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엘리엇, 현대차그룹 지배개편안 발표 직후 투자 현황 알려
당초 우호적이었지만 반대 의견으로 입장 선회
지배 구조 개편 목적에 대비되는 대안 제시, 결국 개편안 무산시켜
8월 다시 한 번 무리한 요구 전달, 현대차 거부 직후 비밀 서한 공개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또다시 지배구조개편을 제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엘리엇 계열사인 엘리엇 어드바이저 홍콩은 지난 8월 14일 현대차에 보냈던 비밀 서신 전문을 지난 7일 공개했다.

앞서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계열사를 합병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엘리엇 지배구조 개편 관련 주요 사건. 박재형 기자 pjh820@sporbiz.co.kr

◆엘리엇 공격...지난 4월부터 시작해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부터다. 현대차그룹이 3월 28일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직후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현대모비스에서 AS(애프터서비스)부문을 떼어내 현대글로비스로 합병하고, 모듈 등 개발 부문만 남겨 지배회사로 삼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당초 엘리엇은 4월 2일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식 10억달러(한화 약 1조700억원) 보유 사실을 공개하고,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 확대’를 요구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 대해서는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4월 23일 갑자기 현대차그룹 개편안 골격을 뒤흔드는 공개 제안서를 공개했다.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 ▲배당지급률 40~50%로 확대 ▲자사주 소각 ▲다국적기업 사외이사 3명 추가 등이 포함됐다.

핵심은 현대차·현대모비스의 합병이다. 두개 회사를 합병 후, 법인을 다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라는 것이다.

이는 현행 공정거래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내용이다. 공정거래법이 산업자본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주식 소유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캐피탈·현대카드 등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2018년 5월, 현대차 개편안 철회

그럼에도 엘리엇은 5월11일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같이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한다며, 5월 29일 열리는 현대모비스 임시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이 ‘잘못된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타당한 사업 논리 결여 ▲모든 주주에게 공정한 합병 조건을 제시하지 못함 ▲실질적으로 기업경영구조를 간소화시키지 못함 ▲현저한 가치 저평가에 대한 종합적 대책 결여 ▲자본관리 최적화, 주주환원 향상 및 기업경영구조 개선 방안 결여 등을 문제 삼았다.

이후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도 5월 16일 잇따라 반대 권고를 냈다. 시민단체에서도 개편안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9.82%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도 반대 의견을 낼 가능성이 제기됐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5월 21일 개편안 철회를 발표했다. 임시주총도 취소했다. 주주들을 설득할만한 새로운 지배구조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남겼다.

◆2018년 8월, 현대차 다시 압박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 논란이 잠잠해지던 지난 8월, 엘리엇은 또다시 현대차그룹을 압박했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8월 14일 현대차그룹에 비밀 서한을 보냈다.

모비스의 AS 부문을 현대자동차와 합병하고, 모비스의 모듈과 핵심 부품사업을 글로비스와 합치는 내용이다. 주주가치를 높이고 그룹구조 개선을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구체적으로는 합병한 모비스·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을 지배하도록 했다. 정몽구 회장 등 오너 일가로부터 현대차 지분을 사들이라고 요구했다.

오너 일가는 반대로 모비스와 글로비스 합병 법인 지분을 보유하게 했다.

경영 방식도 흔들었다. 현대차그룹이 계열사 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한다며, 구조조정 계획을 세울 위원회를 설립하고 주주 배당을 확대하라고 제안했다.

이어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에 구조개편안을 논의하는 위원회를 구성하자고도 전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특정주주에만 정보를 공유할 수 없게한 자본시장법 위반을 이유로 엘리엇 제안을 거절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당사는 현재 시장확대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합당한 여건과 최적의 안이 마련되는 대로 절차에 따라 모든 주주들과 단계적으로 투명하게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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