 메가폰을 잡은 정재은 감독은 “사랑이 끝나고 난 후 그 기억이 어떻게 남게 될까에 대한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게 됐다”며 “그것에 대해 좀 더 극단적으로 설정해서 영화를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나카야마 미호와 김재욱은 13살의 나이 차를 뛰어넘는 아련한 멜로를 보여준다. ‘선생과 제자’라는 흔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멜로영화 속 커플들과 차별화된 섬세한 감정연기를 펼치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재욱은 이번 영화에서 ‘나비잠’이라는 한 마디 외에 모든 대사를 일본어로 소화한다. 앞서 몇 편의 일본작품에 출연하며 두각을 드러낸 김재욱은 이번 작품에서도 이질감 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러브레터’로 유명한 나카야마 미호 역시 한층 성숙하고 절제된 연기로 몰입도를 높인다.

나비의 모양처럼 아이처럼 아이가 잔다는 의미의 담은 제목처럼 큰 동요 없이 평온한 영화를 원하는 이에게 추천한다. 6일 개봉. 러닝타임 111분. 15세 관람가.

사진=트리플픽쳐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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